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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동원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이원재씨의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를 읽고서 한국경제에 관해
좀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알라딘을 둘러보다 집어들었다. 김동원씨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남의 주장을
대충 비슷하게 쓰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으로 글을 쓰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는
많이 실망스럽다. 시간에 쫓겨서 쓴 기색이 역력하다. 전반부의 독서와
자료를 근거로 한 기술과 후반부의 알팍한 신문들에 기댄 거친 주장이 크게 대비된다.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책자 질문에 대한 김동원씨의
대답은 무엇일까? 그에게 대불황의 시기는 국제사회가 “각자도생”하는 시기인데 한국경제는 정신을 못차리고 기득권 세력에 포위되어 정체되어 있다. 한국경제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며 노동개혁을 중심으로 4대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개혁의 추진에는 국회에서의 타협은 불가능하므로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내세워 국민적 동의를 받아내고 이를 근거로 법안 통과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동원씨의 주장은 결국 “각자도생”의 국제경쟁 시대에 비용을 아끼는 것이 필요하며 노동조합이 최대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70년대부터 꾸준히 듣던 노래고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다. 저자의 “대불황의 시대”에 대해 이해는 굳이 계보를 살피자면 공급측 경제학이라 할 수 있다.
고용을 늘리는 최선의 방안은 임금을 낮추는 것이며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이젠 더이상 경제학에서 지지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new
normal 또는 secular stagnation으로 언급되는 현시기는 Summers의 주장에서처럼 캐인지안과 닮아 있다. 이제 이런 철 지난 유행가는 그만 들어야 한다.
우리 경제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과거의 catch-up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scale-up하는 능력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젊은 청년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이다. 국민 모두 노후걱정에 불안해하며 공무원을 하겠다며 움츠러드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자의
주장과는 반대로 각자도생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 위에 함께 잘 살아가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과제인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황당한 주장이 적지 않다. 김동원씨가 목에 힘을 주어 방어하는 재벌을 보자. 한국의 재벌이
2000년대 들어 혁신을 했다면 세습경영체제 유지 방법이다. 그들은 당연히 납부할
세금을 회피하는 신종방법에 창조적이었다. 전환사채 어쩌구 하며 또 회사돈을 도박에 날린 것도 모두 세습에
비롯된 것이었다. 그들을 존경하면 혁신하는 국가가 될까? 우리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경영자가 나온다면 모두들 존경할 것이다. 게이츠나 잡스가 회사를 아들 딸들에게
상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세금을 포탈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독자를 바보로 생각하면 안된다.
책이 요즘 나오는 보수적인 신문들과 다른 점은 분량이 길다는 점과 선거를 통해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물론 여당과 신문들이 선거에 불리할
내용을 명시적으로 주장할리가 없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기면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지지한 셈이라고 소위
“개혁”을 추진할 법하기는 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좀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