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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술에 취해, 취리연구회.


여기, 재수 끝에 고향을 떠나 도쿄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한 사카즈키 조코라는 신입생이 있습니다. 한때 잘 나가는 아역배우였으나 소녀와 어른의 경계에서 일이 줄어 은퇴를 한, 조금은 쓰라린 경험이 있는 여학생이죠. 그런 과거가 있어선지, 조코는 청춘이라는 찬란한 시간을 빛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춘은 긴 터널이다.

누구나 눈을 꼭 감고 싶어질 정도로 밝은 빛을 향해 달리고 있을 터지만, 

터널 한 가운데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저 마구 달리는 이름 없는 영혼인 것이다. (9)


미스터리 마니아인 조코는 입학하자마자 대학 내 유명 추리연구회에 가입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죠. 조코가 가입하게 된 동아리는 ‘추리연구회’가 아닌 “취취취취! 취하면 이치가 보인다!”는 ‘취리연구회’였거든요.


“여긴 추리연구회죠?”

“보시다시피, 여긴 취리연구회지.” (17)


소설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취리연구회와 함께 한 일 년간 조코가 겪게 되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과 어울리는 술판이 벌어지고 그때마다 미스터리한 사건이 일어나죠. 조코는 이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고, 독자는 그런 조코의 추리에 동참하게 됩니다.


에피소드 내내, ‘취리 연구회’ 사람들은 내내 술을 마시고 내내 취해 있습니다. 어찌나 마셔 대는지 읽는 사람까지 술에 취한 듯 착각을 하게 될 정도예요. 그런데 이들은 왜 이렇게들 술을 마셔대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왜 그렇게들 술을 마셔대는 걸까요? 


술을 맛으로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자고로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거잖아요. 조코는 이곳이 술을 마시는 ‘취리연구회’임을 알고도 동아리에서 나가지 않습니다. 청춘이라는 빛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조코로서는 무언가에 몹시 취하기라도 하고 싶었던 것 걸까요?


하지만 주조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탓에 술을 물처럼 마셔온 조코는 술에 취하지 않는 체질입니다. 

그런데 왜 동아리에서 나가지 않는 거죠? 혹시... 술 보다는 다른 것에 취해버린 것이 아닐까요?



청춘에 취해, 미키지마 선배.


술과 청춘의 공통점을 알고 계신가요? 지나고 나면 자세한 사건보다 어떤 분위기만 기억이 난다는 것, 그게 이 둘의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술에 취한다, 청춘에 취한다고 표현하죠. 


그리고 취했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사건은? 네. 바로 연애입니다.


이쯤에서 조코가 ‘취연’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소개해드리면 좋을 것 같네요. 추리동호회 간판을 찾고 있던 조코에게 ‘취연’ 플래카드를 들이 밀어 착각하게 한 남자, 조코의 표현에 의하면 바다 밑바닥 같은 눈동자를 지닌 이 남자, 미키지마 선배 말이죠.


신기한 눈동자였다. 

바라보고 있는데 동시에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으면서, 

그런데도 조금도 모질고 정이 없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바다 밑바닥. 

나는 그 눈동자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17)


게다가 취연의 첫 술자리에서 미키지마 선배는 조코의 정체를 알아챕니다. 두꺼운 안경과 앞머리로 아역 출신이었던 걸 숨기고 있던 조코는 당황할 수밖에요.


선배는 재빠른 동작으로 내 안경을 벗기더니 말했다.

“역시 너, 그 사카즈키 조코지?” (18)


이뿐만이 아니라, 첫 번째 미스터리 ‘꽃에 취하는 로직’을 풀어가는 도중에 미키지마는 조코가 마시고 있는 물이 술이라는 것 까지도 알아챕니다. 조코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죠. 


사실은, 취해 있던 거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주제에, 취해 있었다. (52)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술에 취한 듯, 청춘에 취한 듯. 그렇게 조코는 미키지마에게 취해갑니다.



술도 청춘도, 신나게 취할 수 있다면야.


