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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삶에 대한 커다란 소설
수지 모건스턴 지음, 알베르틴 그림, 이정주 옮김 / 이마주 / 2021년 6월
평점 :
내 작은 삶에 대한
커다란
소설
수지 모건스턴 지음
엘베르틴 그림
이정주 옮김
화사하고 예쁜 표지 색상도 맘에 쏙 들고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 딱 좋은 사이즈의 책이라서 일까? 정감있게 그려진 표지 위에 그림 때문일까? 작은 삶이라는 소소함이 느껴지는 제목 때문일까? 난 처음 이 책을 받아 들고 기분이 참 좋았다.
처음 몆 장을 읽어내려갈 때는 소녀 주인공의 엉뚱한 발상들에 과연 이 소설에서 내가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할까? 싶었지만 읽을수록 빠져들고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글을 쓸 때 선택해야 할 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 이 단어로 쓸까, 아니면 저 단어로 쓸까? 긴 문장으로 쓸까, 아니면 짧게 어떤 줄거리로 풀까? 삶에서는 우유부단한데, 종이 위에서는 확신에 찰 수 있을까?”
열네 살 소녀 보니 보네의 말이다.
지금 어떻게 글을 써내려 가야할지 고민하는 내게 너무도 공감되는 말이다. 이처럼 소녀 보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너무나 쉽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로 친근하게 이야기해 주듯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각 소주제가 모두 ‘잠, 아니면 삶?’ ‘친구, 아니면 적?’ ‘침묵, 아니면 대화?’ ‘비, 아니면 해?’ 와 같이 보네의 삶 속에 주어진 선택지들을 제시해 주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삶에도 끊임 없이 선택지들이 나열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생선, 아니면 고기?’ ‘게으름, 아니면 부지런?’ ‘사랑, 아니면 미움?’ ‘원피스, 아니면 바지?’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줄로만 알았던 삶에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들이 존재한다니 그리고 이 선택지들을 모아 모아 소설을 썼다는 놀라움!
삶 속에 선택지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여 지니 내가 날마다 하지 못하는 선택들은 뭘까? 생각해 본다.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해 주는, 아니면 틀린 것을 바로 잡아주려고 정의의 사도가 되는?’ 이상하게도 슬프게도 난 나도 모르게 정의의 사도가 되는 패턴에 사로잡히는 듯하다. 이걸 어쩐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지만은 않잖아?
열네 살 보니 보네가 너무 귀엽고 부럽고 예쁘다. 그녀의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그러면서 나름의 균형을 잡아가려는 모습이 편하고 좋았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성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에서 나타나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가치관들이 너무도 자유로웠다. 이러한 문화 속에 묻어나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이 한국인인 나로서는 지나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이런 가치관 속에서 어린 소녀인 보네의 사고도 뭔가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크게 상처 받지 않는 듯 보였다.
나는 엄마와 이혼하고 재혼한 아빠가 이복 동생 둘을 데려온 상황도 평범하지 않은데 엄마의 남자 친구와 외할머니가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광경에 놀랐다.
집에 과거의 남편과 미래의 남편이 함께 있어도 행복한 엄마가 보네의 남자 친구인 카를과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한 카를의 엄마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그리고 보네의 아빠와 카를의 엄마 사이에 흐르는 묘한 썸의 기류를 느끼며 만약 카를과 한 가족이 되어도 결혼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는 보네는 그것에 대해 거리낌도 없고 어떤 부정도 하지 않는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 주기로 한다. 하지만 어떠한 선도 긋지 않고 벽도 세우지 않는 보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에 제시한 선택지 중 난 정의의 사도가 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해 주는 내가 되기로 선택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난 다시 열네 살의 소녀로 돌아가 멋진 추억들을 되새기는 행운을 가졌다. 보네의 외할머니 말씀처럼 1그램의 행운이 1키로그램의 황금보다 낫다는데 공감한다. 떠오르는 행복한 추억을 통해 내가 누리는 이 풋풋함과 풍요로움이 너무 소중하니까.

보네와 카를이 장장 179킬로미터를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떠나는 모습에 내 소녀시절 열정이 살아나고 자전거를 타고 온종일 시골길을 누비며 느꼈던 행복감이 떠오른다.
보네처럼 내 방을 갖고 싶어서 애타게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 어느 날 느끼던 기쁨도 되살아난다. 이야기 속에 그려진 등교하는 보네의 그림을 보니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겁게 등교하던 그때가 그립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보네의 삶의 이야기는 작고 소소하지만 커다란 행운을 주는 소설이다. 여러분들도 이런 행운을 찾으시기를 바란다.
이 글은 허니에듀와 이마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