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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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라는 단어의 오용이 넘쳐나는 사회다.

일하는 우리 모두가 노동자인데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이란 게..이랍시고...은 교사들의 집회를 겨냥해 ‘신성한’ 교사들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격하시켰다며 몰상식한 구별짓기를 당당하게 발화한다.

나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응당 받아야 할 존중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런 좁디좁은 시야에서 비롯된 천박한 구별짓기 때문이기에 기사 헤드라인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데. 정말 ‘신성한’ 일과 ‘노동자’의 일이 다를까? 다르다면 뭐가? 얼마나?

희정 작가는 이 책에서 수많은 갈림길 위에서도 뚝심 있게 한 길 만을 ‘제대로’ 또 ‘오래’ 걸어온 12명의 베테랑들을 인터뷰했다.

작가의 들어가는 말처럼, 어떤 분야에 종사하건 간에 베테랑들은 베테랑이라는 호칭에 쑥스러워하면서도 모두 ‘저마다 최선을 다하여 지키는 선’이 있다.

저마다 다른 일을 해도 결국 본인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에서 오는 자부심이라는 같은 결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게 책 속 베테랑들이 정직하게 새겨온 나이테를 보면서 그들의 노동에 대한 존경뿐만 아니라,

내 노동에 대한 존중감도 서서히 수면으로 떠오르는 동시에 일하는 사람 - 노동자로서의 스스로를 의식하게 됐다.

나처럼 그 일이 내 최선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최선의 일일지, 이대로 나아가는 게 맞는 건지 흔들린 적은 없었을까? 같은 생각을 품은채 나도 모르게 질문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읽어내려가다 보니 나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수십 년을 일해온 ‘선배’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보인 것이다. 앞으로의 내 미래도.

책장을 넘길수록 오염되고 퇴색됐던 ‘노동’이라는 단어가 다채로운 빛을 되찾고, ‘전혀 다르다’고 그어놓았던 선이 점점 희미해진다.

신성하지 않은 노동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수년 뒤 내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또 다짐한다.

당연하지 않은 출근을 오늘도 해냈으니, 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만의 나이테를 ‘제대로’, ‘오래’ 쌓아나가자는 다짐.

출근길에 펼친 각자 다른 모양으로 각자 다른 노동을 꾸준히, 성실히, 오랫동안 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큰 위로와 함께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동력을 얻는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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