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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를 기회로 바꾸는 대화법 - 뱉고 나서 후회한 말 다시 주워 담는 기술
야마모토 에나코 지음, 박현아 옮김 / 영림카디널 / 2025년 9월
평점 :
누구나 한 번쯤은 뱉은 말을 주워 담고 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볍게 내뱉은 농담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별생각 없이 건넨 대답이 대화의 흐름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말은 단숨에 관계의 온도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늘 실수하고 나서야 깨닫곤 한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반응을 보고서야 잘못을 알아채거나, 이미 뱉은 말 때문에 어색해진 순간을 떠올리며 자책하게 된다. 말 한마디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우리가 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나의 실수로 상대방의 평가가 바뀌거나 관계가 나빠질까 걱정하고,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계산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이상, 아무리 조심해도 오해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엇갈리는 일도, 대립하게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 책은 대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란, '절대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실수로 끝내지 않으며 '실수를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현실은 라이브와 같아서, 우리는 날마다 애드리브를 하며 살아야 한다. 연극이나 영화처럼 시나리오도 없는 상태에서 대화할 때마다 미리 준비한 듯이 한 번에 옳은 대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조건에서 다른 사람과 긴 시간 동안 원활하게 소통할 때 중요한 것은 실수하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아니다. 실수를 저질러도 다시 회복해 나가려는 의식과 기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무심코 꺼냈던 말이 실은 상대에게 콤플렉스였다는 걸 나중에 듣게 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처음부터 개인적인 화제를 건드리지 않는 대화 주제를 골랐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말을 해 버린 상태에서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수습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달려가 사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 때문에 사과해야겠다고 그 이야기를 다시 언급한다면 상대는 이미 잊고 있던 불쾌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오히려 더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사과가 상대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불안과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상대가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거나, 이전 대화에서 반응이 좋았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실수에 대해서는 스스로 반성하면서도, 상대에게는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 않고 배려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사과와 변명이 아니라, 이전의 좋지 않은 기억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덮으며 관계를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행동이다.
〈오해를 기회로 바꾸는 대화법〉이 정답지가 아니라 '수습 레시피'라고 불리는 이유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정해진 결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요령들은 요리를 위한 재료와 같다.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고, 언제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결국 독자인 우리가 결정한다. 이 책은 명확한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와 지침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상황에 따라 대화를 조율하다 보면, 실수를 두렵기만 한 일이 아니라 관계를 돌아보고 배우는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억지로 참거나 지나치게 노력하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내가 대화를 즐길 기회는 멀어진다. 수습의 목적은 옳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편안하고 좋은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요령에 너무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 전하는 것이 진정한 대화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