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세트] [BL] 거칠거나 달달하거나 (총2권/완결)
히아신스동화 / BLYNUE 블리뉴 / 2018년 1월
평점 :
키워드만 보고 구입해서 가벼운 문장에 많이 놀랐습니다.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무게감이 없었어요. 등장인물의 나이를 어느 정도 고려한다 해도 살짝 과해요. 생각이 많이 어리고 단순하게 흐른다는 점을 알고 시작하시면 당혹스러움이 덜하실 것 같습니다. 연애 선도 이리저리 엉킨 제법 복잡하고 지저분한 상황이지만, 설정에 비해 평탄하게 흐릅니다. 유치원생 소꿉장난하듯 가볍게 그려져 있고, 엉킨 실이 풀리는 것도 간단해요. 가벼움이 무조건 단점으로 치부될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선 단점이 조금 더 큰 것 같아 아쉽네요.
시작부터 단점만 적어 내려간 것 같은데 사실 글 자체는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기대와 달라 아쉽긴 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금방 빠져서 읽었어요. 대학생 설정보다 학원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실망이 조금 덜할 것 같네요. 두 배경 모두 어리다는 건 거기서 거기지만 아무래도 학원물은 그만의 소소하고 통통 튀는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캠퍼스의 풋풋함보다 학원물에서 느낄 수 있는 유쾌하면서도 톡 쏘는 이미지에 가까웠습니다.
삼각관계 설정과 각 인물의 성격이 매력적이었어요. 각 개성이 뚜렷해서 이 부분에 집중해서 읽는다면 보다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작에선 너무 뻔한 설정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뻔한 건 그만큼 재미는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여자친구가 있는 짝사랑 상대. 하지만 은근슬쩍 자신을 챙겨주는 다정한 상대.
심술쟁이에 제멋대로 굴고 막무가내라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상대.
개인적으로는 전자 쪽이 더 취향에 맞았지만(짝사랑 설정, 여자친구와 다정다감한 서준이 등장할 때마다 탄성을 질렀어요ㅎㅎ) 이 작품은, 하지말라는 말은 들은 체 않고 유치하게 접근금지를 명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두 번째 상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삼각관계라고 해서 좀 더 주고받고 팽팽한 긴장이 흐를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초반 시작부터 이 노선은 명확해요. 주인공의 마음이 향한 방향과는 관계없이 정작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감정을 주고받는 상대는 확고합니다.
이걸 본인만 모를 뿐이죠. 그리고 이 사실을 모르는 주인공 탓에 거기 휘말린 두 남자만 엄하게 마음고생을 할 뿐이죠.
시작부터 작품 성격이 크게 드러났습니다. 인물의 성격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고요. 시종일관 말을 더듬고 놀라고 끌려다니는 캐릭터는 잠깐만 봐도 앞 전개를 훤하게 만듭니다. 특히나 삼각관계 이야기에선 안 봐도 뻔하죠. 하지만 그런 뻔함을 상쇄시켜주는 것이 자극적인 부분들. 눈앞의 치킨은 안 먹어도 뻔한 그 맛이지만 어쨌거나 안 먹곤 못 견디는 법이니까요.
우유부단의 끝을 보는 듯한 캐릭터는 처음에는 답답하지만, 읽어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정을 주게 됩니다. 아직은 어리고 서툰, 그래서 실수도 하고 잘못된 결정도 하고, 상대에게 상처도 주는 아주 평범한 주인공. 결국,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하지만. 결국 제자리를 찾아 잘못을 바로잡는 성장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로 인한 희생쯤은 감수하는 나름의 용기를 가진 아이고요.
