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BL] 이런 노래 (총2권/완결)
마예예 지음 / BLYNUE 블리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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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글이었어요. 가벼운 느낌의 연예계 물일거라 생각하며 펼쳤는데, 키워드에서 떠올릴 수 있는 자극적인 장면들은 최대한 뺀. 오히려 예상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거의 없는 글이었습니다. 덕분에 읽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설정은 다소 어두웠지만, 글의 분위기는 오히려 밝았어요. 감정 소모가 크지 않아 편안하게 봤습니다.
첫 시작 첫 만남에 어느 정도 피폐도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단지 구실일 뿐이더라고요. 상처가 있는 주인공이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과거의 일 정도 선에서 정리되어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설정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작품은 초반부터 꾸준히 힐링물 성격을 유지했어요. 설정을 과하게 소비하는 것보다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글에 힐링, 치유 키워드가 흔한 편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좀 더 본격적이었어요. 등장인물의 관계가 굉장히 말랑말랑해서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괜히 가슴이 떨렸어요.

 

다정 키워드에 기대를 하긴 했지만, 말투부터 차분함이 흘러 많이 웃었습니다. 듣기 기능을 이용해 읽었는데, 첫 등장 첫 대사를 듣자마자 주인공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어요. 살짝 오해가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저 사람이구나 곧바로 알 수 있었어요.
피할 수 없는 접대 자리에 나오게 된 채우는 잔뜩 가시를 세운 상태였지만(채우 성격상 닿아도 아프지 않을 방어막이었지만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곧 경계를 풀어버렸습니다. 그 정도로 희건은 다정다감하고 예의 있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이러 저러한 조건을 다 거두고 자신의 팬이라는데, 노래를 듣고 싶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겠어요.
당신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며 불러줄 것을 요청하는 희건. 노래는 얼마든지 불러드릴 수 있지만 대가는 받고 싶지 않다는 채우.
일회성이 될 거라 여겼던, 참고 견뎌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특별한 만남은 뜻밖에 계속 이어집니다.

 

점차 경계를 풀고 상대와의 만남을 연락을 기다리게 된 채우가 귀여웠습니다. 팬이라는 말을 듣곤 쉽게 마음을 열어버리는 모습에 채우의 지난 상처들을 예상할 수 있었고요. 인기 있던 연예인, 가슴 아픈 사고, 그의 사생활을 소비하는 언론과 대중.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가까운 지인들조차 하나둘 등을 돌려버린 외로운 상황.
채우는 희건의 호의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마음을 열었고, 그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희건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보통 이런 경우 주인공의 꺠달음은 많이 늦는 편인데, 희건은 달랐어요. 조금도 늦지 않고, 오히려 채우보다 한참 빠르게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서로의 곁에서 편안함 이상의 감정을 키우게 된 건 특별한 사건 탓이 아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깨달음이었어요.
앞서 말했듯 주인공이 감정을 깨닫는 데는 적당한 시간 소요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이런 전개가 굉장히 신선했어요. 특히 채우보다 희건의 깨달음이 빨랐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채우와의 첫인상에 사감을 뺀 적나라한 평가를 할 정도로 냉철한 그는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어요. 스스로 마음을 돌아보고 아주 잠깐의 혼란스러움을 지나 자신이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희건의 마음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감정을 인정하지 못해 채우에게 상처를 주거나 돌고 돌며 읽는 저를 혹사시키는 일 없이 홀로 본인의 마음을 받아들입니다. 인정하고 난 뒤엔 굳이 돌아갈 것 없고요. 보고 싶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채우의 노래를 들으며 이유 모를 위안을 받게 되고, 그의 노래만이 아니라 채우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말았음을 인정하게 되는 희건.
그런 그에게 자꾸만 관심이 가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채우.
자신의 다른 노래는 알지 못한다는 솔직한 희건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진 채우도, 그것이 창피함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갛다며 걱정스레 묻는 희건도. 정말 귀여웠습니다. 본인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과정을 지나 두 사람의 마음이 맞닿는 건 순식간이었어요.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담담하게, 울지도 않고 털어놓는 채우를 보며 그보다 자신이 더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희건.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고, 손바닥에 손톱이 박힐 정도로 괴로워하는 그가 채우의 슬픔을 모두 감싸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를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주춤하던 채우 역시 그를 감싸 안은 희건을 마주 안아줘요.
조용히, 말없이 서로에게 닿으며 상처를 보듬는 두 사람이 예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습니다.

