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의 강아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39
안톤 판 헤르트브뤼헌 그림, 에드바르트 판 드 판델 글 / 지양어린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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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의 강아지

- 이현숙 -

에드바르트 판 드 판델|그림 안톤 판 헤르트 브뤼헌|역자 최진영|지양어린이|2016.01.15.

 

상상의 세계는 무한하다. 아이와 동물과 자연이 손을 잡으면 그 상상의 숲은 더욱더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거칠게 달려가듯 뻗어 있는 나뭇잎과 역동적인 자연의 묘사로 가득한 [니노의 강아지]. ‘니노의 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강아지처럼 장면마다 숨어 있는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만난 그림책이다.

 

2015년에 세계 삽화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은메달과 프랑스 마녀상2014년 벨기에 부큰 파우브최고 삽화상, 네덜란드의 홀든 팔렛최고 삽화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 첫 번째 면지에 상장처럼 박혀 있다. 글을 쓴 에드바르트 판 드 펜델은 10회 이상의 수상 경력이 있는 네덜란드의 작가이다. 그림을 그린 안톤 판 헤르트브뤼헌은 자연 속에서 살며 일상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미술 작가이다. 수상내역과 두 작가의 소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색감의 보색 대비와 주인공의 마음을 장면마다 상상하게 되는 내용 전개가 매우 인상 깊었다.

 

니노는 먼 곳에서 가끔 소식만 전하는 아빠의 부재 속에서 엄마와 살고 있는 소년이다. 니노에겐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상상 속 강아지가 늘 함께 했는데, 어느 날 진짜 강아지가 선물로 도착했다. 그러나 진짜 강아지는 상상 속 강아지와 모든 면에서 달랐다. 니노는 진짜 강아지가 있지만 여전히 아기 사슴과 얼룩말, 기린, 코뿔소 등을 상상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이겨나간다.

 

단 한 번 뒷모습으로 등장하는 엄마와 의자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 비해 소식만 듣고 상상하는 니노의 아빠는 훨씬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홍학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는 장면에 겹쳐 등장한 니노 아빠는 비행기 조종사를 연상하게 한다. 홍학들이 마치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대각선으로 비상하기 때문이다. 니노의 방은 엽서와 전통가면, 우주선, 비행기, 우주인, 지구의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먼 곳에서 아빠가 보내준 선물로 방을 꾸며놓고 울고 있는 니노. 상상 속 강아지는 그런 니노의 눈물을 핥아주는 존재였다. 마치 아빠를 대신한 것처럼. 반면 진짜 강아지는 교감은커녕 낯설고 불편하기만 한 존재다.

 

니노의 상상 속 동물들은 투명한 무채색이지만 당당하고 매우 사실적이다. 슬픔과 그리움을 공유할 수 있는 동물들에 둘러싸여 평안하게 잠을 자는 니노의 모습은 삶에 지쳐 고단한 영혼을 내면 깊은 곳에서 쉬게 하는 치유의 이미지와 같다. 성장한다는 것은 밤의 어둠처럼 무섭고 낯설지만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한밤중 지붕위에 올라가 별무리를 바라보며 현실의 위로가 없어도 괜찮다고 마음을 꾹꾹 다지는 니노의 모습이 나의 어릴 적 숨겨둔 마음에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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