술에 취한 것인지 청춘에 취한 것인지, 취연이 좋은 건지 미키지마 선배가 좋은 건지, 어느새 조코는 호접몽 속 나비가 되어버립니다. 저는 그저 부럽더군요. 술이든 청춘이든 신나게 취해 버리는 조코가 말이죠. 


나는 미키지마 선배 옆에서 

계속 잠들지 못하고 파도 소리를 듣고 있던 탓에 

지독한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전차 안에서도, 영혼이 흔들리고 있었다.

도쿄행 오도리코 호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서서히 내 감정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내 교만함의 모순에. 더 이상 아역배우도 뭣도 아닌 내가, 

지금 취하게 만들고 싶은 건 단 한 사람뿐인지도 몰랐다.

옆자리에서 마찬가지로 별로 잠에 들지 못한 것 같은 

미키지마 선배의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 안에서 아직도 폭죽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있었고, 

밀려드는 파도 소리는 전차 안의 소음을 지워 버릴 정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달과 바다 소리를 오가는 바람, 

넓적다리에 달라붙어 푹 쉬는 모래들. (141)


‘취연’과 함께 네 건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통과하는 조코. 그리고 조코의 곁에는 내내 미키지마 선배가 있습니다. 급기야 마지막 에피소드인 ‘눈에 취하는 로직’에 이르러서는 취연을 벗어난 사적인 공간에서 미키지마 선배와 마주치게 되죠. 


이쯤 되면 모두들 궁금해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미스터리인지 연애담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이 소설의 결말을 말이죠. 


하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이제 직접 읽어보실 차례입니다. 


힌트는 이 정도.


청춘은 긴 터널이 분명했다. 

우리들은 그저 마구 그 안을 달리는 유령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터널 안에서 뿅 하고 밝혀진 등불을 만난다면, 그걸 놓쳐서는 안 된다.  

꽃 불빛인지, 달 불빛인지,

눈 불빛인지 알 수 없지만, 

그걸 의지해, 

더듬거리면서 어둠 속을 나아가는 것이다. (2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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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종말 문학의 새로운 서브 장르를 개척하다.


종말 이후,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를 그리는 장르를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부릅니다. 이 장르는 다시 다양한 서브 장르로 나뉘는데요.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호러 장르와 결합해 영상에서 강세를 보이는 좀비 아포칼립스, 냉전시대의 유산인 뉴클리어(핵) 아포칼립스, 기상 대재앙을 소재로 한 자연재해 아포칼립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AI 아포칼립스, 전염병의 창궐로 인한 판데믹 아포칼립스 등이 있습니다.


타이틀만 봐도 아시겠지만 세부 장르를 나누는 기준은 종말을 맞이하는 형태입니다. 좀비가 등장하면 좀비 아포칼립스고 핵무기로 인해 파괴되면 뉴클리어 아포칼립스죠. 이렇게 다양한 서브 장르가 존재하지만 서사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종말 이후 남은 소수의 인류가 뭘 두고 다투겠습니까. 물, 음식, 연료 등이죠. 턱없이 부족한 물자, 문명의 붕괴, 법과 질서가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들의 다툼을 얼마나 잘 그려내는가가 이 장르의 성공 포인트입니다. 


-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종말 이후 살아남은 주인공은 인간 본성을 목도하고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죠. 하지만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존 때문에 이내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생존을 위한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살아있다는 건 누군가 죽어간다는 뜻이거든요. 이를 지켜보는 독자들은 그런 주인공을 응원하며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해 자문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한정된 자본을 두고 싸운다는 게 작금의 현실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역할도 하기에 다양한 질문을 해 볼 수도 있죠. 폭력, 살인 등의 적나라한 표현 때문에 간혹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사실 종말문학은 아주 지적인 장르입니다.


이렇듯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는 서사 자체의 변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은 장르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소재, 서브장르를 개척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죠. 그리고 여기 그 개척에 성공한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매튜 매서의 ‘사이버 스톰’입니다.


