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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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을 포함하여 바다 건너 다른 나라들은

다양한 장르소설들이 즐비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괜찮은 '장르소설' 하나를 건지기란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까?

여전히 순수문학을 지향하고, 정통적인 문학이론만을 고집하는

문학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절대적인 이상

장르문학 쪽은 원소스 멀티유즈의 과정을 거쳐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기 전까지는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 문학계의 참담한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처음 접하는 이 작가 한상운... 어딘가 심상치 않다.

작가의 이력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현재는 손예진, 한석규 주연의 영화 <백야행>(일본소설 <백야행>이 원작)의

시나리오를 각색 중이고

무협소설, 판타지소설, 그리고 연애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꽤 젊은 작가인듯 싶다.

거기다 학교 다니던 시절 늘 공부만 해왔던 모범생이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뙤약볕 아래에서 삼성원서를 받던 중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무언가(?)가 와락 폭발하여

다 때려치우고 지금은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니...

작가의 이력부터가 어딘가 괴짜스럽게 느껴지면서 매력적이다.

 

작가부터가 매력적인 느낌이 들어서일까.

처음 접하는 이 작가의 장편, <무심한듯 시크하게>에 등장하는 남자 정태석.

이 주인공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대한민국의 열혈 형사 정태석.

학창시절 때부터 어지간히 엄마 속 썩여가며 공부는 지지리 못했어도

싸움과 의리라면 둘째가라도 서러웠던 남자.

잘생긴 외모와 특유의 시크한 성격, 운동으로 다져진 잘 빠진 몸매 덕에

주변에 늘 여자들이 득실거려도

정작 '진짜 사랑'을 하기엔 어딘가 자신감이 1퍼센트 모자란 의외의 소심남.

대충 차려입은 듯 하면서도

길거리를 지나칠 때 누구나 한번쯤은 '뒤돌아 볼만한' 감각을 소유한 매력남.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엔

"단 1퍼센트"의 관심도 없는 무심하고도 시크한 남자, 정태석.

 

그의 관심이라면 오직 하나.

파트너인 선배 형사 병철과 콤비를 이루어

현재 뒤쫓고 있는 마약조직원을 모조리 소탕하여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아 말단계급에서 일약 승진하여 돈방석에 앉는 것!

이제는 은퇴를 염두에 둬야 할 정도로 비실비실해진 형사 병철과

의욕만 앞설 뿐, 머리 굴리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 젊은 형사 태석.

이 둘은 과연, 악질적인(?) 무리들을 모조리 소탕한 후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을까...?

 

태석과 병철, 이 못말리는 경찰 콤비는

마치 과거의 영화 <투캅스>에서 환상의 연기호흡을 보여주었던

박중훈과 안성기가 떠오를 만큼 코믹하면서도 리얼했다.

특히 태석과 병철이 마약거래자를 붙잡기 위해 몰래 잠복했던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여자, 현경이

훗날 태석과 알게모르는 사이 연인으로 발전해가자

은근히 질투를 느끼던 병철이 태석을 향해

"야, 너 아직도 제시칸지 뭔지에서 알바하던 애랑 사귀냐?"

라는 대사를 툭 던졌을 때,

정말 미칠 정도로 웃겨서 눈물까지 찔끔 흘려가며 데굴데굴 굴렀다.

왜냐하면 현경이 처음 나이트에서 태석 일행과 만났을 때  

자신의 별명을 '제시카 알바'라고 소개했기 때문에... ㅋㅋㅋ

 

그 이외에도 톡톡 튀는 맛깔스런 대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역시 순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르소설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그들과 1:1의 대결을 펼치는 액션씬의 묘사와 추격 장면,

또 최고 요주의 인물, 마약운반책 변성수의 연인인 오선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태석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오랜만에 깔끔하고 유쾌한 소설 한편 잘 읽었다~ 라는 느낌이었달까.

 

태석이란 남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어쩌면 가장 '흔하지 않을 법한'

어느 여자라도 '절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한'

그런 남자인 것 같다.

 

무심한듯 시크한 그 남자, 정태석.

이 책을 통해 모두 정태석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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