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두 권을 읽고 나서 무엇을 읽었는지 그리고 하루키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한참이나 생각해야 했다. 재미있게 페이지를 넘겼으나 막상 책을 덮고 나서 '이게 뭐였지?'라고 묻게 된다. 혹시나 해서 남들이 뭐라 썼는지 몇개를 찾아보았으나 별로이다. 문체가 어쩌고 하며 잘난 체를 하거나, 줄거리를 하릴없이 요약하거나, 난징학살이 어쩌고 하는 일본에서의 가십을 옮겨 적은 것 뿐이다.

하루키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문득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왜 이렇게 전개되었는지 생각해 보며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인생을 돌이켜 보면 단조롭고 필연적 원리에 따르는 일상이 설명이 어려운 우연과 비합리를 만나서 방향을 어지럽게 틀어대며 진행되었음을 깨닫는다. 매일매일 똑같이 정해진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갑자기 이유도 없이 이혼을 통보받고, 친구 도움으로 별장에 들어살고, 어쭙잖은 재능에 힘입어 입에 풀칠을 하며, 그리고 하찮은 이유로 모험을 한다.

기사단장은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우연 또는 비합리이다. 개별 사물과 분리되어 반대편에 존재하는 이데아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우연과 비합리가 우리의 삶을 구성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우연과 비합리가 비추어 놓은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이다. 하지만 개별 사물을 구별짓고 존재하게 하는 것이 이데아인 것처럼 우연과 비합리가 없으면 우리의 삶은 개별성과 가치를 잃는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기사단장은 죽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혼란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은 기사단장을 만나고 또 죽이는 과정이다. 기사단장은 추억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