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 과학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경영이야기
유정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학문으로서의 경영학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책이다. 책 제목은 ‘경영‘과 ‘과학‘을 결합한 해설서 같지만, 실제 책 내용에는 3부에 걸쳐 경영학과 과학/네트워크/경영학의 미래에 라는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경영학‘에 대한 학문적 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비교적 젊은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이 빠른 속도로 학문적 체계를 갖춰 나간 이유는 타 학문을 전략적으로 폭넓게 수용하여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갔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받아들여 조직행동이론을 수립하고, 수학과 통계학을 바탕으로 회계학과 재무학의 토대를 쌓았다. 경제학과 게임이론 등을 수용하여 경영전략이론으로 발전시키고, 정보기술을 경영에 접목하여 경영정보시스템이란 분과도 탄생시켰다.

경영학은 기업의 경영을 다루는 응용학문으로서 이처럼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되거나 파생되면서 체계를 갖추어 나갔기 때문에 결코 타 학문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 P06 프롤로그 중



따라서 이제부터는 시선을 거꾸로 돌려 볼 것을 제안한다. 경영학 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타 학문의 입장에서 경영학을 바라보는 시건을 채택해 보는 것이다. 예술, 자연과학, 인류학, 사회학 등 우리가 흔히 경영학과 전혀 상관 없다고 치부해 버리는 학문의 체계와 관점 속에서 경영의 의미를 탐구하자는 제안이다.  – P8 프롤로그 중



위대한 아이디어는 레스토랑의 회전문에서 탄생한다. – 알베르 카뮈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 아르망 트루소


타 학문의 시선으로 보는 경영학



이 책은 타 학문의 시선으로 보는 경영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영학이라는 학문은 짧은 발전기간동안 주변 학문을 흡수-발전하는 형태로 생성되어 왔지만, 이제는 순수 타 학문의 시선으로 경영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장에서 저자는 ‘위기에 빠진 경영학‘이라는 이슈를 던진다. 새로운 이슈가 없어진 경영학은 이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영‘이라는 분야는 학문의 한 분야가 아닌 생태계의 현상들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전생태계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부. 경영의 기본: 경영은 과학이다.


여러가지 과학이론을 경영학에 접목해서 설명하고 있다. 약간 부자연스러운면이 있지만,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버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첫째,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에 있다. 평균이라는 ‘전형성‘에서 벗어나면 기업 내부에서 가차없이 보복이 가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을 올바르게 하려면

첫째, 타사의 결과만을 보지 말고 내면의 과정과 이슈를 중점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비록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해도, 엄격히 말하면 결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이다.
- 영국의 역사학자 배러클러프

둘째, 소위 일류기업이라 불리는 몇몇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역사학은 본질적으로 ‘변화‘의 학문이다. 역사학은 어제는 오늘과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가를 연구함으로써 내일은 어떤 점에서 오늘과 다를 것인가를 예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학문이다.

셋째, 확신을 얻기 위한 벤치마킹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넷째, 베토벤의 오류(과정과 결과가 서로 비슷할 것이라는 편견)를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벤치마킹을 100% 신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관성 타파의 리더십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실패를 연구해야 한다.
- 항상 제로베이스에서 판단해야 한다.

성숙한 기업은 낡은 구조와 오래된 정책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깨뜨린다. 그들의 성공비결은 어떠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타파하는 데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성장을 위해서 버려야 하는 것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의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사업의 시작단계에서 행하는 작업들은 특히 인적자원에서 기인한다. 핵심인재의 추가나 이탈은 사업의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조직의 역량은 프로세스와 가치로 이동한다. 놀라운 성공을 거둔 많은 기업이 상장 후에 사라지는 한 가지 이유는 프로세스나 가치를 구성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부. 경영의 이슈: 경영은 네트위크다.



우연을 허용하는 창발적 리더십
우연은 불확실성이고 불확실성은 위험이라는 생각은 아주 단선적인 사고방식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태도가 지나치면 세이프웨이처럼 기회를 잃고 자칫 추락할 수 있다. 경제학자 헤르베르트 기어슈는 “한번도 비행기를 놓쳐보지 않는 사람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항 대합실에서 허비한 사람“이라고 비꼰다.

세이프웨이가 고객만족 활동에 있어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면,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그와는 반대로 딱 한 장으로 된 고객만족 규정을 가지고 있다.

갈등을 조장하라
지나친 관리와 대응이 숲이 임계상태로 치닫도록 방치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것이 옐로스톤 산불이 그토록 맹렬한 기세로 오랫동안 타오른 이유였다고 멜러머드는 주장한다.(옐로스톤 효과)

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라
어떠한 네트워크라도 질서를 나타냄과 동시에 약간의 무질서(지름길)을 포함하고 있다면 좁은 세상 효과가 창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 보기엔 질서 정연한 체계나 제도보다 어딘지 모르게 약간의 엉성함, 중복, 무질서함이 포함된 쳬계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닐까?

조직이 개인보다 먼저다.
미국의 개인주의는 항상 ’1명의 아이콘‘을 옹립하기 위해 애쓴다.
역사학자 애드워드 H. 카
개인의 천재성을 역사의 창조력으로 간주하려는 욕망은 역사인식의 원시적인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개미로부터 배우는 창발적 경영

단순함의 원리는 통해 세계적인 유통체인으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 샘 월튼이 세운 월마트이다. 보통 사람들은 창업주의 선견지명과 사업 초기부터 정교하게 수립한 계획을 밑바탕으로 사전 계획을 수립해 성장한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월트은 사실과 다른 그와 같은 찬사를 들을 때마다 낄낄거리고 웃었다고 한다.

