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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이렇게까지 쉽게 풀어서 얘기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이렇게까지 해도 못 알아 듣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못 알아 듣기 보다 ‘안’ 알기로 선택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눈 뜨고 귀 열고 있으면 노력 없이도 사방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이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들이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안’알기로 선택한다. 듣지 않고, 보지 않으려고 한다. 다수인 우리와는 다른 소수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각도를 바꾸면 나도 언제든지 소수자가 된다.
극적인 예시로 만약에 목에 있는 점의 개수로 사람의 우열을 가린다면 목에 점이 1개도 없는 나는 불가촉천민이 될 것이다.
이렇듯 기준이 바뀌면 나도 어떤 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차별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가해자들은 언제까지고 내가 우세종이고 절대 다수라고 생각한다.
이 가해자들은 나와 전혀 다른 외계인이나 악의로 똘똘 뭉친 악당이 아닌 지금 내 옆의 누군가이고, 미처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편견과 관습이라는 타성에 게으르게 기댄 내 자신이기도 하다.
물론 의도적으로 가해를 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고 싶다.
대부분의 편견과 혐오가 우리의 좁은 시야와 부족한 상상력 같은 인지적 자원의 한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주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가 바로 우리의 협소한 인지적 자원과 가난한 상상력의 반증이다. 미디어에서 전형적으로 그려내는 이주민들 - 각종 흉악 범죄의 온상으로 ‘편리하게’ 재현되는 대림동 등- 이 노력 없이 너무나도 쉽게 떠오르니까.
그러나 이러한 인지적 자원의 한계는 우리의 편견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찾아내야만 한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미워하고 매도하는 편리하고 손 쉬운 길을 떠나, 각자의 사연을 들춰내고 공감하는 일에 나의 한정된 인지적 자원, 감정적 자원을 쏟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의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의무를 누구보다 친절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주민은 경력과 기술에 맞는 임금을 받으며 가족과 더불어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문장에서 이주민을 '우리'로 바꾸면, 이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권리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권리가 왜 주어가 바뀌면 뻔뻔하고 파렴치한 요구가 되는 걸까?
이 책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좁디 좁은 이주민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부당함과 안타까움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그게 바로 시작이다.
나는 이주민이 행복한 사회에서는 우리도 불행할 리 없다고 굳게 믿는다.
조금의 사각지대와 약간의 응달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곳에서는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다정한 노력과 절박한 호소의 결과인 이 책이, 또 다른 포용과 넓은 상상력으로 이어져 이주민에게 ‘베푸는’ 인정이 아닌 이주민의 당연한 권리로 정착되길 감히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