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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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의 행적을 고하노라

길가메시, 이 세상 모든 걸 알았고,

모든 일들을 경험했던 사람이다.

모든 문제에 현명했던 사람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기본 주제지만, 시는 그 이상을 다룬다. 한 인간의 지혜에 이르는 여정, 성공과 실패로 다져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를 전하면서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간 상황을, 그 생사와 진실의 순간을 깨닫게 할 만한 심오한 통찰을 준다.

서사시 핵심 배경은 수메르 땅의 고대 도시국가 우루크다. 당대 최대 도시인 우루크를 통치하던 전제군주 길가메시는 어머니가 닌순 여신이어서 반은 신이었지만 그는 영생할 수 없었다. 길가메시는 불멸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우루크로 돌아가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

길가메시는 3분의 2는 신이고, 3분의 1은 인간인 신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신들이 길가메시를 창조할 때 완전한 육체를 주셨고 아름다움과 용기, 거대한 들소처럼 강한 힘을 주어 보통 사람들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도시 주위에 완벽하고 장엄한 성벽을 쌓을 수 있었다.

길가메시가 처음에는 폭군이었다. 백성들은 폭정에 지쳐 기도를 한다. 우르크에 평화가 올 수 있도록 길가메시에게 그와 닮은 친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아루루라는 신은 그 기도를 들어주고 엔키두라는 친구를 보내준다.

엔키두와는 처음에 만나 싸우지만 엔키두가 길가메시가 강하다는 걸 인정하고 항복하고 둘은 친구가 된다. 길가메시는 엔키두와 싸우면서 자신이 폭력적이라는 걸 알게 되고 참다운 왕이 무엇인지 깨닫고 폭군에서 영웅의 길로 들어선다.

둘은 훔바바 삼나무 숲에 사는 괴물을 함께 물리치기로 한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험을 떠났다.

"나 길가메시는 한 괴물을 찾으러 간다. 그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내가 향나무 숲에 들어가 그를 정복하고 우루크 아들들의 힘을 보여주면 온 세상이 이 일을 알게 되니라. 나는 이모험을 하기로 작정했다. 산을 오르고 향나무를 베어내어 내 이름을 영원히 남길 것이다."

이런 길가메시에게 반한 이쉬타르 여신이 청혼하지만 길가메시는 바람둥이 여신에게

"한 남자를 끝까지 사랑한 적이 있습니까?" 묻고 거절한다. 그동안 이쉬타르와 사랑에 빠진 남자들은 불행에 빠져 파멸했다.

모욕감을 느낀 이쉬타르는 아버지에게 길가메시를 처단하도록 하늘의 황소를 달라고 했고 하늘의 황소 구갈안나가 나타나 우루크의 백성들을 죽인다.

"친구여 우리 약속했지요?

우리 뒤에 영원한 이름을 남기자고"

엔키두와 길가메시는 또 힘을 합쳐 하늘의 황소를 죽인다.

사내들 중 누가 가창 헌칠한가?

누가 가장 빛나는 사람인가

길가메시가 사내들 중 가장 헌칠합니다.

가장 빛나는 사람입니다.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명성이 절정에 올랐지만 신들은 하늘의 황소를 죽인 자를 처형하기로 하고 한 명을 죽이기로 한다. 엔키두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무기력해지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엔키두가 죽는 모습을 본 길가메시는 그동안 두렵지않았던 죽음이 두려워졌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내 뒤를 쫓아오는 자.

그 탐욕스런 자.

죽음, 그가 내 침실에 앉아 있습니다.

내가 어디를 돌아보아도 그곳에 죽음, 그가 있습니다.

길가메시는 심연을 본 사람이라고 한다.

그 심연은 마음 속 심연일수도 있고 영생의 식물을 찾기위해 들어간 바다 깊숙한 곳을 말한다.

길가메시는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간 바닷가에서 현명한 늙은 여신 신두리를 만난다.

길가메시여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당신이 찾고 있는 생명을 당신은 결코 찾지 못할 거예요. 신들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그들은 죽음을 인간의 몫으로 나누어 주었고 생명은 그들이 채어가 버렸기 때문에. 그대 길가메시여 당신의 배를 가득 채우세요. 밤과 낮을 즐어운 일을 만들고 매일 향연을 베푸세요. 밤이나 낮이나 춤과 노래가 울려 퍼지게 하세요. 깨끗한 옷을 입고 머리와 몸을 씻으세요. 당신이 손안에 품고 있는 아이를 보시고 당신의 아내가 당신 품 안에서 기뻐하게 하세요.이러한 일들만이 인간이 관심 가져야 할 일이랍니다. 모든 살아 있는 인간은 죽기 위해 태어났고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자랑할 수 없기에 침착한 마음을 가지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견뎌내야 합니다.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마세요. 우리의 볼일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 순례자와 같이 우리는 정해진 곳을 향해 간답니다. 세상은 하나의 여인숙이며 죽음은 여행의 끝입니다.

길가메시는 신두리에게 지혜의 말을 들었지만 바다 심연에 들어가 영생의 식물을 꺾어 나온다. 길가메시는 젊음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샘에서 목욕을 하고 쉬고 있는데 뱀이 나타나 영생의 식물을 먹어버렸고 뱀은 허물을 벗고 가버렸다. 길가메시는 뱀을 위해 봉사했다고 실망했지만 다시 우루크로 돌아가 자신이 흙벽돌로 쌓아올린 우루크의 성벽 위에서 성벽의 위대함을 자랑한다.

길가메시, 지친 몸을 이끌고 세상 끝까지 고된 여행을 했던 사람이다. 우루크로 다시 돌아와 평화를 얻고 석주에 고난의 여정을 새겼노라.

길가메시는 여행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그가 찾고 싶었던 대답을 찾기 위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후 편안해졌다. 이 이야기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자각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로 수천 년 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인간의 한계와 극복 그리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해준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폭군에 불과했던 한 인간이 고대에 지혜자요. 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모험과 실패,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이자 영웅 신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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