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마치 자신의 선택이 이성적이고 타당한 것이라는 듯
차근차근 답했다.
"좋다. 나는 그렇다 치고 당신은? 당신은 이제부터 고기를
안 먹겠다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제까지?"
"......… 언제까지나."
말문이 막혔다. 요즘 채식 열풍이 분다는 것쯤은 나도 보고들은 것이 있으니 알고 있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생각으로,
알레르기니 아토피니 하는 체질을 바꾸려고, 혹은 환경을 보호하려고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된다. 물론, 절에 들어간 스님들이야 살생을 않겠다는 대의가 있겠지만, 사춘기소녀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 살을 빼겠다는 것도 아니고, 병을 고치려는 것도 아니고, 무슨 귀신에 씐 것도 아니고, 악몽 한번꾸고는 식습관을 바꾸다니. 남편의 만류 따위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 저 고집스러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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