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13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청소년 문학은 나도 중학생 때부터 알고 많이

읽었던 책의 출판사이다.

이 책은 창비 스위치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게 된 아주 따끈따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몬드, 완득이, 위저드베이커리가

창비 문학상을 수상한 책들이다.)

고양이 한 마리의 눈빛이 인상적인 표지로 이 책은 시작한다.

클로버라는 책의 제목과 다르게 이 책은

불행하다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 '현정인'의 이야기이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정인이는

할머니와 함께 폐지를 주우며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정인에게 고양이의 모습을 한 악마가 찾아와

정인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그러나 정인은 상상을 하는 것조차도

사치라고 생각하는듯 악마의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정인과 할머니는 포슬포슬한 술빵을 달게 뜯어 먹었다. 그건 흰 천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죄책감과 견주지 않아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그러나 악마는 정인을 따라다니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과시하며 정인을 설득하려고 한다.

선한 정인도 악마가 자신을 괴롭히는

태주에게 한 짓을 보며

솔직한 마음을 보이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정인의 인간적인 면모와

아직은 아이인 정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인이 감싼 태주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비릿한 땀 냄새가 났다. 평소의 태주라면 자존심 상해서라도 정인에게 기대지 않을 텐데. 정인은 고분고분 자신에게 몸을 맡긴 태주가 걱정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스러움과 무서움 아래, 아주 깊숙한 곳에서... 고소한 냄새가 났다. 정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약했지만 그래도 고소했다.

헤이즐넛의 향, 오르톨랑의 풍미.


이런 정인에게 완벽한 이성친구 '재아'가 등장한다.

학생 회장에 모든 것을 잘하는 재아를 만나며

정인은 힘겨운 현실에 한 줄기 빛을 찾게 된다.

재아와 정인의 대화에서 정인이 힘겨운 삶을

사는 동력을 알 수 있는 부분

(악마에게 넘어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한 부분),

재아도 녹록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부분이 등장한다.


"나중에 어떻게 살 거냐고, 그렇게 걱정하는 것도 맞아. 얼마 전에 누가 나한테도 비슷한 말을 했거든, 어제, 오늘, 이번 주 금요일, 토요일 오후,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너는 언제 짠, 하고 달라지는 거냐고. 그걸 알면 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알람 설정도 해 놓겠지. 근데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것도 나중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그러나 이런 정인에게도 세상에

배신감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한다. 햄버거 가게 사장님이 유통기한이 지난 패티와 빵을

사용하는 모습. 이를 걸리고도 잘못을 정인에게 떠넘기는 사장님.

평소 후하게 폐지 값을 쳐주던 고물상 코치님이 더이상 주지 않는 거스름돈.

결국 정인의 긍정적인 가치관은 흔들리고, 나아가 모든 것이 부서지게 된다.



정인은 제가 믿었던 수학적 명제, 옳고 그름에 관한 인생의 진리가 우지끈 박살 나는 소리를 들었다. 정인이 돌아섰다.

발바닥에 깨진 계단이, 띠가, 도형이 밟히는 듯 까칠하고 아렸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정인은 결국

햄버거집에 돌멩이를 던져

도망가던 도중 오토바이, 트럭, 리어카를 몰고 온 할머니의 사고를 내고 만다.

이를 계기로 정인은 악마가 보여주는 지옥에 들어가 그동안 꿈만 꾸던 것들을 실제로 체험하게 된다.

비싼 나이키 신발, 최고급 잠옷과 비행기,

좋아하는 재아와의 설레고 따뜻한 대화.

어찌보면 이 상황은 진짜 악마가 다가와 천국 같은 지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졍인의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대립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정인의 머리속의 선이 이겼고,

정인은 다짐하게 된다.


"그치만 이건 진짜가 아니에요. 어쩌면 나중엔 제가 만약에를 찾을 수도 있고, 파우스트라는 사람이랑 상담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한 번 더 진짜를 살아 볼게요."
악마도 그랬잖아. 난 아직 유통 기한이 안 지났다고. 유통 기한은 무슨. 아직 불펜에서 마운드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보면 정인이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은 것이

이상한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소설들의 트렌드를 보면

오히려 결말이 찝찝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이 책의 결말이 나는 만족스럽다.

우리 청소년들, 어린이들은 정인과 재아처럼

흔히 말하는 꽃길을 걷고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천국같은 지옥’이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결국 삶이라는 미래를 개척해나가려는

정인의 미래를 그려낸 이 책

우리반 아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