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수·없·는 KBS - KBS 9시 뉴스 앵커가 직접 TV 수신료를 걷는 이유
김철민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7월
평점 :
KBS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비단 KBS 한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계 전체가 직면한 위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재수없는 KBS〉를 읽으며 알게 된 방송국 내부의 문제들은 KBS만의 특수한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 권력과 자본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한국 언론계 전체의 모습을 반영한다. 실제로 이 책의 추천사를 읽어보면, 다른 방송사 관계자들도 참여해 현재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고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수없는 KBS〉는 'KBS가 편파적이다', '정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그런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방송 내부의 상황과 인사 조치, 조직 변화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좌천과 인사 이동, 그리고 신념을 지키려는 직원들이 하나둘 방송 밖으로 밀려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하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어떻게 위협받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내부 변화는 편파 보도라는 모습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로 불신과 비판이 쌓여 KBS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배경임을 밝힌다. '방송을 못 믿겠다'는 식의 비난에 앞서 정치권력과 내부 구성원들의 고통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수신료 징수 문제를 통해 한국 공영방송이 처한 심각한 딜레마를 집중 조명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KBS가 국민으로부터 직접 수신료를 걷은 이유는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외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이런 직접 징수 방식은 방송사가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하지만 얼마 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수신료 분리 징수 정책은 이런 기반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분리 징수란 지금까지 전기요금에 포함돼 함께 걷던 수신료를 별도로 분리하여 직접 고지하고 징수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로 인해 국민들은 수신료 납부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내고 있는 거라는 인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못하면, 방송사는 자율성을 잃고 편파 보도나 특정 세력에 기울어진 보도를 할 위험성이 커진다. 즉, 수신료 분리징수 정책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알리며 우리 사회가 공영방송의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 방송 환경이 국민의 눈과 귀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진정한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이나 자본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를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의 소신과 용기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나도 이 책을 읽고 그동안의 문제들이 집단 전체의 부패라고 생각해왔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다. 수신료 문제, 편파 보도 논란, 외부 압력에 흔들리는 언론 환경 속에서 국민과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되며, 국민 모두가 이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공영방송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은 지금부터다.
✅ 이 서평은 우주(@woojoos_story) 서평단 자격으로 디페랑스 (@bookshill_official)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