 

희건이 채우의 곤란한 상황에도 직접 나서 해결하기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힘들 때는 내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 진심이 가득 담긴 대사를 건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나서는 것이 당장의 해결책은 될 수 있어도 채우가 원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습도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채우가 하고 싶어 하는 일, 그 일을 방해하지 않고 오래도록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채우의 상황과 희건의 삶이 안쓰러웠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픔을 그린 후엔 그를 상쇄할만한 장면들을 넣어주셔서 그런 듯해요.
마음을 깨달은 두 사람이 제대로 된 연인관계가 되기까지는 살짝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이 또한 빠른 편이긴 해요. 하지만 두 사람의 시작이 평범하지 않았던 만큼, 채우와 희건의 곁이 깔끔하지는 않은 만큼 둘 사이의 오해를 부채질하는 장애물 역시 존재합니다.
그와의 하룻밤 이후 들어온 드라마 배역. 누군가가 흘린 이간질. 아닐 거라 믿고 싶지만 아직은 관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
두려움에 마냥 연락을 피하기만 하는 채우를 흐트러진 모습으로 찾아온 희건은 도리어 상처받고 맙니다. 많이 돌아가게 되려나 걱정했는데, 채우가 그렇게 두지 않아요. 확신이 없었을 때는 두려웠지만, 상대가 확신을 준 이상 채우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상처를 받았지만 그만큼 용기 내어 서로에게 다가서고, 마침내 연인이 됩니다.

 

연애를 시작하기 이전에도 달달함이 잔뜩 풍겼지만, 이후에는 더할 나위 없었어요. 복귀에 성공해 채우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아졌고, 여기엔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나쁜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두 사람의 만남은 평온하고 편안했어요.
홀로 견딜 때에는 거칠기만 했던 현실이 서로의 곁에서 위안을 받게 된 후엔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글은 인물의 배경보다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요.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둘의 관계는 점차 진지해집니다. 잠깐 찾아온 위기, 서로를 위해 관계를 포기하려 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곧 서로를 위해 함께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며 스스로의 마음은 자연히 움직이지만 관계는 그렇지 않죠. 노력하고 서로 주고받으며 쌓아가야 하는 것이니까요. 이 작품은 그러한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 상처, 걱정을 딛고 사랑을 택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 과정이 편안하고 달달해서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아쉬움이라면 주인공 채우가 살짝 어리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나이 설정, 그의 경험에 비해 지나치게 현실 감각이 없다는 느낌이요. 희건의 첫인상 평가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게 될 만큼 그의 순간 순간이 의아해질 때가 있었어요. 상처를 크게 받아 닫고 살아온 것도 물론 있겠지만, 때론 순수한 그의 모습에 몰입이 깨지기도 해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해요. 채우라는 인물의 분위기나 성격이 작품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려서, 불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튀는 대사와 행동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글에는 무리 없이 어울렸어요.

사건이 탄탄하고 굴곡 있는 글을 원하신다면 실망하실 것 같아요.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그에 비해 삐뚤어짐이 없고, 현재 시점에는 둘의 일상에 편안함이 계속되거든요.
그들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이따금 등장하지만 아주 빠르게 퇴장합니다. 채우의 복귀에 불안해했던 스스로가 웃음이 날 만큼 아주 평탄해요.

기대한 분위기와 달랐지만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서로를 의지하며 과거를 치유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관계가 본격적이 되면서 여러 생각들을 나누는 모습도 현실감 있게 그려주셔서 좋았고요. 시작부터 진지했던 두 사람이지만, 자연스레 현재만이 아닌 미래까지도 그리는 모습에 저까지 덩달아 떨렸습니다. 부족했던 만큼 서로에게 넘칠만큼 사랑을 건네며 지낼 것 같아 괜히 뿌듯했어요.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힐링이라는 단어와 딱 어울리는 글이라 어느 새 잔뜩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은 사랑스러운 미래를 함께 그려가겠죠. 채우의 노래 그대로 희건와 채우 너와 나의 청사진을 그려갈 거예요. 두 사람의 앞날이 사랑만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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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거칠거나 달달하거나 (총2권/완결)
히아신스동화 / BLYNUE 블리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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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이야기입니다. 유쾌하게 봤어요. 팽팽한 삼각구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어요. 예전 감성일 떠오르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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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거칠거나 달달하거나 (총2권/완결)
히아신스동화 / BLYNUE 블리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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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만 보고 구입해서 가벼운 문장에 많이 놀랐습니다.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무게감이 없었어요. 등장인물의 나이를 어느 정도 고려한다 해도 살짝 과해요. 생각이 많이 어리고 단순하게 흐른다는 점을 알고 시작하시면 당혹스러움이 덜하실 것 같습니다. 연애 선도 이리저리 엉킨 제법 복잡하고 지저분한 상황이지만, 설정에 비해 평탄하게 흐릅니다. 유치원생 소꿉장난하듯 가볍게 그려져 있고, 엉킨 실이 풀리는 것도 간단해요. 가벼움이 무조건 단점으로 치부될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선 단점이 조금 더 큰 것 같아 아쉽네요.
시작부터 단점만 적어 내려간 것 같은데 사실 글 자체는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기대와 달라 아쉽긴 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금방 빠져서 읽었어요. 대학생 설정보다 학원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실망이 조금 덜할 것 같네요. 두 배경 모두 어리다는 건 거기서 거기지만 아무래도 학원물은 그만의 소소하고 통통 튀는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캠퍼스의 풋풋함보다 학원물에서 느낄 수 있는 유쾌하면서도 톡 쏘는 이미지에 가까웠습니다.

