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사진이다-김홍희

 

이 책의 제목인 <나는 사진이다>는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들인다. 여기서 ‘사진’이라는 단어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이 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사진은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의 객관적인 상황을 기록한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으며, 이러한 그에게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의 제목은 <나는 사진기자이다>가 된다. 다른 사람에게 사진은 ‘가슴 속에 숨겨둔 자신만의 감정을 표출한 것’ 이라고 여길 수 있으며, 이러한 그에게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의 제목은 <나는 예술가 및 철학가 이다>가 된다. 또 다른 사람에게 사진은 ‘사랑하는 사람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으며, 이러한 사람에게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의 제목은 <나는 그의 그림자이다>가 된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에 따른 촬영을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사진’은 어떠한 의미 인가? 나에게 있어 사진은 ‘지금 이 순간’을 촬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어떠한 감정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예를 들면, 길거리를 다니다가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커플을 마주할 때, 그들과 마주 하면서 들었던 ‘아~~부럽다. 나에게 언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지’라는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려고 사진을 찍었다. 또는 몸이 불편하신 아저씨가 생활용품이 가득 실린 리어카를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저분도 열심히 살아가고 계시는데, 나는 고작 사소한 불만으로 불평만 했는지’라는 후회라는 감정을 기록하려고 찍었다.

 

이 책의 저자에게 사진은 어떠한 의미일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그가 생각하는 '사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p293

당신의 사진이 동료들과 비평가들의 인정뿐만 아니라 소장자들의 손에서 귀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삶의 원점을 묻는 대중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결국 당신의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의 죽음과 함께 모두 불태워질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점을 두려워하며 사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사진은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라고 깨닫게 될 때 당신은 진정한 사진과 사진가로서의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저자에게 사진은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간의 커뮤니케이션 이였다. 이 책의 제목인 <나는 사진이다>는 <나는 소통이다>라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는 사진과 소통을 하는 방법들을 알려 주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사진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은 찾아내는 방법’과 ‘사진을 읽는다 라는 의미’이다.

 

p35 그럼 자신의 생각과 주장은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첫째, 우선은 셔터를 눌러야 한다. 생각하고 셔터를 누르기 보다 셔터를 누르고 나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것을 ‘손가락 끝으로 생각하기’라고 부른다. 그게 익숙해지면 사물을 대하는 순간 핵심을 꿰뚫어보는 직관이 생기고, 자연스레 셔터를 누른 것이 ‘물건’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셔터는 누르지 않고 생각만 한다고 사진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둘째, 손가락 끝으로 만들어진 사진을 고를 때 이성의 힘이 작용한다.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교양이나 지식, 경험이 등장하게 된다. 자신의 사진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직관은 대단히 개별적인 것이다. 이 개별적인 경험이나 해석을 담은 사진이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시대적 상황, 그리고 그 시대의 요구를 읽어내는 지적 능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단지 감성만 자극하는 이성을 배제한 말초신경의 자극일 뿐이다.

셋째, 그런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진을 접해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나 아마추어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다른 아마추어의 사진과 비교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인터넷의 시대다. 세계의 대가들이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누구든 실시간으로 그 사진들을 접할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사진과 다양한 사진가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철학과 주제,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사물을 통해 다른 사물이나 상황, 사건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 능력, 이런 것이 모여 결국 개인적 경험이나 해석을 고립시키지 않고 보편성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p113

얼마 전에 나이 일흔을 넘기신 사진의 대가 한 분을 우연히 만났다. 그 분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진을 읽을 줄만 알면 사진 공부는 끝이다. 읽을 줄만 알면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평생을 사진에 몸 담아 오신 그 분의 말 한 마디에 사진의 진수가 담겨 있었다. 사진을 읽을 수만 있다면 사진 공부는 얼마든지 혼자서 할 수 있다.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진의 의도를 통해 작가와 교감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니 자신만의 형식과 내용을 담는 사진을 찍는 것은 그 다지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사진도 하나의 문장을 읽고 쓰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진을 공부하고 이해하는데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셔터를 누를 때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을 찍을 때도 좋은 사진을 얻으면 액자에 넣어 방의 한쪽을 장식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다. 기념사진은 기념사진대로, 광고 사진은 광고 사진대로,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은 좋은 사진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만의 사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 위에서도 기술했다 시피, 나에게 사진은 단지 감정의 기록물 이였다. 나의 사진에는 타자는 없고, 오직 ‘나’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마치 거울 앞에 홀로 서서 떠들어 대는 모습 이였다. 이렇게 홀로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세상을 연결해 준 밧줄 같은 역할을 했다. 즉 김홍희 사진작가는 우물 속에 있는 나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밧줄과 같은 존재 였다. 그리고 이 밧줄을 움켜잡고 올라와서, 새로운 세상의 땅에 발을 밟았다. 이 세상을 바라보면 ‘그래 한번 찍어 보자. 소통의 사진을’ 가슴 속에서 외쳤다.

 

P·S www.kimhonghee.com(김홍희 사진 작가의 홈페이지)

p117 이제부터는 ‘사진은 무엇으로 찍는가’라는 질문에 카메라로 찍는다고 대답하지 말기 바란다. 사진은 당신이 찍는 것이다. 카메라가 아니라 당신의 손가락이 사진을 찍은 것이며, 당신의 손가락은 바로 당신의 의지이다. 그 의지는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과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한 노력을 내재한 신선함이어야 한다. 이 신신서한 의도야 말로 사람들이 열광하는 새롭고 훌륭한 사진을 만들어 내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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