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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중국일기 2 - 고구려 패러다임 ㅣ 도올의 중국일기 2
도올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5년 10월
평점 :
오랫만에 들른 회사의 도서실 입구에 전시해 놓은 서가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집어 들었다. 마침 1권은 이미 대여가 되었는지 2권부터 4권까지만 놓여있어 2권을 빼어 들었다.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역시 도올 선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소한 여행의 일과를 재미있게 기술함에 있어서도 거침없다. 그 와중에 동서양과 민족사 전체를 횡단하며 선생이 던지는 질문은 너무도 상식적이어서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를 흔든다. 선생이야말로 진정 사전적 의미의 철학자이다.
선생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은 고구려의 천도와 우리 민족의 형성이다. 왜 만주 흘승골성에서 시작한 고구려는 국내성 그리고 평양성으로 천도를 했을까? 흔히 고구려의 천도를 우리 민족의 형성이라는 측면과 함께 만주로부터 한반도로의 민족 활동무대 축소 측면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한다. 도올 선생은 이에 대해 천도가 고구려가 가장 강성했던 때에 이루어진 점을 지적한다. 동북아 세계사를 이해할 때 만주와 한반도 그리고 일본까지 포함하는 세력권의 중심으로서의 평양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한족의 중원중심 세계관에서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죽비소리이다.
선생은 서기어린 아침의 산성을 직접 둘러보고 고구려 장군들의 무덤의 돌 하나하나 만저보면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사관을 추체험한다. 그리고 민족이 살아왔던 현장에 직접 서보며 느껴보지 않은 문서 위주 실증주의 사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근대 이전의 문서란 ‘당대에 승리’한 세력의 편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생이 직접 찍은 사진들은 선생의 시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선명히 보여준다.
책을 덮고나서 두 장의 사진이 뚜렷하다. 하나는 단재 신채호 가문 3인의 사진이다. 흑백 사진에서 청년 단재는 맑고 수줍어 보인다. 다른 하나는 함석헌 선생이 써로우의 월든 호수가에서 젊은 도올과 함께 한 컬러 사진이다. 고구려기상을 갖춘 함선생 옆에선 도올 선생의 미소도 맑고 수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