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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맨을 찾아서
리처드 치즈마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평점 :
1. 추리소설이면서 회고록이기도 한 독특한 형식
1988년 메릴랜드 주 에지우드, 10대 소녀들이 잇달아 사망하며 동네에 사는 리처드 치즈마라는 청년이 사건을 추적한다는 내용인데, 독특한 점은 그게 바로 이 책의 저자 리처드 치즈마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 자기가 나고 자란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이게 추리소설인지 회고록인지 모르겠지만 현실감만큼은 굉장해서 (심지어 사건 현장과 피해자들의 사진도 실려있다) 다른 소설에서라면 시시하게 보였을 장면들도 무섭고 오싹하게 느껴졌다.
2. 살인자보다는 피해자와 주변인들의 이야기
동창의 동생이라거나, 길에서 마주쳤던 이웃이라거나, 피해자들이 몇 다리 건너면 전부 아는 사이다 보니 슬픔과 절망 같은 주변인들의 감정이 상당히 잘 담겨있다. 사건이 전국으로 보도되며 변해가는 지역사회의 모습은 상당히 비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일반적인 추리물에서 느낄 수 있는 범인을 찾아내는 짜릿함 같은 걸 기대한다면 다소 김이 샐 수 있지만, 살인 사건을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3. 절대 작가의 말을 먼저 읽지 말 것. 반전이 있다!
끝까지 가면 반전이 있는데 이건 정말 모르고 보는 게 좋다. 반전을 알고 나서 (첨엔 좀 당황했지만) 이 책의 스토리보다는 형식에서 오는 매력이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그런 느낌이랄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나는 호!
박진감 있는 픽션보다는 현실감 넘치는 리얼스토리를 좋아하는 분.
범인만큼이나 피해자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
평범한 추리소설보다는 색다른 독서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