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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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에서 제일 좋아하는 문단이다. 내가 지금까지 청각장애인(농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도 농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근데 우리가 외국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그들은 결코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일 뿐이다. 그걸 왜 몰랐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이 없는 것 같다. 우린 항상 장애인을 '도와야'한다고 배웠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려움에 처하면 그들은 스스로 극복한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장애물에 걸려 힘들어하면 휠체어를 끌어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막상 장애인들은 모르는 사람의 도움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길에서 힘들어할 때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너무 놀랄 것 같다. 물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건 맞지만, 무조건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분열되는 사회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면 각박한 세상이 될 뿐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보면, 내 잘못된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에 대한 부분 말고도 임신중지에 대한 글도 나온다. 저자인 이길보라 감독님은 임신중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흔히 임신중지를 낙태라고 부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낙태는 아이의 입장에서 쓰는 단어이다. 사실 임신중지는 여자가 더 위험한 수술이다. 수술비도 비싸고 그동안 낙태죄로 처벌받아서 여성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2020년 10월,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허용한다는 입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SNS에 '#나는_낙태했다' 태그 운동이 파도를 일으켰다. 태그 운동으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낙태 경험을 얘기했다. 나는 낙태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낙태를 결심하게 된 배경, 원인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길보라 감독님도 사람들의 발화로 세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다면 계속 말하고 쓸 거라고 말했다. 세상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 물결이 잔잔한 것 같지만 작은 물결이 모이고 모여 큰 파도를 이룬다. 몇 년 전만해도 범죄라고 생각했던 임신중지가 14주까지 허용되었고 장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잘못을 인지하고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 세상은 평화롭게 바뀔 것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배우려는 의지를 생기게 한다.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할 여러 주제를 책에 담아내어 논의해볼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내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감독님과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청인들은 미소를 띠고 묻는다. 농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의 의도는 선량하다. 그러나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이상하고 지겹다. 미국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프랑스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국인과 프랑스인에게는 묻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외국인을 만날 때 상대방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해야 한다고 배운다. 외국인뿐 아니라 타인에게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농인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하고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나와 다른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타인이다. 이상하고 특수한 곳에서 온 ‘언터처블 외계인‘이 아니다. 답은 간단하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 ‘나‘가 ‘너‘가 되어볼 것, 그래보려고 노력해볼 것, 타인을 상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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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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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의 모든 에피소드가 재밌었지만, 특히 첫 번째 이야기(카사노바 박인수 사건)가 제일 흥미로웠다.


1955년 봄, 박인수라는 남자가 70명의 여자를 만났다는 혐의로 구속된다. 이에 박인수는 해당 여성들과 잠자리를 가지려고 만난 것이지 결혼하려고 만난 것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한다. 또한, 그는 '내가 만난 여성 중 처녀는 미용사 한 명뿐이었다.'라고 말한다. 그의 발언은 사회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혼인빙자간음이란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간음하는 것인데, 여기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 = 음란하지 않은 여자'를 의미한다... 즉 박인수는 그 한 명의 여자를 제외하고 모두 문란했으므로 혼인빙자간음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이후 피의자인 박인수가 아니라 피해 여성들에게 질타의 시선이 쏟아졌다. 여성들에게 각성, 자성을 요구하고 피해 학생들을 학교에서 퇴학시키고... 심지어 법원에서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만을 보호할 수 있다"고 판결한다...

