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구조적 문제들이 그렇듯 모든 책임을 피해자의 ‘선택’으로 돌리는 것이다.
다칠 걸 알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손쉽게 비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뻔히 보이는’ 위험을 알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구조와 배경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일할 선택지는 있지만 그러지 않을 선택지는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79쪽
저자는 철저한 진상규명와 그 결과의 투명한 공개, 그리고 사회적 소통의 강화를 통해 책임자 처벌을 넘어 구조를 바꿔야한다고 반복하여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은 것처럼, ‘노동인지감수성’도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하지 않을까.
나와 노동자를 다르게 보지 않고, 내 일과 그들의 노동 사이에 더이상 선을 긋지 않고,
노동자와 노동이라는 단어에 묻은 오염을 걷어낼 수 있도록.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산업재해 사건에 마음 아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사고가 끊임 없이 일어나는지, 그 사건을 배태한 구조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도록.
그렇게 ‘노동인지감수성’이 꿋꿋하게 자리잡아 산업재해가 외면하고 싶으면 외면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애도를 뛰어 넘어 이 모든 재해를 관통하는 구조를 집요하게 응시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선의 소실점을 향해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