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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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창-임지선

   

<“자넨 대기만성형 일세.”라고 말하는 이의 심정.>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단어의 뜻은 큰 그릇은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로,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자성어는 윗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애쓰는 아랫사람에게 격려 차원으로 전할 수 있는 단어이다. 이 ‘대기만성’을 아랫사람에게 말하는 윗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윗사람은 그 단어를 말하기 전에, 아랫사람의 자질, 재능 그리고 생활 양식을 찬찬히 살펴보았을 것이다. 아랫사람을 관찰을 하면서, 머리 속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남들 보다 더 높은 열정 및 노력을 하고 있는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가?’.

   

자기(윗사람)가 보기에, 아랫사람은 남들 보다 노력도 하지 않고, 재능도 없어서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 이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이 윗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는 아랫사람에게 “넌 재능이 없으니, 될 수가 없다.······· 다른 길이나 찾아 봐라”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즉 노력하는 자를 앞에 두고, 괴로운 마음이 생겨나지 않으면서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부분의 윗사람들은 “자넨 대기만성 형이야, 조금만 더 노력하게.”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지금 우리사회도 이 ‘대기만성’ 이라는 말을 20대인 청춘들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 20대 청춘은 무겁고, 단단하게 조여진 ‘등록금’의 족쇄를 끌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갓 가스로 생긴 일자리도 정규직 보다 비정규직인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대에게 3가지 금지사항’ 이라는 씁쓸한 말이 있다. 연애 금지, 결혼 금지 그리고 출산금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기가 벌어서 혼자 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연애를 해.”, “요즘 결혼비용이 1억 이라는데, 어느 세월에 돈 모아서 결혼을 합니까?”, “ 지금 계속해서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고, 임금은 예전 그대로 인데, 어떻게 얘를 가르치고 살아 갈수 있습니까?”. 윗분들(대부분의 언론 및 책들)은 이런 청춘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위로를 건넨다. “젊었을 때는 고생도 사세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러니 지금 힘들다고 말하지 말게, 분명히 열심히만 하면 먼 훗날 웃는 날이 올 걸세.” 라고 말이다.

   

수많은 책과 언론들은 청춘들에게 ‘대기만성’이라는 반쪽 짜리 처방전을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즉 우리(청춘)가 지금 겪는 상황은 우리 자신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로 인하여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읽은 <현시창>은 수많은 청춘 관련 책들과 반대다. 즉 윗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청춘들이 어떻게 이용되고 이용당하는지’를 서술한 책이다. 이 속에서 우리가 외면하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들이 있다.

   

2011년 7월 2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이마트 탄현점, 이곳 지하1층 냉방설비를 수리하기 위하기 위해서 들어간 인부 4명이 다음날 모두 숨진 채 발견이 되었다. 숨진 이 중 한명은 서울 시립대 학생 황승원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제대를 하고, 복학하기 전 학비를 벌기 위해서 일했다가 참변을 당한 이야기. 그 외에도 명문대에 입학을 했지만, 살인적인 등록금에 허덕이는 여대생. 주문하자 30분 안에 배달 못할 시, 주문이 꽁짜라는 마케팅 속에서 위험적한 질주를 하는 피자 배달원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근처 빵집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옆집 빵 속에 쥐를 넣어서 문제를 일으킨 쥐식빵 사전. 그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 주위 청춘들은 시음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에 소개 하는 이야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놓여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괜찮아, 정춘이니까.” 라는 위로만 받는 것에 끝내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왜 이러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철처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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