“테러리스트가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전자기 펄스로 공격하거나 무기화된 슈퍼버그(항생제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 박테리아)를 풀어 놓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래, 그런거”

“네가 정작 걱정해야 하는 게 뭔지 알아?”

“뭔데?”

나는 척이 또 집착할 거리는 던져주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부분에 관한 기사를 방금 읽은 탓이었다. 

“사이버 공격” (12-13)


기술 발전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소재는 계속해서 있어왔습니다.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도 그렇고, AI 아포칼립스도 기술 발전의 산물이죠. 하지만 전 세계는 핵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관련 협약을 맺으며 단단히 경계하는 중이고, 개인들도 반핵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 때문에 더욱 주목받게 된 인공지능의 경우, 기술 발전이 예상보다 천천히 진행되고 있어 인류를 위협할 고도의 인공지능이 당장 몇 년 안에 종말을 불러일으키긴 힘듭니다. (위험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때문에 뉴클리어나 AI 아포칼립스물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죠. 


그런데... 인터넷이라면 어떨까요?


“미국의 비상사태통제 시스템의 90퍼센트를 한 회사에서 관리하는 거 알아?”

“그래서?”

“그 회사 하나만 해킹하면, 쾅, 곧장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어.” (94)


급속도로, 게다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터넷은 보안문제나 관련 법규 등이 아직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고로, 인터넷 때문에 종말을 맞이한다면... 그게 당장 내일일 수도 있다는 거죠. 소설 ‘사이버 스톰’은 이런 현 시대를 반영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입니다. 소설은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두고 시작되죠. 눈이 내리고, 전기가 끊기고, 수도가 끊깁니다. 종말이 시작된 거죠.


“사이버 확전이요?”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총공격하는 것을 말합니다.”

앵커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사람들이 이 사태에 어떤 식으로 대비해야 할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래섬 교수는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았다 뜨며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기도하십시오.” (114)



인류의 우아한 퇴보를 경고하다.


모든 이야기는 반복과 변주로 완성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반복이 필요하고 이것은 장르화 됩니다. 주인공이 있다면 악당이 있어야잖아요. 종말문학에서 악당을 담당하는 것은 (대체로 악당이 등장하긴 하지만요. 그것보다 더 강력한 것이) 바로 종말이라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작가 매튜 매서는 무지까지도 지적하지요.

 

“공포, 공포야말로 진짜 적이야.” 그는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천장을 쳐다보다가 덧붙였다. “공포와 무지” (50)


반복이 계속되면 지루합니다.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변주가 필요합니다. 소설 ‘사이버 스톰’은 공포를 불러일으킨 주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아한 퇴보라는 말로 내가 말하려고 했던 건, 현재시대의 방법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 과거의 방법으로 돌아갈 길도 없다는 뜻이야.”

“예를 들면?”

“이번에 선적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물류 시스템이 한 예지. 예전에 큰 회사들은 한 도시 안에 십여 개의 지역 창고를 둬서 각각 저장과 분배를 할 수 있게 했어.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중앙 창고 몇 개만 두고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바로 배송을 한단 말이야. 창고에는 거의 물건이 쌓이지 않아.”

공급망이 망가졌을 때 지역 창고에 물품이 남아 있지 않은 게 문제다?

“맞아. 지금 상황이 그래. 물품들을 보관해 두는 지역 창고가 없다는 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지탱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참 극단적이야. 시스템을 지탱하는 다리 하나만 부러뜨려도, 예를 들면 물류 시스템만 망가뜨려도, 피융” 척은 손에 대고 바람을 불며 덧붙였다. “죄다 박살이 나버려. 이런 식의 공급망은 공격당했을 때 타격이 크지.” (214-215)


인류의 우아한 퇴보, 그것이 불러올 종말을 알아채지 못한 (혹은 알았어도 무시한) 인간들의 무지. 소설은 경고합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지금의 문제를 알아야 한다고. 소설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는 더 이상 말이 마차를 끌던 때로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요. 



부족한 서사를 정보로 메우다.


