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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입술 젤리 ㅣ 넝쿨동화 16
이나영 지음, 김소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새빨간 입술 젤리
이나영 지음
김소희 그림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핸드폰 속에 새빨간 입술이 그려진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말과 관련된 책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과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며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너희들은 거짓말이 나쁘다고 생각하니?”
‘당연하지요.’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다는 걸 생각해 봤으면 한다.”
‘??’
“하얀 거짓말이란 것도 있어. 마약이란 것도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닐 수 있다는 거지.”
그때는 선생님의 말씀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런가? 했던 “거짓말”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게 되어 좋았다.
주인공 이솔이는 거짓말을 잘하고 싶다. 친구 민주가 분식집 아줌마의 개그맨 같은 뽀글 머리를 예쁘다고 하자 공짜로 오징어 튀김을 기분 좋게 내어주신다. 민주 아빠는 회사일로 야근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신나게 친구랑 맥주를 마시러 간다. 거짓말을 하니 좋은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솔이는 이렇게 거짓말을 도저히 못하겠다.
나도 이솔이처럼 상대방이 마치 다 아는 것 같아서 거짓말을 못하고 하게 되면 가슴이 쿵쾅거려서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굳은 다짐을 했었다.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게 될 것 같고 들킬 것 같은 불안이 너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난 한 번도 이솔이처럼 나도 거짓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거짓말을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지 않고 갈등도 만들지 않을 수 있고 득도 있는 것도 같았다. 이솔이를 따라 가면 거짓말 체험을 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솔이 휴대폰 팝업 창에 뜬 ‘하루에 한 개, 새빨간 입술 젤리’ 가 현실로 나타나 5개의 입술 젤리가 이솔이의 손에 딱 쥐어졌다. 어느덧 나도 이솔이와 함께 새빨간 입술 젤리를 먹어보기로 하고 거짓말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호기심 가득,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이솔이를 따라갔다.
새빨간 입술 젤리를 먹자 이솔이의 입에서 거짓말이 술술 나오더니 공짜 사탕도 생기고 거짓말로 친구를 감싸주니까 친구랑 사이도 돈독해지고 자기 의사 표현을 잘 못하던 아이에서 아이들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아이가 되었다. 거짓말로 먹기 싫은 고등어구이도 안 먹어도 되었고 아빠한테서 용돈도 생기고 거짓말로 엄마가 쓴 글이 재밌다고 하니 엄마가 위로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옳고 그름을 따져서 사실만을 말하고 상대방에게 불쾌한 마음이 들게 하고 솔직하게 말한다고 한 말이 사이를 멀어지게 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무조건 거짓말이니까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신념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게 잘 되어가는 듯 했지만 이솔이는 과자점에서 사다가 친구들에게 나눠준 초콜릿을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 바람에 결국 엄마가 시한부라서 집에 와서 초콜릿을 만들 수 없다는 거짓말까지 하고 말았다. ‘헉!어떻게......’ 마음이 오그라들고 긴장되어 숨을 죽이고 있는데 시한부라던 엄마가 학부모 직업 체험 시간에 강사로 오게 되는 바람에 거짓말한 것을 감추기 위해 친엄마가 아니라는 거짓말까지 해버린다. ‘아이쿠! 얼마나 진땀이 났을까?’ 이솔이의 부끄러운 마음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이일 후 마침내 엄마와 친구들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자유를 찾게 되는 이솔이와 함께 나도 드디어 마음을 졸이던 거짓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야호!’ 속이 후련해졌다. 거짓말까지 해 가며 말을 잘하는 것보다 느리고 부족해도 내 힘으로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이솔이의 말에 완전 공감 되었다.
‘하얀 거짓말이란 말처럼 거짓말이 필요한 것일 수 있을까?’ 멀리 떨어져 사시는 어머님에게 걱정이 될까봐 늘 잘 지낸다고 말하는 우리 남편의 말은 거짓말이지만 엄마가 걱정할까봐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거짓말이라서 나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 기분 나쁜 감정을 털어 놓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어느 정도 선을 지킬 수 있는 가족 관계를 가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5월 *일 휴일인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런데 미리 알려주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남편과 아들 모두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 점심을 맞았다. 생일임을 알리자 남편은 미안했는지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도 돌리며 열심히 집안일을 했다. 그리고는 사실 기억하고 있었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웃음도 나오고 왠지 모르게 섭섭했던 마음이 풀렸다. 반면 아들은 끝까지 생일임을 몰랐다며 솔직한 말만 하는데 기분이 나빠지고 못내 서운했다. 거짓말인거 뻔히 알면서도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다는 거짓말이 내게 고마운 말이 되어지는 걸 느끼며 지금까지 거짓말은 나쁜거야. 절대 하면 안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나의 생각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진심을 담아 말하는게 중요하다는 솔이의 다짐에 공감하면서 위와 같은 나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거짓말 속에 담긴 숨은 진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는 고교 시절 보다 넓어진 나의 경험과 생각으로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거짓말의 양면성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왜이리 마음이 꽉 차고 뿌듯한 마음이 드는지......
이 글은 출판사와 허니에듀로부터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