 

삼각관계 설정과 각 인물의 성격이 매력적이었어요. 각 개성이 뚜렷해서 이 부분에 집중해서 읽는다면 보다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작에선 너무 뻔한 설정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뻔한 건 그만큼 재미는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여자친구가 있는 짝사랑 상대. 하지만 은근슬쩍 자신을 챙겨주는 다정한 상대.
심술쟁이에 제멋대로 굴고 막무가내라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상대.
개인적으로는 전자 쪽이 더 취향에 맞았지만(짝사랑 설정, 여자친구와 다정다감한 서준이 등장할 때마다 탄성을 질렀어요ㅎㅎ) 이 작품은, 하지말라는 말은 들은 체 않고 유치하게 접근금지를 명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두 번째 상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삼각관계라고 해서 좀 더 주고받고 팽팽한 긴장이 흐를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초반 시작부터 이 노선은 명확해요. 주인공의 마음이 향한 방향과는 관계없이 정작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감정을 주고받는 상대는 확고합니다.
이걸 본인만 모를 뿐이죠. 그리고 이 사실을 모르는 주인공 탓에 거기 휘말린 두 남자만 엄하게 마음고생을 할 뿐이죠.

 

시작부터 작품 성격이 크게 드러났습니다. 인물의 성격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고요. 시종일관 말을 더듬고 놀라고 끌려다니는 캐릭터는 잠깐만 봐도 앞 전개를 훤하게 만듭니다. 특히나 삼각관계 이야기에선 안 봐도 뻔하죠. 하지만 그런 뻔함을 상쇄시켜주는 것이 자극적인 부분들. 눈앞의 치킨은 안 먹어도 뻔한 그 맛이지만 어쨌거나 안 먹곤 못 견디는 법이니까요.
우유부단의 끝을 보는 듯한 캐릭터는 처음에는 답답하지만,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정을 주게 됩니다. 아직은 어리고 서툰, 그래서 실수도 하고 잘못된 결정도 하고, 상대에게 상처도 주는 아주 평범한 주인공. 결국,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하지만. 결국 제자리를 찾아 잘못을 바로잡는 성장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로 인한 희생쯤은 감수하는 나름의 용기를 가진 아이고요.
줄곧 짝사랑하던 상대를 뒤로하고 내내 싫다고 밀어낸 이에게 돌아간다는 게 언뜻 이해하기 힘든 전개일지도 모르지만, 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가벼워 보이지만 이 작품 속 누구보다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주인공에게 마음을 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테니까요. 지고지순하고 나잇대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진중한 사람. 포기하고 자신을 억누를 줄도 아는 인물. 조금만 생각을 더듬다 보면 어느 쪽이 정말로 괜찮은 사람인지 쯤은 금방 알 수 있죠. 물론 괜찮은 사람이 좋아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 그런 사람에게 꾸준한 애정과 보살핌을 받다 보면 마음이 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힘들어하는 상대를 보다못해 결국 놓아주고, 돌아보지 않기 위해 냉정해지지만, 상대의 아픔을 보고 차마 차갑게 뒤돌지는 못하는. 상처를 받고도 단 한 번 돌아서 붙드는 손에 바로 잡혀버리고 마는. 이런 진심어린 마음을 보고 있자니 취향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절로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됐습니다.