실제 사이버 보안 전문가로 일해 왔다는 작가 매튜 매서는 현재 사이버 환경의 문제를 상당히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사건으로 만들어 전달해주기 때문에 주인공을 응원하며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새 이해하게 되거든요. 강의를 통해 알고자 했다면 꾸벅꾸벅 조느라 놓쳤을 만한 정보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정말... 본전은 뽑고 남아요.


그러나 작가에게 있어 자료조사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죠.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설명적이 되기 쉽고, 철저한 고증에 입각하다 보면 인물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소설 ‘사이버 스톰’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초반의 흥미가 끝까지 지속되질 않았어요. 재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흥미롭지가 않았달까. 사이버 공격이라는 소재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대단히 흥미로워서 초반은 정신없이 몰아치지만, 후반은 기존 종말 문학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이지만,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 그 희소성이 없달까요.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단히 쉽고 잘 읽힌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영화화 되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도 전문 셰프가 만든 것과 내가 만든 것에는 큰 차이가 납니다. 이야기의 뼈대가 될 반복도, 맛깔나게 양념을 쳐 줄 변주도, 다 그만큼의 경험과 노력을 통해 얻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1인 출판으로 아마존 SF 1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작가의 뚝심과 저력은 증명이 된 것 같고, 서사의 아쉬움은 작가 본인의 몫으로 남겨두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랄까... 이 책의 한 줄 평을 말하자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랄까요. 아 물론, 만 오천원이라는 가격도 아깝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본전은 뽑는 장사예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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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소재 : 실화, 도끼살인마 연쇄살인사건.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서비스업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사기꾼이라고 불러야 할까.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들여다 볼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펼치도록 해야 하고, 소파에 몸을 묻고 주말 예능을 보려는 사람들이 극장으로 가 영화를 보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자신이 펼친 책 속 이야기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될 때 재빨리 휴대폰이나 TV를 켤 수 있고, 관객은 자신이 낸 티켓 값을 아까워하며 다신 영화관에 오지 않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소설이나 희곡,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들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것처럼, 소재를 찾아 헤맨다. 단 한 줄의 카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기에, 사람들이 휴대폰이나 TV가 아닌 한 권의 책을 집어 들도록 해야 하기에, 작가는 언제나 매혹적인 소재를 필요로 한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가 만든 이야기에 사람들이 푹 빠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독자나 관객을 유혹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독자는 사람이고, 이야기 속 인물이 허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실화라면 어떨까. 누구나 뻥이라고 생각할 만한 기막히게 재미있는 이야기보다 뉴스에서 나오는 그런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게 사람일진대... 당신이 작가라면? 흥미로운 실화를 소재로 한 글을 쓰겠는가. 아니면 꽤 재미있는 소재를 들고 이야기의 핍진성을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 할 것인가. 


그리고 여기, 1919년 미국에 실제로 있었던 연쇄 살인마를 소재로 한 소설이 있다. 바로 레이 셀레스틴의 소설 ‘액스맨의 재즈’다. ‘1919년 5월, 뉴올리언즈’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급기야 실제 살인마가 작성했다는 편지로 오프닝을 장식한다. 


이제 지상의 시간으로 다음 주 화요일 밤, 정확히 12시 15분에 뉴올리언즈를 지나갈 거야. 내 무한한 자비를 베풀어 너희에게 자그마한 제안을 하지. 잘 봐.

나는 재즈 음악을 아주 좋아해. 지옥의 모든 악마를 들어 맹세컨대 내가 말한 시간에 집에서 재즈밴드가 한창 연주중이면 그 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거야. (16) 도끼 살인마의 편지 중


이제 독자들은 실제와 허구, 그 사이를 헤매며 범인을 찾아야만 한다.



