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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인가 - 사회학자 송호근, 시민의 길을 묻다
송호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지난주
회사의 아침 조찬 교양강좌에 참석하여 받은 책이다. 아침 교양강좌 주제는 내 스스로 선택하지 않기에 사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사회학과 교수라는 직함을 보고서 한번쯤 그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법한데 하고 생각했다.
사회학과는 1학년때 김진균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고교시절의 몽매를 깨우치는 입구였다.
그리고 사회대 내에서도 사회학과는 가장 전투적이고 이론적이어서 나에게는 정치학과나 외교학과와는 격이 다른 과로 간주되었었다.
송교수는 1994년에 학교에 왔다니 기억하지 못한 것을 탓할 바는 아니지만 컬럼니스트로
오랫동안 글을 썼다고 해서 나의 관심이 좁았나 아니면 그의 문장이 그저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송교수의 강의는 그저그랬다. 경제학에 관심이 없었다고 강연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주요국의 1만불 언저리 경제성장률을 계산하는
언급에서 경제학 뿐만 아니라 수학에도 별로 재능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는 새로울 것이
없었고 우리 사회의 좌와 우의 중간쯤 언저리에서 주저하는 지식인의 전형이 양비론을 지속할 뿐이었다. 다만
노동문제에서만큼은 우쪽으로 한참 기울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강의가 끝나고서 책을 들고 계단을 내려오며
무엇을 들었는지 한참이나 되새겼으나 뚜렷히 잡히는 것이 없었다. 마침 점심에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과 함께
했는데 그분이 강연과 관련해 몇가지를 언급하셔서 주말에 읽어보자며 책을 가방에 넣었다. 짧은 시간에 풀어내지
못한 학자는 주장이 있지 않을까해서 였고 언듯 책장을 넘기다 눈에 띈 ‘나는 신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자극적인 제목 때문이었다.
큰
기대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책의 1부인 ‘자화상’은 흥미롭다. “중년이라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과 능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 중년의 경륜은
본질에 닿는 능력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주관적 세계에 훨씬 더 집착하게 되는 길라잡이인 듯 하다”라고 자신에
대한 관조로 글은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사회에 대한 자신의 글들을 위한 근거로 만하임의 ‘지식사회학’을 제시한다. 만하임의 방법론은 “일차적으로 나의 성장 배경과 나의 생각을 연결시켜 이해하는 것, 이차적으로는 나의 상황을 보다
더 넓은 사회 전반에 비춰보는 것, 마지막으로는 시대정신으로 불리는 더 넓은 조류와 추세 속에 나는 던져넣는
3단계 작업을 통해 나의 생각이 얼마나 허위에 가득차 있는지를 깨닫는 방법이다.”
송교수가
파악하는 한국사회는 ‘경제에 몽땅 바친 나머지 사회가 황폐화’된 사회다. 짧은
시간에 빈곤에서 탈출했지만 사회적 자산을 마련하지 못한 나머지 모두들 풍요하지만 빈곤으로의 몰락을 두려워하고, 혁신에 유능하지만 무능하다고 손가락질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사회이다. 세월호를 통해 드러났듯이
사회와 국가기구는 무능하며 믿을 수 있는 타인과 이웃은 없다. 그리고 가족도 이미 상호간 폭력과 무관심으로
해체된지 오래다. 우리는 이젠 돌아갈 김승옥의 안개낀 ‘무진’이 없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송교수는 자신의 전공이 아닌 경제학자에게 의존한다. 로드닉과 피케티를 불러내어 ‘경제동력의 사회적 생산’이나 불평등을 억제할 분배문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송교수의 제안은 여기까지이다. 행여 남들이 오해할세라 자신이 좌파가 아님을
재차 삼차 강조한다. 피케티의 제안에 대해 ‘징벌세’라는 표현으로 단정한다. 그리고 송교수는 이상하게도 할 발 더 나아간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 ‘적의의 정치’라고 명명하고 교학사
교과서 사태와 관련하여 반대쪽의 교과서를 분석하며 ‘음지의 현대사’로
지칭한다. 이러한 발걸음은 박근혜씨에 대한 그의 표현에서 정점을 이룬다. 세월호와 관련된 칼럼에서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달려갔을까”(p. 151) 표현은 “33일을 참다 쏟아낸 통치자의 분노”(p. 218)에서 감정이입으로 상승한다. 그리고 뜸금없이도 “대통령과
패션” (p. 296)에서 ‘무서운 원칙주의’라고 칭송한다. 송교수가 만하임의 방법론을 얼마나 성취했는지 의문이다. 그가 머지않아 입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