여자의 정조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박인수 사건이 터졌을 때만해도 잘못된 유교 사상이 사회 전체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 여성들에게 정조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한국 근대 문학 작품, 이러한 사건들, 판결을 보면 항상 의문이 든다. 왜 여자는 순결해야 하고 정조를 지켜야 할까? 문란하다는 기준은 누가 세운 것일까? 이 이야기를 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정조가 뭐길래 피해 여성들이 위축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성폭행 피해 여성이 왜 가해자와 결혼해야 하는지(박인수 사건 뒤에 추가되는 에피소드) 정말 알 수가 없다. 지금은 그때보단 성차별적인 분위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평등한 사회, 평화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완전히 모두가 평화롭고 평등한 대우를 받진 않는다. 사회에서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가부장제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 성차별뿐만 아니라 장애인 차별, 노인 차별, 아동 차별 등 우리는 수많은 차별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한 우물 안에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행을 늘 경계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여전히 차별적인 단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내뱉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실천하면 된다. 이제 나는 '남성적', '여성적', '결정장애 혹은 선택장애', '맘충', '노키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뭐 하나를 잘 고르지 못하는 성격 탓에 '결정장애' ,'선택장애'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 단어들은 모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었고 난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좀 선택을 잘 못해서~~' 내지는 '원래 내가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라는 말로 대신한다. 그리고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단어도 쓰지 않으려 한다.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었는데, 어느 순간 남성적, 여성적의 정의를 이해하지 못하게 됐다. 도대체 남성적이라는 건 뭘까? 세고 강인하고 그런 이미지인건가? 여성적 이미지는? 여리여리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그런 이미지? 형용사, 부사는 우리를 꾸며주는 수식어가 되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우리를 한정짓는 제한어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규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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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도넛 -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미국경찰을 말하다
최성규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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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총 들고 "손 내려!!!"라고 소리 지르며 범인을 단숨에 제압하는 모습? 아니면 잠복근무를 하며 차 안에서 동료랑 도넛을 급하게 먹는 모습?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동료에게 화내는 모습? 경찰이 등장하는 미국 영화를 한 번쯤 본 사람이라면, 미국 경찰을 이런 모습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사실일까? 아니다. 그런 미국 경찰의 현실은 어떨까? 그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바로 <총과 도넛>이다. 현직 한국 경찰서장이 2017년부터 3년간 미국 시카고에서 경찰업무를 하면서 겪은 경험과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그야말로 미국경찰 종합보고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국경찰 준전문가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달까?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미국이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전국의 모든 경찰서와 경찰관이 경찰청장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모든 경찰서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미국. 심지어 주마다 시스템과 법이 다르고, 제복, 경찰마크, 순찰차까지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경찰우대서비스가 존재한다. FBI와 같은 연방법진행기관에서는 이 서비스를 엄격히 규제하지만 자치경찰의 경우, 경찰의 복지를 위해 이 서비스에 관대한 편이라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던킨도너츠처럼 경찰관에게 특정 메뉴를 제공하는 가게도 있고,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심지어 경찰서와 가까운 아파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범죄예방효과를 위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나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미국경찰의 '미'자도 모르던 내가 이 책을 읽고 미국경찰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미드나 영화만 보고 멋있게만 느껴졌던 미국경찰을 이제는 조금 많이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책에서 주로 미국의 자치경찰제에 관해 논하는 데, 사실 나는 자치경찰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부패가 더 늘어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만 나아간다면야, 어떤 제도이든지 상관없다. 경찰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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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셔의 손 -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김백상 지음 / 허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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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셔의 작품 <그리는 손>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쓰셨다고 하셨는데, 인물들의 관계가 그 그림처럼 정말 얽히고 설켜 있다. 그 관계를 파악하는 게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머릿속으로 관계를 생각하며 읽었는데,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혀서 결국 포스트잇에 관계도를 그렸다. 그리고 나니 훨씬 더 얽혀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인물들의 관계를 그리면서 읽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이 있다. 바로 의 주인공을 파악하는 것이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챕터의 큰 제목이 “~하는 손인 경우가 많은데, 이 손은 소설 속의 한 인물을 지칭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에셔의>은 전반적으로 기억에 관해 서술한다. 기억을 지우는 자, 기억을 뒤쫓는 자, 기억을 거부하는 자, 기억에 고통받는 자, 기억 자체를 없애려는 자의 이야기가 책 408쪽에 걸쳐 서술된다. 자연스럽게 기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미래에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기억을 지우겠다고 선택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기억과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잊게 되는 것인데, 모든 상황을 고려해봐도 자신의 살 길이 기억을 삭제하는 것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지우는 것이니까. 특히 수연과 미연이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읽는 게 고통스럽다. 그들의 고통을 직접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김백상 작가의 필력이 뛰어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상을 받은 작가는 다르다. 애초에 그림에서 영감을 떠올린 것 자체가 남다르다.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의 표현력이 너무 좋아서 머릿속으로 장면이 모두 상상된다. 글 자체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조차 없다.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더 보태 보자면. 이 책은 나의 SF 사랑을 굳혀버린 책이다. 다시 말해 SF를 부정해왔던 과거의 내 태도를 반성하고 SF를 좋아함을 인정하게 만들어버린 책이라는 말이다. 사실 이런 말 다 필요 없고재밌는 책이다. 그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니 이 리뷰를 읽는 당신도 읽어 보기를 바란다.


