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의 일기 밀리언셀러 클럽 146
척 드리스켈 지음, 이효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전직 미 비밀 특수부대 요원 게이지 하트라인, 일기장을 발견하다.


“자네 서류를 전부 검토했다. 내가 원하는 적임자가 바로 자넬세.”

게이지는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며 당황했다. 이 미치광이 같은 대령은 즉답을 원하는 게 아닌가. 

“결정을 언제까지 내리면 되겠습니까? 제 경력이나 미래에 어떤 영향이...”

대령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손을 들어 올렸다.

“할 건가 안 할 건가. 내가 고른 두 번째 후보가 포트 샘에 있는데 헬기 시동을 아직 걸어 놨다. 자네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59)


본명 매튜 숀펠드. 한때 군인이었으며, 그것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특수부대원이었던 남자. 전역 후 게이지 하트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독일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각국 정보부의 비폭력적인 청부를 해 주는 대가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보원 장 제노아의 의뢰를 받아 독일 주관세청에 침투하게 된 게이지. 보일러 관에 도청기를 장치하려던 그는, 마감이 덜 된 방수판을 발견하고 수상히 여겨 이를 뜯어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의문의 물체를 발견하게 되죠.


게이지는 판을 내려놓고 손전등을 비스듬히 비추다가 바닥 밑구멍에 늘어져 있는 먼지 쌓인 보자기를 발견했다. 쥐가 물어뜯지 않길 바라며 손을 뻗어 큰 직사각형 물체를 꺼냈다. 부피가 제법 컸고 찢어질 것 같은 모슬린 천으로 싸여 있었다. 바닥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다리 사이에 보자기를 내려놓았다. 묶은 끈을 살짝 잡아 당겨보니 바로 끊어졌다. 아마도 보일러의 열기에 긴 세월 노출되어 말라 비틀어져 있었나보다. 오래된 천을 몇 번 잡아당기며 발생한 먼지를 손으로 휘저으며 물건을 유심히 쳐다봤다. 

책이었다.

게이지의 숨이 한층 가빠졌다.

“이게 어째서 여기 숨겨져 있지?” (64-65)


그러나 의뢰인이었던 장이 게이지의 수상한 행적을 발견하며 사건은 완전히 꼬이기 시작합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장이 이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었죠.


“들어갈 때 배낭 작은거 보이지? 건물 나올 때 봐봐.” 둘은 영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게이지가 건물에 들어설 때는 작았던 가방이 나갈 때면 터질 것처럼 두 배로 커져 있었다. 

장은 담배를 비벼 끄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헝클어진 머리를 더 헝클리며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니까 뭔가를 갖고 나갔다. 뭔가 큰 걸. 그러고 두 번 왕복했다고?” (72-73)



프랑스 정보원 장 제노아, 게이지를 추적하다. 


한편 게이지는 의문의 책을 읽어 보게 됩니다. 책은 그레타라는 유대인 여인의 1938년 일기였고, 알도라는 남자에게 학대를 당했으며,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고 적어두었죠.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이를 궁금하게 여긴 게이지는 추적을 시작하는데요.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이지는 수첩을 만지작거렸다. 적어둔 이름 하나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이상한 이름 하나.

알도.

일기장을 다시 열었다.

‘알도가 막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왔다. 승리감에 도취해 있었다.’

1938년. 안슐루스가 일어난 해였다. 오스트리아와의 소위 ‘우호적 합병’.

엘사.

‘불쌍하고 착한 엘사. 나와 다름없이 갇혀 있다.’

‘알도...... 아돌프.’

‘엘사...... 에바.’

게이지는 숨을 골랐다. 자판을 눌렀다. ‘그레타 드라이스바흐,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클릭.

그렇게 나왔다. 제 3제국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사이트. 히틀러의 사조직과 그의 직원 명단. 명단 끄트머리의 개인 회계사와 고문들의 이름을 지나 거친 흑백사진 하나와 함께 그레타 드라이스바흐라는 이름이 나왔다. (84-85)


일기장에 담긴 비밀을 알게 된 게이지.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변에 의문스러운 감시가 따라 붙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장은 게이지를, 아니 게이지가 장에게 알리지 않은 의문의 물건을 손에 넣으려 하고 있었죠.


아무래도 장은 게이지가 뭔가를 발견했고, 게이지가 그 와중에 챙겨 나올 정도로 그게 중요했다면, 그게 뭐든 간에 갖고 싶어 하는 걸 거다. 그게 가장 말이 되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니 게이지로서는 최대한 빨리 일기장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했다. 장이 게이지가 찾은 물건에 대해서까지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미리 말을 했어야 옳다. 그런데 여태 전화가 없다는 건, 결국 한 가지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장 제노아 요원은 게이지가 찾은 물건을 탐내고 있는 게 명백했다. (111) 


게이지는 연인인 모니카에게 일기에 담긴 비밀을 말해줍니다. 모니카는 완전히 할 말을 잃고 말죠. 


모니카는 몸을 일으켜 허리에 침대 시트를 감고 방을 건너 창가로 가 한참을 내다봤다. 결국 뒤를 돌아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돌프 히틀러,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반유대주의자가 사생아를, 그것도 절반은 유대인인 자식을 남겼다니.”

“아직도 살아있을지 모르는 자식을.”

모니카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131-132)


게이지와 모니카는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그레타의 가족을 찾아 일기장을 전해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장에게 붙잡히면 끝장이었죠. 그러자 모니카가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그 곳에 서점을 운영하는 자신의 사촌 미셸이 살고 있는데 분명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이죠. 결국 두 사람은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 도착합니다.