설정 : 1919년 미국 뉴올리언즈, 그리고 재즈


소재를 찾은 작가는 사건이나 인물 등, 큰 설정을 잡아나가기 시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 이 과정은 쉽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도리어 더욱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휴대폰이 등장한다면? 당신이 만든 작품에 옥의 티가 있다고 외치는 독자들을 생각해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음악가들이 큰돈을 약속받고 시외로 돈을 벌러 나갔지만 파렴치한 기획자나 수상한 음반 제작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인적이 드문 곳에 묶어 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그 음악가들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뉴올리언스로 돌아와서 다시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모습을 봤다. 심지어 음반회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거액의 계약을 제시해도 능력이 출중한 연주자들은 하나같이 제안을 거절했다. 솔로 연주를 녹음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도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심지어 프레디 케퍼드는 공연에서 손 위에 손수건을 올려놓고 연주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볼 수 없어서 그의 연주를 따라할 수 없었다. 그럴 정도로 불신이 팽배했다. (407)


소설 ‘액스맨의 재즈’는 이 과정을 대단히 훌륭하게 해 낸다. 도끼살인마 사건의 배경인 1919년 미국의 뉴올리언즈를 재현하고, 단지 풍경의 재현을 넘어 당대 흑인 사회와 ‘재즈’라는 문화를 이야기에 녹이기까지 한다. 


아이다는 보도에서 내려온 후, 줄지어 가는 조문객 행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주자들의 얼굴을 훑어보며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아마도 유일한 친구가 있는지 찾아봤다. 얼굴이 통통하고 제2코넷을 부는 젊은 호른 연주자였다. 본인이 아직도 이름을 프랑스식인 ‘루이’로 바꿔 발음하지 않다보니, 아이다를 비롯한 배틀필드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루이스 암스트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24)


이 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으나, 이 작품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재즈 연주자 ‘루이스’의 모델은 ‘루이 암스트롱’이다. 작가는 이를 완전히 드러내지도, 완전히 거부하지도 않은 채 독자를 현혹시킨다. 실제 일어난 도끼 살인마 사건, 그리고 실제 인물인 루이 암스트롱과 그가 살았던 1919년의 뉴올리언즈. 이처럼 작가는 실제와 허구를 적절히 섞어가며 관객을 유혹하고 이야기를 진행 시킨다. 



이야기 : 세 명의 인물, 하나의 사건.


미제로 남은 연쇄살인마 사건이라는 매혹적인 실화와 1919년 뉴올리언즈의 풍경과 유명 재즈 연주자의 한때를 엿보는 재미까지. 사실 이것만으로도 소설 ‘액스맨의 재즈’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해 당대의 풍경을 재현해 냈다면, 이제 인간에 대한 탐구를 통해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과 인물을 만들 차례다. 게다가 한 줄 카피에 매혹되어 첫 장을 펼친 독자를 마지막 장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는 줄이 팽팽하게 당겨진 이야기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세 명의 인물을 만들어 낸다. 당시 사회상으로는 허락되지 않았던, 흑인 아내와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경찰관 마이클. 한때 경찰이었으나 동료 마이클의 밀고로 인해 수감 되었다가 모범수로 가석방 된 루카. 마이클은 상부의 지시로 루카는 한때 신세를 졌던 마피아 카를로 마트랑카의 부탁으로, 한때 악연이었던 두 사람은 도끼 살인마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게다가 탐정이 꿈이지만 탐정사무소 비서자리 밖에는 구할 수 없었던 아이다도 소꿉친구인 재즈 연주자 루이스와 함께 도끼 살인마를 찾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더욱 긴박하게 전개된다. 왜 걸그룹만 해도 멤버 전원을 맘에 들어하는 것은 아니나 한 명이 좋아서 전체를 좋아하게 되지 않는가. 이렇듯 작가가 세 명의 인물, 하나의 사건으로 이 소설을 구성하면서 독자는 셋 중 적어도 한 사람에겐 이입하고 응원하며 이 사건을 따라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성이 단지 재미를 위해서였다면 이 작품은 단지 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붙잡아 두는 꽤 괜찮은 추리 소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걸작과 범작의 차이가 갈린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것을 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보고 있는 것 같이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달리 보고 있다네. 어떤 두려움이 그들 마음 깊은 곳에서 윙윙대느냐에 따라 다른 거야. 자신들이 이미 실제라고 마음먹은 것, 자신들이 가진 두려움이 만들어 낸 환상을 찾은 것일 뿐이야.” (486)


