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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당장 내일 있는 중간고사가, 며칠 안 남은 기말고사가, 올 겨울의 수능이 내 시야의 전부였던 때가 있다.
보이고 들리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온통 그것뿐이었던 때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음으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하는 것조차 보류하기도 했었다.
내가 속한 모든 집단에서 막내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때마다 그때의 나를, 내가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더 자주 곱씹어본다. 그때는 그게 전부이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야, 와 같은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갈 수록 희미해져가는 그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든 부여잡아 그 때의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고 나면 이렇게 말해줄 걸, 이 말은 하지 말 걸이라는 생각이 종종 드는 걸 보면 어떻게 해도 지금의 나는 그들을 온전하게 공감할 수 없나보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만 떠올리곤 했던 그 때의 나를 더 진득하니 떠올려보았다.
마냥 공부가 즐거웠던 과정에서나 뭘 배우는지도 모르고 선택했던 전공이 너무나도 잘맞았던 결과에서나 나는 운이 좋게도 조금의 방황과 망설임도 없이 그 시기를 넘겨왔지만, 여전히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어린 사촌동생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어하는 후배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스스로에게 명확한 답변을 줄 수가 없다.
어쩌면 충분히 혼란스러워하고 충분히 방황했어야 하는 그때에 모든 것을 입시 뒤로 유예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삶의 어느 방면에서는 여전히 미숙하고 부족한 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앞서 말한 좋은 ‘운’은 얼레벌레 그 시간을 통과하게 해준데서 다 끝나버린 거지, 내가 나라는 사람을 충실하고 온전히 책임지는 데까지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기계처럼 심어진 대학 입시라는 목표이자 엄청난 무게를 등에 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명확한 결말 없이 마무리된다.
근데 그래서 더 마음이 가나보다. 나도 내 스스로가 아직도 인격적으로 미완성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내게, 후배들에게, 또 다음 세대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대학 입시 전과 후로 명확하게 갈라져있는 구분선을 뛰어넘어서 이 고민이 모두의 고민이 된다면 좋겠다.
이미 그 인생의 장을 지나온 사람이 지금 해주는 조언이 아니라, 같은 장을 겪은 사람으로서 그때의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도록.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