프랑스 마피아 조직원, 일기장을 탐내다. 


“오빠 아직 더 있어요. 내 말 잘 들어요.”

미셸은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휘둥그레진 갈색 눈동자로 모니카를 쳐다봤다. 입을 닫고 침을 꼴깍 삼켰다. 

모니카는 일기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들릴 듯 말 듯 하게 속삭였다. 

“오빠, 저 여자가 일기를 썼을 때 임신해 있었어요. 아돌프 히틀러의 아이요. 일기장이 몇 권이 더 있어요. 증거는 충분해요. 모두 이만큼 잘 쓰여 있고요.” (147-148)


문제는 미셸이 큰돈을 빚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악랄한 니키 아르노가 보스로 있는 프랑스 마피아 조직, ‘글레브’ 에게 말이죠. 게이지와 모니카가 휴식을 위해 호텔로 간 사이, 조직원 둘이 서점을 급습합니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미셸은 자신이 엄청난 가치가 있는 책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팔아 돈을 갚을 테니 며칠만 더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제발 내 말을 들어주세요. 한 번만 믿어주세요. 오늘 가게 문 닫는 대로,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나 최종 일정을 잡기로 했어요. 내일이면 파리로 가서 계약을 진행할 거예요. 늦어도 목요일까지는 약속한 금액을 입금할 수 있어요.”

레옹은 왼쪽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른쪽 눈을 찡그렸다. 

“그 물건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미셸이 불안스럽게 웃었다.

“제가 말을 확실하게 안 했네요. 가치를 알 수 없다는 얘기였어요. 하지만 책 주인을 제대로 찾아주기만 한다면 엄청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책이예요. 우리한테는 그저 평범한 책이지만요.”

“책이라고.”

“네.” (163)


마피아 조직원인 레옹과 브루노는 일기장의 내용을 말해줘도 그 가치를 알지 못할 인물이었죠. 하지만 일단 손에 넣기로 합니다.


레옹은 자리에 앉아 재킷에서 권총을 꺼내 옆구리에 숨겼다. 경통을 열어 장전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브뤼노에게도 하라고 시켰다. 

“우리 저기 들어가?” 브뤼노가 물었다.

“당연하지. 저 개자식이 나한테 줄 돈이 있잖아.” 레옹은 식탁위로 손을 뻗어 브뤼노의 재킷을 잡아끌었다. “넌 나만 따라와. 낌새가 이상하면 그냥 죽여. 알겠어?”

브뤼노의 눈이 새까매졌다. 

“내가 바본 줄 알지?”  

“닥치고 시키는 대로나 해.” 레옹은 일어섰다.

“그 ‘대단한 가치’의 물건 좀 가지러 가자” (178)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 인물들. 

그레타의 일기는 결국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요? 


탕! 

끝내,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이제 게이지는 어쩔 수 없이 옛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그는 바로, 게이지를 특수부대원으로 발탁했던 헌터 대령이었죠. 그리고 게이지를 그토록 괴롭혀오던 그의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헌터입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무뚝뚝한 소리가 들려왔다. 늦은 오후 운동을 막 마치고 저녁 뉴스를 시청하는 중에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제 목소리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기억나시면 이름을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잠시 침묵이 있었다. (213)


한편 휴가를 맞아 프랑스에 와 있던 런던 주둔 미 육군 수사관 데미안 엘리스가 이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하죠.


엘리스는 바닥에 있던 깨끗한 부분이 자꾸 생각났다.

“경찰서에 다시 돌아가셔서 과학 수사를 요청하세요.”

과학 수사라는 단어를 설명해 주자, 카롤리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오빠 죽은 거 맞죠?” (242) 



전직 미 비밀 특수부대 요원 게이지 하트라인과 그의 연인 모니카 브링크. 

프랑스 정보원 장 제노아와 프랑스 마피아 ‘글레브’의 조직원 레옹과 브뤼노.

레옹의 사촌이자 ‘글레브’의 보스인 니키 아르노와 그의 수석 고문 마르셀 셰르부르.

게이지를 특수부대원으로 발탁했던 헌터 대령과 런던 주둔 미 육군 수사관인 데미안 엘리스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혈투를 벌이는 소설 ‘그레타의 일기’. 무려 547페이지에 이르는 긴 소설로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은 고작 소설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복잡하게 꼬여만 가는 인물들. 그레타의 일기는 결국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요? 궁금하시다면 직접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께를 보고 겁먹지 마시길. 책을 펼치면 도저히 덮을 수가 없을 테니까요. 몇 장만 읽어보고 갈 생각에 집 앞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가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습니다. 걸린 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 작가가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만큼은 좀 거슬렸지만, 그 외에는 흠 잡을 데가 없어요. 사건의 속도가 어마어마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소설 ‘그레타의 일기’의 작가 ‘척 드리스켈’은 미 육군 출신으로 독일에서 주둔한바 있는데요. 자신의 경험을 백퍼센트 살려 완성한 게이지 하트라인이라는 캐릭터는 어마어마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게이지 하트라인 시리즈는 현지에서 4권까지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그레타의 일기’가 1권입니다. 후속작 『To The Lions』와 함께 영화 [신시티] 제작사에 판권이 팔렸다고 하니, 이제 곧 게이지 하트라인을 스크린으로도 만나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영화를 기다리기 보단 소설을 먼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시간 안에 이 내용을 다 담을 순 없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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