작가는 세 명의 인물이 각각 자신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시선과 판단으로 삶속에 던져진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또한 자신과 다른 타인의 삶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과거의 한 시대를 충실히 재현함으로써 사람이 처해진 사회적 환경에 따라 얼마나 다른 삶과 선택을 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결말에 이르러 이 셋의 이야기가 합쳐지는 순간, 독자는 이 세상의 일들이 단지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소설에서는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해 적절한 결말을 만들어 놓았으나) 실제 사건은 끝내 미제로 남았다고 하는데, 어떤 사회에서도 어떤 삶속에서도 나는 끝내 알지 못한 채 미제로 남는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 아닌가. 이렇듯 삶 속에 존재하는 그 다양한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소설 ‘액스맨의 재즈’를 읽는 재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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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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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발 경찰 추리물. 희소성이 있어 선택했는데, 재미까지 있어 대만족. 여섯건의 사건이 연결되며 내내 흥미롭다. 올해의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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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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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드,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 채 비통하게 죽은 자들.


최상층 골드부터 최하층 레드까지, 태어날 때 정해진 색에 따라 계급이 정해져 있는 미래 사회. 그 중 레드들은 인류가 살아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화성의 지하에서 테라포밍(지구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일은 화성 지층까지 내려가 광물을 캐는 것으로 상당히 고되다. 


주인공 대로우는 레드로, 어린 나이임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헬다이버’로 일하고 있다. 이쯤되면 모두 예상하실 수 있을 듯한데, 소설 ‘레드라이징’은 이렇듯 최하위계층인 레드소년 ‘대로우’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 세계의 규칙을 무너뜨리는 얘기다. 그런데 대로우가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넌 꿈을 위해 죽는 게 가치가 있다는 거잖아.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고. 넌 서서 죽는 게 낫다는 거지. 난 무릎을 꿇고 사는 게 낫다고 하고.” (69)


소설의 초반, 대로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가 변화하게 되는 이유는 사랑하는 여인 이오 때문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날 거라는 꿈을 위해 살아. 내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꿈. 아이들이 자기 ‘아버지’가 준 땅을 가지게 될 거라는 꿈.” 

“난 널 위해 사는데.” 내가 슬프게 말하자 이오가 내 뺨에 키스한다.

“그러면 넌 더 나은 것을 위해 살아야 돼.” (69)


이는 얼핏 ‘헝거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헝거게임의 캣니스도 처음엔 그저 보통 소녀였으나, 동생 ‘프림’을 대신해 헝거게임에 참가하게 되며 진실을 알게 되고, 끝내 혁명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다면 두 작품이 너무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레드라이징’은 ‘헝거게임’과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하늘, 한때는 그저 단어에 불과했던 말이다.” (61)


이오를 따라 나선 대로우는 숲을 발견한다. 레드들이 지하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이유가 화성을 지구처럼 테라포밍하기 위해서였다고 알아온 대로우는 큰 충격을 받는다. 화성의 테라포밍은 이미 성공했고, 누군가 레드들이 계속 지하에서 일을 하도록 진실을 감춰왔던 것이다.


헝거게임 속 13구역의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폭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 책의 레드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내 알지 못한 채 비통하게 죽는다. 그리고 대로우 또한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라 말 할 수 없지만) 죽는다.



2. 골드, 보았으나 알지 못하고 비루하게 살아남은 자들.


한 비밀 집단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죽음에서 돌아온 대로우는 지상으로 향한다. 이 세계의 진실에 관해 조금씩 알게 되는 대로우. 자신은 레드 중에도 로우레드로,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한 채 가족과 동료의 죽음을 비통하게 바라보기만 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네가 노예라는 것을 알았다면 더 행복했겠니? 아닐걸. 하이레드들이 알았던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더 행복해졌을 사람은 화성 땅 밑에 있는 10억 명의 로우레드중 하나도 없어. 자기가 노예라는 사실 말이지.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더 낫지 않니?”