줄곧 짝사랑하던 상대를 뒤로하고 내내 싫다고 밀어낸 이에게 돌아간다는 게 언뜻 이해하기 힘든 전개일지도 모르지만, 글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가벼워 보이지만 이 작품 속 누구보다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주인공에게 마음을 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테니까요. 지고지순하고 나잇대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진중한 사람. 포기하고 자신을 억누를 줄도 아는 인물. 조금만 생각을 더듬다 보면 어느 쪽이 정말로 괜찮은 사람인지 쯤은 금방 알 수 있죠. 물론 괜찮은 사람이 좋아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지만, 그런 사람에게 꾸준한 애정과 보살핌을 받다 보면 마음이 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힘들어하는 상대를 보다못해 결국 놓아주고, 돌아보지 않기 위해 냉정해지지만, 상대의 아픔을 보고 차마 차갑게 뒤돌지는 못하는. 상처를 받고도 단 한 번 돌아서 붙드는 손에 바로 잡혀버리고 마는. 이런 진심어린 마음을 보고 있자니 취향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절로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됐습니다.
다정하고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서툴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는 인물이라는 건 살짝 실망스러웠어요. 성격이 곧지 않은 건 괜찮은데, 서브로 전락하자마자 너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욕심 많고 자기 마음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엉망으로 구는. 갈수록 최악의 행동을 반복해서 한숨이 나왔지만, 나름의 노선이 정해진 후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직은 진지하게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어린 애. 친구로서는 누구보다 좋았지만 진심 없는 연애를 시작하자 단점이 너무 많고 상처만 주는 못된 녀석. 메인 애정 선에선 이 정도로 요약되겠지만, 서브 노선에선 전형적인 후회 루트를 타는 설정이 되었죠.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였던 두 사람의 사이가 깨어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가까이 있었고 의도치 않게 삼각 구도가 형성되어서 마음을 진지하게 돌아볼 틈이 없었을 거예요. 헤어진 이후에야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어른스러운 끝을 내게 되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별을 합니다.
물론 관계 하나를 정리했다고 해서 엉망이던 사람이 새로이 태어날 리는 없죠. 이 와중에도 서브 커플의 후회 캐릭터로서 마일리지 적립을 톡톡히 합니다. 쉽게 손을 올리고 제멋대로 굴고 사람을 다른 사람 대용으로 쓰며 화풀이도 서슴지 않는, 전형적인 쓰레기. 평소라면 이런 쓰레기에게 좋아한다는 이유로 다 져주며 아낌없이 퍼주는 주인공이 못마땅했겠지만, 후회 키워드에 목말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질투 급진전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서브 커플치고 분량도 제법 많았고, 기대했던 장면은 다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웠어요.
우유부단한 주인공은 꺼려서 이 작품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읽다 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인물 설정을 잘 살려 그만큼 몰입감이 높았던 덕이에요.
삼각관계에 대놓고 우유부단한 캐릭터가 만났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꽤 긴 분량 땅도 파고 돌고 돕니다. 답답함은 덤이고요. 하지만 캐릭터 설정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합당한 성장을 보여주고 꽉 막혔던 전개도 시원하게 뚫어주어서 2권부터는 힘들이지 않고 읽었어요, 답답했던 1권도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봤고요. 갈등이나 고구마 설정들이 적당한 무게로 그려지니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된 것 같았습니다.
나도 내가 말도 안 되는 거 알고 진심 전하기 힘든 상황인 거 안다는 주인공의 말에 괜히 괘씸한 마음이 들면서도 짠했어요. 사람이 마음을 재깍 깨닫는다면 오죽 좋겠지만. 어쨌거나 돌고 돌아 제자리 찾았으니 된 거죠.
뒤늦은 후회에 붙드는 어린애 같은 모습은 안쓰럽기도 했지만, 뭐 이미 1권에서 이쪽 노선은 확고했으니, 몰입해서 마음 아파하기보다 새롭게 펼쳐질 관계에 흥미진진 관심을 세우고 봤습니다.
극 초반부터 와장창 깨어져 버린 후회 키워드가 다행히 그쪽 노선에서 펼쳐질 것 같아서 2권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보통 서브 커플은 적당한 분량을 선호하는데 이 작품은 언제 또 등장하려나 촉각을 세우고 봤어요.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서브 커플로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버리기 아까운 설정이기도 했고 원하던 설정도 이 커플에서 부족함 없이 볼 수 있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어요. 나중에 가선 분량이 아쉬워질 정도로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