 

다정하고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서툴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는 인물이라는 건 살짝 실망스러웠어요. 성격이 곧지 않은 건 괜찮은데, 서브로 전락하자마자 너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욕심 많고 자기 마음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엉망으로 구는. 갈수록 최악의 행동을 반복해서 한숨이 나왔지만, 나름의 노선이 정해진 후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직은 진지하게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어린 애. 친구로서는 누구보다 좋았지만 진심 없는 연애를 시작하자 단점이 너무 많고 상처만 주는 못된 녀석. 메인 애정 선에선 이 정도로 요약되겠지만, 서브 노선에선 전형적인 후회 루트를 타는 설정이 되었죠.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였던 두 사람의 사이가 깨어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가까이 있었고 의도치 않게 삼각 구도가 형성되어서 마음을 진지하게 돌아볼 틈이 없었을 거예요. 헤어진 이후에야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어른스러운 끝을 내게 되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별을 합니다.
물론 관계 하나를 정리했다고 해서 엉망이던 사람이 새로이 태어날 리는 없죠. 이 와중에도 서브 커플의 후회 캐릭터로서 마일리지 적립을 톡톡히 합니다. 쉽게 손을 올리고 제멋대로 굴고 사람을 다른 사람 대용으로 쓰며 화풀이도 서슴지 않는, 전형적인 쓰레기. 평소라면 이런 쓰레기에게 좋아한다는 이유로 다 져주며 아낌없이 퍼주는 주인공이 못마땅했겠지만, 후회 키워드에 목말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질투 급진전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서브 커플치고 분량도 제법 많았고, 기대했던 장면은 다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웠어요.

 

우유부단한 주인공은 꺼려서 이 작품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읽다 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인물 설정을 잘 살려 그만큼 몰입감이 높았던 덕이에요.
삼각관계에 대놓고 우유부단한 캐릭터가 만났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꽤 긴 분량 땅도 파고 돌고 돕니다. 답답함은 덤이고요. 하지만 캐릭터 설정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합당한 성장을 보여주고 꽉 막혔던 전개도 시원하게 뚫어주어서 2권부터는 힘들이지 않고 읽었어요, 답답했던 1권도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봤고요. 갈등이나 고구마 설정들이 적당한 무게로 그려지니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된 것 같았습니다.

 

나도 내가 말도 안 되는 거 알고 진심 전하기 힘든 상황인 거 안다는 주인공의 말에 괜히 괘씸한 마음이 들면서도 짠했어요. 사람이 마음을 재깍 깨닫는다면 오죽 좋겠지만. 어쨌거나 돌고 돌아 제자리 찾았으니 된 거죠.
뒤늦은 후회에 붙드는 어린애 같은 모습은 안쓰럽기도 했지만, 뭐 이미 1권에서 이쪽 노선은 확고했으니, 몰입해서 마음 아파하기보다 새롭게 펼쳐질 관계에 흥미진진 관심을 세우고 봤습니다.
극 초반부터 와장창 깨어져 버린 후회 키워드가 다행히 그쪽 노선에서 펼쳐질 것 같아서 2권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보통 서브 커플은 적당한 분량을 선호하는데 이 작품은 언제 또 등장하려나 촉각을 세우고 봤어요.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서브 커플로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버리기 아까운 설정이기도 했고 원하던 설정도 이 커플에서 부족함 없이 볼 수 있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어요. 나중에 가선 분량이 아쉬워질 정도로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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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다정한 온도 (특별외전) [BL] 다정한 온도 4
해이라 / 시크노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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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에 나름대로 외전까지 착실하게 있었던 작품임에도 끊임없이 외전을 부르게 한 글이었습니다. 뒤늦은 외전 소식에 황급히 달려왔지만, 생각보다 분량이 적어서 슬펐어요. 시작부터 아쉬움을 담고 열었는데, 우려와 달리 본문 내용은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전의 외전과 비교하면 분량 따위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만족스러운 내용이었어요.
본편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었지만, 현실의 이상형을 떠올리게 만드는 착실한 인물이 주인공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 달달함이 모토인 외전에서는 더더욱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습니다. 어느 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이상적인 인물이라 외전에선 매력이 훨씬 더했어요.

