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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이다혜, 이주현 기자는 지난 10년 간 만들어 진 열 편의 영화를 다시 소환하고, 영화가 제작된 이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떠한지 작금의 현실을 조명한다. 그리고 예상 가능하겠지만, 그 어떤 주제도 지금은 그 부조리가 사라졌다는 동화 같은 결말은 없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가해자가 되진 않더라도 적극적인 구경꾼으로서 진보가 아닌 정체에 가담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닮은 것들만, 그리고 더 많은 경우 나 스스로만 사랑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함으로써.
나와 닮은 것들만 사랑하기 때문에 점점 좁아지는 내 세계를 알아차리고 나서, 나와 닮지 않은 것에 더 많이 마음을 쓰는 것이 늘 나의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바뀌고 나이를 먹어도 스스로 늘 정체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몇 년째 크게 바뀌지 않은 안온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에 만족감이 아니라 조바심을 느끼는 것은 여전히 내가 나와 닮은 것들에만 마음을 쓰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달라진 점 하나는 이제는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조금씩은 내가 보인다. 온전한 내가 아니어도 나의 조각조각을 나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서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이 얄팍한 동질감은, 미약하긴 해도 종종 사랑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이광국 감독의 말처럼 모두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회에서, 내년에는 애써 부대끼고, 열심히 견뎌야겠다. 항상 익숙하고 안온한 테두리에 나 스스로를 가둬놓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이 낯설어하고, 불편해할 때 내가 마음 쓰고 사랑하는 범위가 더더욱 넓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영화가 끝나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막이 내린 후에도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부대끼면서, 더 많은 곳에서 나 자신을 마주할 때 성숙해지는 내년의 나를 기대해 본다.
개인도 사회도 이 문제에서 구경꾼으로 존재해서는 안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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