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한 판타지적 접근이 아닌 실체적 접근을 해보고 싶다면

스페이스 이코노미 - 지상에서 우주로, 부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시장의 탄생
채드 앤더슨 지음, 장용원 옮김, 이기주 감수 / 민음인 / 2024년 5월

‘나는 매일 우주에서 지구 구석구석을 촬영하는 플래닛랩스에서부터 

위성의 GPS 신호를 이용해 플레이하는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켓몬GO에 이르기까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궤도 접근에 의존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포괄하는 용어로 

‘우주경제(Space Economy)’ 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1. 우주 경제 투자 가이드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우주 경제란 ‘궤도 접근에 의존하는 기술제품이나 기술서비스’라고 정의한다. 역시 투자하는 사람이라 모든 산업을 볼트온(Bolt-on) 전략처럼 보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이런 산업을 전부 묶어 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물론 스타링크와 스페이스X를 비롯한 최신 기술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다룬 우주 경제에 대한 역사책이기도 했다. 기업의 성공사례나, 창업에 필요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준다거나, 곧 떠오를 신흥산업을 소개하는 등... 잠재력을 지닌 미지의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에게 우주 경제를 소개하는 투자 가이드이자,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우주산업에 대한 풍부한 인사이트를 전하는 책이다.

2. 우주 산업의 역사와 현재

내가 주식을 안해서 그런지 기업과 창업을 다루는 전반부보다는, 미국 우주산업의 역사를 다루는 6장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우주산업이란 게 무기개발은 해야겠는데, 국민세금을 쓰려다보니 아름답게 포장은 해야겠고... 그래서 우주에 진출하겠다며 로켓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민간으로 이동한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간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냉전이 끝난 후, 기술자들이 소련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국가 주도 사업을 만들었고. 그렇게 정부 주도로 진행되다 컬럼비아호 사고 이후, 민간으로 넘어오게 된 과정. 화성에 탑재물을 보내고 싶었던 일론 머스크가 러시아를 찾아갔다가 엄청난 돈을 요구하며 자길 완전 봉으로 취급하자 빡쳐서 직접 스페이스X를 창업하기로 마음먹은 이야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가 활용된 사례를 들며 최초의 우주전쟁이라고 말하는 등... 이렇듯 기술과 산업이 우리 삶 곳곳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평소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미지의 투자처를 찾는 분

우주 경제의 현재와 미래,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

기술과 산업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고 싶은 분

우주에 대한 판타지적 접근이 아닌 실체적 접근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기다려왔던 새로운 SF를 만나다

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ㅣ 수도승과 로봇 시리즈 1
베키 체임버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기다려왔던 새로운 SF를 만나다

보통 SF라고 하면 종말이나 전쟁 같은 잔혹한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로봇이나 외계인들이 인류를 말살시키려 한다거나, 자신이 이룩한 과학이론을 실체화시키려는 미친 과학자나, 고도화된 과학 기술을 전용해 권력과 부를 취득하려는 누군가의 욕망이라거나... 사실 SF라는 게 세계대전을 거치며 고도화된 무기에 대한 공포를 바탕으로 발전한 장르라서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달라지고 있고, 하늘은 나는 자동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는 좀 다른 SF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그에 대한 답변과도 같았다. 인간과 로봇이 구역을 나누어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상상력. 서로를 궁금해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이야기. 이렇게 새로운 소설을 읽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수도승과 로봇이 동행하는 힐링물

소설의 도입부에는 세계관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나온다. 소설 속 누군가가 집필한 책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으로 인류가 어쩌다 로봇과 구역을 나누어 살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데 기계들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생겨난 문제점을 해결하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듄의 세계관과 비슷하지만, 전개는 완전 다르다...!) 

평화로운 시티를 떠나 시골에서 방문객에게 차를 대접하는 다도승이 되기로 한 덱스는 정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다. (이 과정이 되게 귀엽다...!) 그러다 캠핑을 하러 간 덱스는 모스캡이라는 로봇과 마주치게 되는데... 로봇이 산다는 건 알았지만 만나본 적은 없었던 수도승 덱스,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로봇 모스캡. 우연한 사고로 인해 동행하게 된 둘의 여정을 따라가는 게 이 소설의 내용이다. 왜 수도승이 주인공일까? 궁금했는데 둘의 대화가 마치 불교나 고전철학의 문답 같아서 그렇게 설정한 것 같다. 이를 통해 독자 또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독특한 소설이랄까. 마치 철학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 여행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결말이 궁금해서 후속편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 (두 권이지만 얇아서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으니 한번 도전해보시길...!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SF 장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은 분

인간과 로봇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착한 SF를 만나보고 싶은 분

일상에 지쳐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분

수도승과 로봇처럼 독특한 친구들과 여행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

*처음에 ‘솔라펑크’라는 장르명을 들었을 때는 증기기관을 주에너지원으로 삼은 ‘스팀펑크’나 고도화된 사이버세상을 배경으로 한 ‘사이버펑크’처럼 태양열을 주에너지원으로 삼은 이야기를 생각했었다. 근데 ‘솔라펑크’는 그보다는 넓은 개념이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문명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캠페인이나 운동 같은 거라고. 변화하는 세상을 반영하는 장르...! 이러니 어떻게 SF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수학책이면서 역사책이자 평전 같은 책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삶의 해를 구하는 공부
카를 지크문트 지음, 노승영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고등수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여기서 수학을 배웠다는 건 수학 성적이 좋았던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정수, 유리수, 무리수, 실수, 허수 같은 수의 개념을 배운 적만 있다면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다들 까먹으셨을 텐데... 상관없습니다. 저도 그때그때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읽었거든요. 신기하게도 보니까 기억이 나더라구요...!) 수능 국어에서 비문학 지문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랄까. 그러니까 ‘수학’이라는 말에 쫄지말고 한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책이라는 것...!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다면 읽을 수 있습니다...!