 

현실적인 일상 소소한 에피소드로 이뤄져 이야기 몰입을 높인 외전이었습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알차게 구성되어있었어요. 이렇게 쓰고 보니 무슨 문제집 후기 같지만 더 좋은 표현을 못 찾겠네요.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는데 각 방향으로 뻗어 나간 에피소드가 큰 기둥으로 연결되어 결론에 이릅니다. 언뜻 가벼운 듯 보이지만 굉장히 짜임새 있다고 느꼈어요. 소소하고 현실적인 내용이라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결론에 닿아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캐릭터가 흔한 듯 흔하지 않아 만족감이 컸어요. 흔히 만나보기 힘든 인물이다 보니 헤어짐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이전 외전에서는 지나치게 현실 이입되는 갈등을 다뤄 답답함이 컸는데 이번 외전은 비율 조절이 잘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첫 시작에서 이전의 아쉬운 부분이 떠오르는 소재가 던져져 다소 주춤했는데 곧 유쾌하게 달달하게 풀어주셔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술자리, 깨진 약속, 이해하면서도 괜히 툴툴거리게 되는 태도. 하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에 어쩔 도리없이 걱정하고 마음 쓰게 되는 모습. 나열하면서도 새삼 깨닫네요. 정말 현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이야기입니다. 덕분에 짧은 분량이지만 몰입감이 높았어요. 능글맞게 10분 후를 기약하는 모습도 귀여웠습니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족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살짝 당혹스러웠지만(이전 외전에서 결국 별일 없이 지났다 해도 등장만으로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으니, 이번은 다르길 바랐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이미 둘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고 도리어 다른 방향, 정반대 전개를 위한 등장이다 보니 소재도 분위기도 달라서 유쾌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능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감탄하고 달달함을 맘껏 만끽할 수 있었어요. 어쩌면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이렇게 가벼이 걱정할 것 없이 넘길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전에는 하지 못했던 서로를 보듬고 감싸주는 모습을 원 없이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형 입장에선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 바퀴벌레 소굴로 들어왔나 싶으시겠지만.
다음 에피소드도 쉽게 볼 수만은 없는 소재였지만 이번에도 주인공이 전면에 나서주어 걱정 없이 넘길 수 있었어요. 읽다 보니 이전 외전이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정도로 믿음직했습니다. 설령 잠시 잠깐 심란하더라도 곧 답을 찾고 직진해서 둘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이어가는. 심각했던 고민의 무게가 순식간에 가벼워지게 만드는, 신뢰감 넘치는 태도였습니다. 실제로도 가족의 접촉을 냉정하게 쳐내며 내가 알아서 하겠다 컷해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해서 뒤늦은 사이다를 볼 수 있었어요. 속이 시원했네요.
물론 이제는 서로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고, 이전까지는 외면해도 좋았던 책임에 눈을 두게 된 만큼 두 사람 모두 행동하게 되겠지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별수 없이 진행될 테고 굳이 보고 싶지 않았던 결론도 보게 되겠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 무게가 워낙 탄탄해 어떤 고개도 거뜬히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을 놓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 마음의 깊이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어 기분이 묘했어요. 끝이 아쉬우면서도 만족감이 높아 기분이 굉장히 상기되었습니다. 이제 정말 연인 이상 서로의 가족이 된 것 같아 따스했어요.

 

회식 탓에 깨어진 약속 잠시 토라졌다 술병에 고생하는 모습에 짠해진 모습
급작스러운 가족 방문에 서로를 토닥이며 은근히 방어막을 치는 모습(진지한 소재가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결혼적령기 어쩔 수 없이 뒤숭숭해지는 마음에 잠시 침울했다가 곧 해답을 찾고 예쁜 연애, 가정 이어가는 모습
각 에피소드가 촘촘하게 이어져 짧은 분량이지만 짜임새 있는 답을 얻을 수 있었고 아쉬움보다 만족감이 더 큰 감상을 받을 수 있었어요.
과거의 옅은 인연, 예기치 못한 재회, 평범한 듯 달콤한 썸과 만족스러운 연애를 지나, 드디어 반지를 주고받고 서로의 가족이 되기까지. 기승전결이 좋은 글이라 어느 곳 하나 빠질 것 없이 좋았습니다.
우려했던 부분도 꽉꽉 닫고 걱정할 것 없다고 확인사살까지 해주어서 대만족이었어요. 굉장히 현실적인 배경, 소재의 글임에도 달콤하게 읽다니 굉장하죠. 꾸준히 외전이 나오길 희망할 정도로 두 사람에게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내용은 더하고 뺄 것 없이 모두 좋지만 앞으로 마르고 닳도록 꺼내 읽고 결국 새로운 이야기를 찾게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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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다정한 온도 (특별외전) [BL] 다정한 온도 4
해이라 / 시크노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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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현실적인 감성과 가슴 콩닥이는 설렘을 함께 주어서 매번 기쁜 마음으로 읽고 있어요. 특히 이 작품은 자연스러운 관계 진행이 매력적인 작품이라 자주 꺼내 읽습니다. 기다리던 외전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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