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까지 운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을 잃어야하나.

산업재해를 다룬 책을 읽을 때면 으레 그러듯이 무거운 마음으로 표지를 들추었다가, 읽을 수록 점점 감정 대신 이성이 기지개를 폈다.

관련하여 꽤 많은 텍스트를 읽었지만, 눈물을 걷어내고 그 구조를 집요하게 응시한 책은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가 처음이었다.

저자는 ‘이해’에 대한 부담을 축소하고,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오늘도 어김없이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그 해결책에 쏟을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작업 현장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노동을 했던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사고의 원인은,

업무 형태와 장소를 막론하고 운으로만 작업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구조적 문제(관습)으로 귀결될 수 있었다.

‘효율적’인 작업방식이 안전수칙과 충돌해서, 원청-하청이 위험에 관해 소통하지 않아서,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작업의 위험에 대해 충분히 고지받지 못해서, 사람이 죽었다.

“한 사람의 목숨을 지키려면 훨씬 더 적극적인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고,

“나아가 생산의 비효율까지도 감수할 수 있어야한다.”

67쪽

이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구조적 문제들이 그렇듯 모든 책임을 피해자의 ‘선택’으로 돌리는 것이다.

다칠 걸 알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손쉽게 비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뻔히 보이는’ 위험을 알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구조와 배경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일할 선택지는 있지만 그러지 않을 선택지는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79쪽

저자는 철저한 진상규명와 그 결과의 투명한 공개, 그리고 사회적 소통의 강화를 통해 책임자 처벌을 넘어 구조를 바꿔야한다고 반복하여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은 것처럼, ‘노동인지감수성’도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하지 않을까.

나와 노동자를 다르게 보지 않고, 내 일과 그들의 노동 사이에 더이상 선을 긋지 않고,

노동자와 노동이라는 단어에 묻은 오염을 걷어낼 수 있도록.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산업재해 사건에 마음 아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사고가 끊임 없이 일어나는지, 그 사건을 배태한 구조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도록.

그렇게 ‘노동인지감수성’이 꿋꿋하게 자리잡아 산업재해가 외면하고 싶으면 외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애도를 뛰어 넘어 이 모든 재해를 관통하는 구조를 집요하게 응시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선의 소실점을 향해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