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 - 혜초, 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혜초 지음, 지안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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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은 누구나가 학교 다닐 때 한번쯤은 들어본 책이름이다.
하지만 읽고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이 책을 처음 읽었으며 이 책이 나온 것을 알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기라고 하는데 다른 여행기와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관점에서 읽게 되었다.

책의 제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본다면 천축(인도)의 다섯 나라를 순례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견문록이자 여행기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대로 1,200년 전에 쓰여 진 책이지만 이 책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세기 초이다. 1908년 프랑스의 탐험가이자 동양학자인 펠리오에 의해 돈황의 막고굴에서 발견되었다. 저자가 신라인 혜초로 밝혀진 것은 발견 7년 뒤인 1915년 일본의 학자 다카쿠스 준지로에 의해서다.

혜초가 여행을 한 기간은 4년으로 다소 짧다고 할 수 있으나, 지금과 달리 교통이 거의 없고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웠던 당시를 생각해 보면 혜초가 엄청난 고생을 하였으리라고 짐작된다. 그가 이렇게 힘든 가운데에도 끝가지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구법을 향한 그의 마음이 굳건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소명을 위해 여행을 끝내고야 말겠다는 신념이 어려웠던 시간들을 견뎌내게 하였을 것이다. 

앞뒤가 잘려나간 6,000여자의 짤막한 필사본(현재 남아 있는 것은 필사본이라고 한다)으로 되어 있는 왕오천축국전은 문체의 스타일이 거의 비슷하게 쓰여 있다. 먼저 출발지에서 목적지에 이르는 방향과 소요시간을 밝힌다. 예를 들면 “한 달 걸려 구시나국에 도착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곳이다.” 이렇게 시작 한다.
다음으로 도성의 이름과 위치 등을 밝힌다. 또는 도성의 규모라든가 통치 방식, 기후와 지형, 특산물과 음식 그리고 풍습과 언어와 종교를 기술하며 마지막으로 불교가 어느 정도 행해지는지를 꼭 기술함으로써 그가 보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그의 세계(불교)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왕오천축국전은 다른 글들과 달리 잘려나간 부분을 알 수 없고 나체 수행자를 보는 것으로 처음 시작된다. 글 중 재미있는 표현은 왕이나 수령들이 코끼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왕은 900마리의 코끼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라고 쓰고 있는데 이것은 번역자의 말처럼 코끼리라는 것이 당시의 권력(군사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왕오천축국전의 이야기는 때로는 혜초가 잘못 전하는 것들도 있는데 “천축의 다섯 나라 법에.... 죄가 있는 자에게는 죄의 경중에 따랄 벌금을 물게 하고 형벌이나 죽이는 일은 없다.”라고 표현 되어있으나 다른 사람들의(법현, 현장) 기록과 비교하여 보면 인도에는 가혹한 형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혜초의 기록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아마도 그가 승려였기 때문에 인도를 불교의 이상적인 나라로 보았고 그런 시각에 의해 여행기를 적다보니 이런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여행을 통해서 사건 또는 사물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피상적이 아닌 깊이 있는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임을 알았고, 여행기를 쓰는 사람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전체적인 여행기의 내용(원문 자체)은 너무 정형화 되어있어 재미가 없지만 추가된 해설을 읽으면서 자세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일부는 해설해 놓은 글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책의 내용 중 특이한 점은 혜초가 여행기에 적은 시 들인데, 여행을 하면서 느낀 그의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

특히 2편의 시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데, 달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면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혜초의 마음을 읊은 시, 산속의 나라 호밀에 오다가 중국 사신을 만나 서로의 노정에 대해 위로하고 격려하며 눈 오는 날의 행로의 고달픔과 혹한의 추위를 기술해 놓은 시를 보면서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깊은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나를 향해 인생이라는 여행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과연 나는 깨달음을 찾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떠난다면 거기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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