수학책이면서 역사책이자 평전 같은 책

무엇보다도 책의 구성이 되게 마음에 들었다. 1부는 기본적인 수, 기하, 증명에 대해 2부는 패러독스나 수수께끼 같은 부분을 3부와 4부는 철학이나 사회에 적용되는 측면을 다루고 있어서 사고가 점차 확장되어 가는 느낌이랄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사실 튜링은 영화나 책도 꽤 있지만 대부분 인물에 집중한 이야기라서 ‘그래서 튜링이랑 컴퓨터가 어떤 관련인지...?’라는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자세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혀있어서 좋았다. 왜들 그렇게 튜링이 대단하다고 하는지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된 느낌이랄까.

저자의 재치가 돋보이는 책. 은근히 웃긴다...!

책을 읽다가 가끔 큭큭대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저자가 수학자들의 쫀쫀함?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들 때문이었는데,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수학자들은 그러지 않았다...!’라면서 작은 발견을 수학적 개념으로 확장시켜 간 과정을 설명해주는데 그게 너무 웃겼다. 역시 수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에 꽂히면 도무지 놓지 못하는 그 집착?이 수학적 재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수학자들은 명징하지 않으면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증명에 미친자들...)

그리고 저자가 개념들을 되게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하는 느낌도 받았는데, (그러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해 수식을 잔뜩 늘어놓기도 한다...) 저자가 수학을 찐으로 사랑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아니, 이렇게 재밋고 아름다운데 왜 수학을 사랑하지 않아요...?’라는 저자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해서 되게 사랑스러웠다. (윌북에서 나온 톰 필립스의‘인간의 흑역사’를 되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때도 저자가 너무 웃겨서 엄청 키득대며 읽었다. 역사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살면서 수학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본 적 있는 분

그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해해보고 싶은 분

역사와 평전을 좋아하면서 타 분야에 관심이 높은 분

한 번쯤은 수학과 친해지고 싶었던 문과생들에게 추천

오싹한 볼거리, 매력적인 캐릭터, 영상화가 기대되는 소설

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줄거리...

약물 중독을 극복 중인 맬러리는 다섯 살 남자아이 테디를 돌보는 보모로 일하게 된다. 부유하고 여유가 넘치는 테디 가족과의 생활은 맬러리에게 전에 없던 안정감을 가져다주지만, 마치 낙서 같은 테디의 그림에서 여자 시체가 끌려가는 모습을 발견하며 평온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데...!

1. 고전적인 공포물의 현대적 변주

줄거리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었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같은 귀신들린 집 공포물.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히치콕 영화의 주인공들.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뻔하달까. 이걸 어떻게 변주할지 궁금했는데 지금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설정들이 추가되며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작품이 된 것 같다. 특히 상처 입고 방황하면서도 타인들에게는 멋진 삶으로 보이려고 거짓말까지 하는 주인공 맬러리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 같아 공감도 가고 안타깝기도 했다. 부디 맬러리가 이 미스터리를 풀고 테디 가족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지만...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미스터리 공포물인 줄 알았는데, 후반에 나오는 반전은 거의 추리물이라 앞에 무슨 내용이 있었지...? 책장을 다시 넘겨보았을 정도. 좀 뜬금없다는 느낌도 있긴 했는데,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난 좋았던 것 같다.

2. 오싹한 볼거리, 매력적인 캐릭터, 영상화가 기대되는 소설

영상화가 예정된 소설들을 읽다 보면 ‘굳이...? 이걸 왜...?’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꽤 있는데, 이 소설만큼은 영상화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테디가 그린 오싹한 그림이나 주인공만 목격한 기이한 장면들은 영상으로 보면 더 무서울 것 같고, 고전적인 공포물과 현대적인 설정이 어떻게 조화롭게 연출될지도 궁금하달까. 하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주조연 할 것 없이 사연 있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한때 유망한 운동선수였지만 지금은 가족과 인연을 끊은 주인공 맬러리, 부유하고 친절하지만 가식적인 테디의 부모님,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듯한 마을 사람들, 유령의 존재를 믿는 비밀스러운 옆집, 그리고 맬러리를 좋아하는 잘생긴 청년까지... 숨겨진 얘기를 반도 안 꺼내놓은 것 같아 어떻게 각색될지 기대가 된다. 영상화가 된다면 챙겨보게 될 듯.

평화로운 마을, 부유한 저택을 배경으로 한 고딕호러물을 좋아하시는 분

결함 있는 주인공, 숨겨진 미스터리, 추리와 반전을 즐기시는 분

무더운 여름을 함께할 가벼운 공포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

[100자평] 엿보는 자들의 밤

엿보는 자들의 밤
빅터 라발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책을 덮는 순간 사랑하는 이를 꽉 안아주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러우면서도, 빛부터 어둠까지 세상 모든 색상을 전부 담아낸 다채로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