현재로서는. 한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가능성을 제시하는 매력적인 표현이었다. 현재로서는, 마차를 타고 다니지만 조만간 자동차를 개발할 겁니다. 현재로서는, 땅 위를 달리지만 머지않아 하늘을 날 겁니다. 현재로서는,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수십 년 내에 달에 착륙할 겁니다. 현재로서는, 달에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다음에는 화성을 탐사할 겁니다. 인류는 지금껏 ‘현재로서는’이라는 말을 발판 삼아 내일로 도약했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얼마나 멋진 말인가. - P362

어두운 하늘에는 고독을 잊기 위해 스스로를 태운다는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성수처럼 뿌려지는 별빛의 세례를 받으며 언젠가는 나도 눈부시게 빛을 발하리라고 마음을 다졌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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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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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미신을 아예 믿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으니 좀 더 한정해서 말해보면, 한국에서 미신을 아.예. 믿지 않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일단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끌미끌한 미역처럼 미끌어질 수 있으니 미역국을 먹으면 안된다는 미신. 빨간 글씨로 이름을 쓰면 안된다는 미신. 이런 오래된 미신부터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미신인 MBTI까지. 미신은 이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 오후 작가님이 미신의 역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어 독자가 지루할 틈이 없다. 관련된 사진과 함께 미신을 소개해서 더 이해하기가 쉽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다홍색의 글씨로 작게 끄적인 듯한 문장들이 보이는데, 이 문장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위에서도 짧게 얘기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것도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진짜 많았다. 예를 들어, 책 초반에 '농사가 미신일 수 있다'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농사도 미신일 수 있겠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32~44쪽) 또 의학의 시초 자체가 점성술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러면 의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의사는 아닌건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107~111쪽)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그리고 작가가 왜 그 대상(?)에 대한 믿음을 미신이라고 정의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 과정이 굉장히 스무스하다고 해야할까. 아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이 전개된다.


그렇다고 작가가 책에서 미신이 어떻게 생겼고 인간이 그 미신을 왜 믿기 시작했는지만 이야기하진 않는다. 왜 우리가 '미신' 자체를 믿기 시작했는지 심리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기도 한다. 또 전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가님은 마지막 9장에서 우리가 심리적으로 미신을 믿는 이유를 설명한다. 확실한 근거 없는 믿음인 '미신'을 믿음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신감이나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게 아닐까? 이런 미신이라도 믿지 않고 살아가면 삶이 너무 팍팍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현재나 미래에 대한 믿음 없이 살아간다면 삶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적당한 근거 없는 믿음, 미신은 우리에게 도움을 줄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겐 특별한 징크스는 없는데, 내 친구는 시험날이 다가오면 머리를 감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이 더럽다고 뭐라 하긴 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시선에 익숙하다는 듯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징크스라며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주일동안 안 감고 그러진 않았다ㅎㅎ)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 있게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면야 머리 못 감는 거 쯤이야...ㅎㅎ 암튼 스스로 자신을 위한 미신을 믿는 건 좋은 것 같다. 자신에게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으니까!

우리는 미신을 믿는 사람을 쉽게 비웃지만, 미신을 믿는 사람 중 대부분은 광신자나 멍청이가 아니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사람‘이며, 특정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사람도 있다. 심지어 그런 이들을 비웃고 있는 우리조차 어떤 부분에서는 미신을 믿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자신은 그것이 미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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