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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한쪽 팔을 잘라서라도 죽은 연인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의 마음으로 매일 밤 팔을 자르는 여인의 이야기에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도 잠시, 이내 팔을 자르는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놀라웠다. 내가 쓰는 글이,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아 옅게나마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드물고 귀한지를 떠올리니, 이렇게 나와 닮지 않은 글에서 공감과 위안을 얻는 내가 반가웠기 때문이다.
이토록 다른 삶의 결이 결국은 사람 사는 모양으로 귀결되기 얼마나 어려운지는, 바꿔 말하면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나와는 다른 인물들을 통해 빚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와는 다른데, 라며 품고 있던 의심의 눈초리를 공감의 끄덕임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해낸다. 담백하고 또 담담하게.
죽음, 잠적과 같은 온갖 이별과 상실이 난무한 가운데에서도 인물들은 주저 앉지 않는다.
쉼없이 뛰거나, 간만에 길고 깊은 잠에 빠지거나 누워서 눈물을 흘리더라도 다시 일어나 삶을 일궈나갈 모습이, 그려지진 않았지만 왠지 눈에 선하다.
어쩌면 내가 다시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 때, 스스로를 <나이트 러닝> 속 한 작품의 인물이라고 거리를 두어 관조한다면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담담하게 때로는 천연덕스럽게 내 앞의 사건을 마주한다면 또 예상치 못한 공감과 위안을 얻을 것만 같아서. 세상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나에게는 꼭 필요한 거리일 것이다.
관성처럼 나와 닮은 것들에만 마음이 기계적으로 쏠릴 때 곱씹어보게 될 것 같다.
팔을 자르는 마음을, 그리고 내가 종내 그것에 깊이 공감했다는 것을.
모두를 잡아 끄는 중력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그것이 아버지와 저 같은 가족이라 해도 말이죠. 우리가 붙인 발의 무게는 그래서 각각 다 다른게 아닐까요.
작은 악과 작은 선들, 그런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래서 지금 제가 여기 발붙이고 있는 힘이 된다면, 적어도 알려드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그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두에게 다른 중력>, p.167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로가 붙이고 있는 발의 무게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 작은 악과 작은 선들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면 이 세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