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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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복지가 이토록 화두에 오른 한 해가 있었을까?

대선 공약에 기본소득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 복지에 관한 담론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였다. 기본소득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는 데서부터 우리는 모두 복지라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씩 들이밀면서 반찬 지도를 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의 밥상은 아직도 영 시원치않다. 눈 앞의 반찬거리가 사라지면 반찬 지도를 향한 열정도 시들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에 들어갈 정도로 부유해졌는데, 정작 정부는 가난하고, 정부가 가난하니 개별 시민 또한 불안하고 가난하다고 진단’/p.39한다.

여기서 정부가 가난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인 시장의 영향력에 비해 국가의 역할이 왜소하고, 그 왜소하고 작은 역할 안에서도 경제정책에 밀려 사회정책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 큰 원인이다.

그렇다면 한국형 복지국가를 완성하기 위해서 어떤 사회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꽤 묵직한 주제라 책장을 넘기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잠시,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술술 읽혔고, 다양한 도표와 그래프가 이해를 도왔다.

무엇보다 평소에 의식하며 살진 않았어도 한켠에 항상 품고 있었던 생각이기 때문에 내내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행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복지의 문법'을 썼다면,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를 고민하면서 읽다가 아래의 문장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복지정책은 국가에 돈이 없기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이나 비용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p.98

재정과 비용이 1순위 고려 사항이 되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못한 정책들, 묻혀버린 정책들, 빛도 보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많을 텐데, 그것들을 서로 공유한다면.

생각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복지의 수혜자이자 비용을 지불하는 당사자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복지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을 동료 시민들과 나눌 수 있다면 당장 눈 앞의 밥상이 사라지더라도 계속 반찬거리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제안에는 당사자만 느끼는 불편함도 있을 것이고, 당사자이기 때문에 포착할 수 있는 세심함도 있을 테다.

누군가의 눈에는 말도 안되는 제안이 또 다른 아이디어가 창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세금을 낸 걸로 퇴장하는 역할이 아닌, 복지의 주체로서 시민 개개인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 그것 또한 중요한 복지의 문법이 아닐까.

더 나은 우리나라를 위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으면, 그리고 자주 화제에 오르면 좋겠다. 복지에 대해서 서슴 없이, 누구나 불편해하지 않고 더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할 수록 더욱 최선에 가까워질 수 있을테니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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