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강물
마광수 지음 / 책마루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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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라 하면 워낙 우리 사회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식의 느낌이 강해서인지, 기회가 닿는다면 그의 책을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자유 성애론자, 연세대 교수직 제적, 작가이자 시인이자 교수이자 화가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그에 못지 않은 파란만장한 인생이 아마도 마광수라는 한 개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지 모른다.

 내 아무리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파격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에 앞서 나 역시 지극히 소심한 한 여성인지라 마교수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예전에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마교수가 여성의 섹시미니 성의 상품화니 예쁘고 섹시한 여자는 어쩌니 하며 은연중에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말마따나 백발의 늙은, 그것도 본인의 외모도 딱히 상태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 나와서 여성의 외모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이 솔직히 말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 전에도 사회 전반에 걸쳐 팬보다는 안티가 많은 사람인데, 그 토론 이후 수많은 여성들과 적대적 관계에 놓이게 됐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때야 그저 표면적인 수준으로만 상대를 이해하려 했던 철없던 시절의 얘기고,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 딱딱하고 보수적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외쳤던 사람이야말로 마광수는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다른 건 물리치더라도 어쨌든 마광수라는 사람은 성을 '성' 그 자체로 보고, 사랑 또한 '사랑' 그 자체로 본다. 역설적으로 순수한 인간이다. 그러니 이 세상은 달리 표현하면 얼마나 아이러니란 말인가.

 마광수의 신작 장편소설 <세월과 강물>은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우곤 있지만 읽는 내내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도 한 편의 자서전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소설 특유의 허구성보다는 자전적인 고백을 앞세우는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마광수 바로 그 자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번민과 방황의 계절, 그가 겪었던 사랑, 성에 대한 솔직한 생각, 죽음에 대한 단상을 시종일관 담담한 어투로 풀어놓고 있다. <세월과 강물>이란 제목과 걸맞게 마치 '강물처럼 한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묘사하는 것처럼 강물을 따라 흘러간 자신의 이야기들을 고백하는 형식이다.

 그는 확실히 염세적인 사람이다. 간단히 읽을 수 있을 만큼 짧고 간결한 스토리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때로는 불편한 순간도 있다. 무엇보다 정상적 궤도를 정답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가 살아온 방식, 그가 쭉 가지고 온 가치관이 미덥지 못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마광수는 희망을 믿지 않는 사람이다. 희망이 얼마나 거짓된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의 인생에는 별다른 기대감이 없다. 그에게선 오직 현재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허무한 냄새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허무야말로 진실한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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