월마트는 ‘번식하라, 변화하라, 강자는 살고 약자는 죽게 하라‘는 단순한 경영 원리를 충실하게 준수하고 반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월튼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잭 웰치는
기업 경영은 무슨 우주과학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다.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진실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철저히 실행하는 데 경영의 비결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인터넷의 막강한 힘은 컨텐츠의 질과 양때문이 아니라, 사용자 간의 상호 교류에서 나온 것이다. 컨텐츠의 질이라면 지구촌 최대의 지식 창고라고 불리는 미국 의회도서관이 더 낫지만, 지식과 정보가 교류되는 양을 따지면 인터넷에 비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조직의 숨겨진 힘은 기술과 지식, 노하우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 나누고 새로이 창출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창발적 경영의 핵심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협력의 규칙을 준수하고 일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개인들의 조화로운 행동 속에서 발현될 수 있다.




3부. 경영의 미래: 경영은 철학이다.



나무에 집착하지 말고 숲을 보라

환원주의(<=>전일주의)는
전체를 잘게 쪼개어 각 부분의 매커니즘을 밝혀내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패러다임이다. 다시 말해, 부분을 모두 합하면 전체가 되고 전체는 다시 부분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리처드 도킨스
환원주의란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고 싶은 솔직한 욕망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항공기를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엔진일까? 날개일까? 둘다 아니다. 디지인된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엔진과 날개 사이의 ‘관계‘이다.

경영기법이 문제를 낳는다.
그야말로 경영기법은 기업경영을 ‘환원‘시키려는 시도이다. 새로운 경영기법을 검토할 때 그것이 우리 조직에 맞는 옷인지 먼저 전사적인 시각에서 ‘가봉‘해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기업의 진화는 과연 진보인가?

이에 대해 고생물학자이자 진화론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생명의 진화를 곧 진보로 이해하는 에드워드 월슨과 같은 과학자들의 생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생명의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생명의 ‘다양성‘이 증가되는 과정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풀어서 말하면, 박테리아로부터 시작하여 복잡하고 몸집이 크며 지능이 높은 종이 출현한 것은 어떠한 사전 계획이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예정된 것이 아니라, 복잡해지고 몸집이 커지며 지능이 높아지는 쪽으로 일어난 변이가 우리 눈에 그저 ‘잘 띄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진화는 다양성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다.

기업생태계에서 기업의 역사는 생명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다양성 측면에서 확장되고 있다. 굴드의 주장처럼, 기업의 진화는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 꼬리가 길어진 ‘변이의 확대’, 즉 다양성의 증가로 봐야 한다.

문화의 진화는 결코 진보가 아니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겻이다. 문화의 진화는 그저 변이의 진행이며 ‘다양성 확대‘와 동의어일 뿐이다. 문화가 기업사회를 포괄하고 기업사회가 인간 문화의 산물이라고 간주한다면, 그리고 문화의 변화와 동일한 메커니즘에 따라 기업이 변화한다고 생각한다면, 기업의 진화 혹은 혁신을 진보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퇴화를 통한 진보
기생충은 생태계 내에서 퇴화를 통한 진보를 이룬 대표적인 생명체이다. 이들은 생존과 생식에 필요한 최소의 기능만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삭제하는 방햐으로 진화(퇴화)함으로써 독립생활을 하는 생명체의 4배 정도에 이를 정도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퇴화를 통한 진보‘라는 말은 현실에 안주하며 최소한의 노력만을 기울이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퇴화의 목적은 잘 적응하는 것이고, 잘 적응한다는 것은 시시가각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면서 환경의 적합도를 높여 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생명체로서의 기업에 대하여
조직에 대한 기계론적 인식
조직에 대한 생명체적 인식

조직은 기계이면서 동시에 생명체이다. 기계론적 인식과 생명체적 인식 사이에서 우리는 그 동안 전자 쪽에 너무나 경도되어 있다. 이것이 수많은 기업에서 시도한 변화관리가 실패로 끝난 이유이다.

미래학자 헤이즐 헨더슨
이윤은 사회 또는 환경 수탈의 대가로 받는 사적 또는 공적 소득이 아니라, 참다운 부의 창출만을 의미하는 어휘로 바뀌어야 한다.

과학으로 읽는 경영학
‘경영학에 새로운 이슈가 없다’ 고객들의 눈을 확 잡아 끌 수 있는 ‘킬러’ 경영이론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컨설팅 영업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소리이다.

경영과 관련된 책 대부분은 경영의 본질보다는 기법과 도구에 치중해 있습니다. 그런 책을 읽을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철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책들이 이미 경영학에서 고민하는 문제의 본질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의 이러한 ‘벽 쌓기‘는 학문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겠지만, 학문의 권력화를 위한 벽 쌓기는 결국 학문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식의 계속적인 파편화와 그것으로 인한 철학의 혼란은 실제 세계의 반영이라기보다는 학자들이 만든 인공물일 뿐이다.” – 에드워드 윌슨




위기에 빠진 경영학이 가야 할 길


예를 들어 마케팅을 전공하는 사람은 더 이상 기교에 홀려 있으면 안 된다. 축제 마케팅인, 어워드 마케팅이니, 향기 마케팅인 하는 것들에 천착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자기 살 깍아 먹기이고 자기 파멸의 신호이다.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이므로,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등의 사회과학적인 지식의 스펙트럼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무엇보다도, 경영학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기업의 리더들은 반드시 생태학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갖춰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봉착한 여러 가지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기술 등의 문제는 그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인간과 기업이 생태계의 책임 있는 일원임을 망각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생태계의 자기 균형, 자기 조정, 자기 정화 등의 메커니즘을 깨뜨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면 기본적으로 생명과 생태계, 지구와 우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경영학 커리큘럼에 생태학은 필수과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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