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 미국편 - 개정증보판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최병일 지음 / 책들의정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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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자 자신의 주장을 실증 근거와 함께 제시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 이런 저런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데 한국사회에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소개하고 싶다는 정도이다. 하지만 논의되고 있는 주장들을 일관성 있게 정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주요 내용은 저자가 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묶은 탓인지 연재 당시에나 흥미있을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책은 다소 실망스럽다.  

저자는 미중분쟁을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미중분쟁에 관한 해외 논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두가지 주장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듯하다. 두가지 주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과 중국이 그간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 확대를 통한 중국의 성장이 결국에는 정치적 자유를 가져올 것이라는 미국의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p. 317) 


미국은 주기적으로 외국 위협론에 빠져드는 듯하다. 1970년대에는 소련이 미국을 압도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확산되었다. 1980년대에는 일본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우려가 퍼져 나갔다. … 미국과 중국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기존이 규범과 제도를 무시하고 힘으로 상대국을 몰아붙이는 ‘뉴노멀’ 시대로 이미 들어섰다. (p. 290) 


자가 아무런 의식 없이 혼용하고 있는 두 주장이 상충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이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성장하며 세계의 초강대국이 된다면 미국은 이를 환영할 것인가? 만약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첫째 주장은 단지 핑게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미중 분쟁의 핵심은 무역불균형이 아니다. 진짜 핵심은 중국의 성장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다. 중국의 성장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목적이 분쟁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것이 "예정된 전쟁"에서 제시한 엘리슨의 주장이었다.  

저자는 책 제목에 해당하는 질문을 말미(p. 297)에서야 제기한다. 질문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실망스럽게도 저자는 몇몇 해외논의를 소개하는데 그치고 스스로의 대답은 없다. 더욱이 책 제목에서 당연히 제기되어야 할 다른 쪽 질문인 “미국은 앞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는 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솔직히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한국의 지식인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보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지식인들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고 신문 칼럼에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지식인의 능력이다. 더욱이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며 정치적 당파성으로 능력 부족을 가리려 애쓰는 태도가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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