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 - 분배에 관한 인류학적 사유
제임스 퍼거슨 지음, 이동구 옮김 / 여문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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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질문이 심오하다. 질문은 "우리는 재화를 왜 이웃과 나누는 것일까?"이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는 흔히 윤리 또는 종교를 찾는다. 아니면 John Rawls의 정의론인 maxmin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뜻밖에도 책에서 인류학 배경을 가진 저자는 대답으로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사랑' 때문에 이웃과 재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 손가락질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의무감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어릴적 TV에서 불우이웃돕기를 방송했는데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듯 성금을 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웃과 가뭄을 함께 겪고, 같은 땅에 땀을 쏟으면서 육체적인 유대를 형성해 왔다. 수렵채집인은 사냥에서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했느냐에 따라 고기를 비례하여 나누지 않고 사냥에 참여한 모두가 공평하게 고기를 나눈다. 저자는 이러한 "함께 있음(presence)"이 나눔의 의무와 권리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아가 presence가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와 무관해진 시대에서 '기본소득'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추론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립되고 관조적인 칸트적 관점이 아니라 실제 사회적 맥락에서 할당 결정 allocative decisios을 내린다. 나눔에 대한 생각은 활발한 사회관계 속에서 적극적인 주장과 요구가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펼쳐진다."

책을 읽고 나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presence"는 천착해야 할 개념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저자의 추론과는 달리 우리가 "presence"라는 개념의 설득력에 감화되어 "기본소득"을 채택할 성 싶지는 않다. 저자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보되는 '지분'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다. 아마도 "presence"가 제공하는 지분은 기껏해야 빈곤한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책의 핵심개념인 "presence"를 "현존"이라고 번역하고 있으나 어색하다. "함께 있음"이라는 우리 말이 더 나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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