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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바람직한 변태 생활
그봄 지음 / BLYNUE 블리뉴 / 2018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표지에 홀려 구매했어요ㅎㅎ 이렇게 존재감 뿜뿜한 표지는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제목은 뒤늦게 알아챘습니다. 표지 못지않은 존재감에 흠칫 놀랐어요. 굉장하네요.
굉장히 예쁘고 완벽하게 포장된 제품을 구매한 기분입니다.
쓰고 보니 묘하게 읽히는데 물론 그렇다고 포장지만 그럴싸한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겉만큼이나 속도 꽉꽉 채워져 있는 퀄리티 좋은 상품이었습니다. 만족스러웠어요.
작품 자체는 가볍고 유쾌해서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소 피폐한,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통통 튀는 유쾌하고 귀여운 내용이었습니다.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어요.
학원물이 연상되는 가벼운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두 사람의 시작점을 따져보면 그 연장선이기도 하고 그 때 그 시절에서 정체된 관계다 보니 학원물의 분위기가 풍기는 건 당연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세월이 많이 흐르고 두 사람 사이의 쌓인 시간이 꽤 많이 축적된 상황임에도 여전히 어린 시절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워낙 사회성이 떨어지는 주인공인 데다 오랜 시간 학업을 놓기도 했고 생활 패턴이 단순해 인물의 나이가 잘 연상되지 않았던 탓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미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배경은 전혀 묘사되지 않고 주로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일상이 그려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아직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이유 없이 무작정 집착을 보이는 주인공과 그에게 자연스럽게 길들여져 어느 새 사랑까지 느끼게 된 주인공.
누가 봐도 우정 한참 이상 사랑 비슷한 관계이지만 당사자들만 모르죠.
그래서 심지어 전여친도 얽히고 소개팅을 하니 마니 너한테 관심 있다며 들이대는 사람도 나타나고, 이미 쌍방향인 두 사람 곁이 시끌시끌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묘하게 정체되어 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됩니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성장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보호받는 관계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벗어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던 주인공은
이제 이 상황을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에게 의지하기 보다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던 주인공은 상대가 자신의 보호 아래서 벗어나자마자 차마 몰랐던 마음을 알아챕니다.
뒤늦게 아차 하며 붙잡지만 이미 결심을 마친 상대는 단번에 손길을 거절하죠.
후회가 밀려오지만 상황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그동안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서, 사실 관계가 반전된 부분의 전개가 길게 이어지길 바랐는데요.
(심지어 마음 고백을 하고 나서도 난 그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좋아하지 않는다며 철저하게 몸만 취했었으니까요. 후회라도 잔뜩 해주길 바랐어요)
아쉽게도 이 부분은 금방 끝이 나버립니다.
애초에 사람을 굳게 내칠 수 있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상대 역시 후회로 일상을 망가져 버린 모습까지 나와서, 흔들리지 않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결국, 두 사람은 돌고 돌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제목과 표지에 충실한, 바람직한 생활로 복귀하죠.
물론 이전과 달리 서로의 마음에도 충실한 매우 바람직한 생활로요.
전체적으로 가볍고 갈등 구조가 단순해서 술술 읽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뻔한 설정이지만 나름대로 여러 재미 요소를 넣어 신선함도 있었고요.
재밌었습니다.
살짝 주의해야할 점은 주인공 성격이 호불호가 꽤 갈릴 듯 해요.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 아주, 아주아주 많이 소심합니다.
혼자서는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인데 심지어 그의 곁에는 성장은 커녕 오히려 억압하며 안주하게 만드는 주인공이 굳건히 버티고 있어요.
안 그래도 주위에 잔뜩 날을 세우고 부들부들 떨며 살아가는 주인공인데.
형은 나 없으면 안 된다 무엇을 하든 나에게 허락을 받아라 형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적다 보면 이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수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대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어요.
멀쩡한 사람의 자존감도 깎아먹을 말들을 쉬지도 않고 던지죠.
양쪽 모두 호불호를 강하게 탈 법한 인물입니다. 결코 멀쩡하지 않아요. 둘만의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죠.
하지만 전 이런 부분까지도 좋았습니다.
표지에 홀려 충동적으로 구매한 작품이라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자주 꺼내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