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 오늘의 불안을 이기는 내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한겨레21에서 저자가 두명의 객원기자와 나눈 대담기사를 보았다. 기사는 책의 내용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이었으나 지극히 평범해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뚜렷한 메세지가 잡히지는 않았다. 평소 한겨레에 나오는 그의 칼럼에서도 튀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없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그가 제대로된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특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꼰대의식에 상당히 빠져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었다.


저자는 우리사회가 2000년대 이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진단한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점은 흔히 말하는 우리 경제의 달라진 발전단계가 아니다. 대신에 그는 경제를 구성하는 사람이 달라졌다는 것을 주목한다과거 산업화 단계에서는 촌놈들이 주요 구성원이었는데 반해 2000년대 이후에는 도시아이들이 핵심 구성원이 되었다그리고 우리 한국의 문제는 사회 경제시스템이 새로운 구성원의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불능에 빠져있다는 점이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세대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양적 성장에 감지덕지하던 촌놈들의 눈에는 도시아이들은 그저 게으르고 패기없는 놈들일 뿐이다그리고 도시아이들의 눈에는 무능한 노인들이 자리를 꿰차고서 꼰대노릇만 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저자는 우선 우리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성장 패러다임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완전히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시스템은 청년이게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노인을 빈곤에서 구하지 못하며 성큼 다가온 기술혁명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있다. 실패를 인식하지조차 못하는 노인들 주도의 정치권만이 과거의 패러다임에 안주하여 철지난 유행가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세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세가지 방안의 대상은 청년, 노인, 그리고 불평등이다. 청년들에게는 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두려움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뭔가를 줘야 한다. 미국과 같이 엔젤투자에게 맡기기에는 우리 시장이나 자본축적이 미미하므로 공공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원순씨의 청년 보장 플랜은 결점이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 아니라 용기있는 시도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서 효과가 있는 것을 스케일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역할을 독점하겠다는 발상은 정치적으로 졸열하고 정서적으로 스럽다. 노인에게는 복지를 확충하여 제공해야 한다. 노인복지는 자체가 인도주의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가 보다 모험적이고 동태적이고 유연해질 수 있는 바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노인복지가 없는 곳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죽으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차원에서의 분배를 개선하고 재교육 기회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가이에 대해 저자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한다상위 1%뿐만 아니라 99%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어야 한다자신의 것은 움켜지고 남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은 실질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의식을 갖춘 개개인의 태도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실현되지 못할까? 아직 고통이 크지 않아서일까? 청년들에게 왜 혁명에 나서지 않는지 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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