“노예를 만들지 않는 편이 낫죠.” (157)


이제 대로우는 화성을 지구화 시키는 것처럼, 레드인 자신의 몸을 골드로 바꾸는데 동의한다. 골드가 된 그는,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지상 위에 살고 있는 하이레드의 삶이라고 해서 로우레드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골드가 아닌 모든 컬러들의 삶도 마찬가지로 노예의 삶이라는 것을.


브라운 하나가 부엌으로 간다. 핑크 여성이 내 어깨를 마사지한다. 마테오가 내 방에서 구두를 닦는다. 물론 이런 일들을 하는 기계들이 있지만, 골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기계로 하지 않는다. 권력을 써야 하니 말이다. (202)


이야기가 이쯤 진행되면 골드의 인생이란 참 좋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보고도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인물에게 이입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먹이사슬의 맨 아랫단에 있으면서도 꼭대기에 있는 이에게 이입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러나 곧 골드의 삶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음이 드러난다. 진정한 골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골드 안에서 펼쳐지는 목숨을 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시스템이야. 낮은 컬러들은 촉진제를 사용해 아이를 낳아. 빨리 낳지. 고작 5개월만 임신한 다음 분만을 유도할 때도 있어. 옵시디언을 제외하면 우리만 9개월 동안 기다렸다가 태어나. 우리 어머니들은 촉진제도, 진정제도, 핵도 받지 않아. 왜 그런지 자문해 본 적 있어?” 

“순수한 제품을 낳기 위해.”

“그것, 그리고 자연에게 우리를 죽일 기회를 주기 위해서야. 품질관리 위원회는 골드 아이들 중 13.6213%가 돌이 되기 전에 죽어야 한다고 굳게 믿어. 가끔은 현실을 이 숫자에 맞출 때도 있어.” (253)


골드가 되어 골드의 교육기관에 들어간 대로우는 이제 강한 골드가 약한 골드를 죽이고, 노예로 삼는 전장 한 가운데 놓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 골드를 죽여야 하는데...



3. 레드라이징, 비통하게 살아남은 자가 부르는 노래.


대로우가 골드가 되어 이 시스템을 무너트리리라 마음먹은 것은 비통하게 죽은 레드들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골드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대로우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에 관한 대답이 바로 이 책의 중반 이후를 차지한다. 그리고 후속편에도 이어질 것이다. 


“깊은 곳에 빠졌는데 수영하지 않으면 빠져죽어. 그러니까 계속 수영해야겠지?” (252)


사실 이런 장르에서 주인공의 승리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예상하듯 대로우는 골드의 세계에서 골드를 이기는 골드가 될 것이고, 레드의 내면과 골드의 외면을 가진 인물로 끊임없는 내적 갈등에 휩싸일 것이다. (더 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여기까지)


“권력을 잡았을 때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527)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무한경쟁 시스템.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 땅의 청소년들과 성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가르칠 수도 없다. 그 무한 경쟁에 내몰려 조금의 틈도 에너지조차도 가지지 못하는 이들을 붙잡고 일장 연설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재미가 있다면 어떨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토론회를 벌이는 것보다 TV 예능에서 하는 풍자 코미디가 훨씬 폐부를 찌르는데 효과적이지 않은가.


소설 ‘레드라이징’은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이다. 주인공 대로우가 레드로서 골드의 세계를 헤쳐 나가는 영웅 서사적 재미와 테라포밍한 화성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린 지금 우리의 모습을 경고하는 의미까지. 재미는 의미있는 것이고, 의미가 재미있는 것이란 말의 예를 찾으라면 바로 소설 ‘레드라이징’이 그렇다. 


적자생존의 법칙을 생의 법칙으로 알아온 사람들, 살아가는 것은 배웠으나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 바로 지금의 우리가 읽어 봄 직한 책이 아닐까 한다. 이것이 후속편 두 권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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