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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 ㅣ 가연 컬처클래식 5
박이정 지음, 박정우 각본 / 가연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연가시-박이정
올 여름 2012/07/05 개봉한 영화 이자, 총 관객 수가 600만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연가시>를 나는 소설책으로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이 넘쳐서 ‘과연 이 장면은 영화로 어떻게 표현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영화<연가시>를 봐야겠다는 아쉬움을 간직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들이 떠오른다. 이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의 하천에서 변사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는데… 원인은 숙주인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물 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 짧은 잠복기간과 치사율 100%, 4대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나가는 ‘연가시 재난’은 대한민국을 초토화시킨다. 사망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자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감염자 전원을 격리 수용하는 국가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하지만, 이성을 잃은 감염자들은 통제를 뚫고 물가로 뛰쳐나가려고 발악한다. 한편, 일에 치여 가족들을 챙기지 못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가시에 감염 되어버린 아내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애쓰는 재혁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뇌리에 박힌 모습은 마지막의 장면이다.
경빈(영화에서 경순으로 문정희씨가 연기를 함.)이 임시 격리 수용소로 쓰인 체육관에서 천정에 달린 스프링클러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스프링클러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상상한다. 시원한 물, 많은 양의 물이 체육관 전체에 흩뿌려져지는 광경을, 상상하면서, 손가락은 화재 경보기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그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성적으로 충동을 막는 장면이다. 여기서 이 상황에 놓은 경빈의 주위환경을 살펴보면, 경빈은 연가시 감염자로, 조만간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에게로 다가온다는 감지하고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치료약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를 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 즉 처음에는 ‘조금만 있으면 약이 나올 거야.’ 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사람들은 버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희망은 행동으로 발현 되는 것이 아닌 말의 메아리로만 남겨 졌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절망에 빠진다.
만일 내가 경빈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즉각적인 욕구(물을 먹고 싶어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킴)를 채웠을 것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차츰차츰 죽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며, 자기들을 점점 심하게 격리시키면서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조만간 조만간 약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주는 상황에서, 나는 고통보다는 쾌락(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킴)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빈은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 절망 속에 놓인 경빈은 즉각적인 욕구(물을 먹고 싶다.)를 이성적 판단(물을 마시면 ,나도 죽고 우리 아이들도 죽는다.)으로 억누르고 있다.
그렇다면 나와 경빈이 유사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자녀의 유무인가?, 인생에서의 정신적 성숙도 차이인가?
내 생각으로는 ‘단오한 결의’의 유무이다.
경빈의 입장을 보면, 물을 먹고 싶다는 충동 속에서도 계속 해서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결의로써 물을 덜 마시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위에서 살펴본 장면에서 경빈은 필사적으로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다.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면, ‘자신의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는 것’을 알아서 필사적으로 충동을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세상 속에 살기 힘들어도, 그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을 구해낸 것은 는 ‘단오한 결의’이다. 이 소설 속 경빈, 재혁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결의’ 였던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어떠한 상황 속에서 힘들고, 좌절을 겪었고, 앞으로도 겪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포기를 못하게 만든 자신마의 ‘단오한 결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한다. 주위에서 어리석다는 생각을 가져도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게 만드는 그 결의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 시간이 되시면, 자신만의 ‘단오한 결의’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