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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안녕, 내 카나리아 2 (완결) ㅣ [BL] 안녕, 내 카나리아 2
배운변태박군 지음 / BLYNUE 블리뉴 / 2018년 1월
평점 :
키워드보고 단번에 구매 결정했어요. 이물질 비중이 높은 글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1권에서 얼추 마무리가 되긴 하지만(2권에서도 크게 사고를 치는 인물이기 때문에, 완벽한 정리는 본편 마무리 시점까지 가야 합니다), 지저분한 과거를 가진 주인공이기에 마음 졸일 순간들이 많습니다. 이물질과의 수위 장면들도 제법 나오고요. 그와 마음을 나눈다거나 하는 찝찝함은 없을지라도, 가볍게 사람을 만나온 이답게 상처가 될 순간들이 여러 번 나옵니다. 미카가 상대를 단호하게 쳐내거나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말하는 타입이라면 조금 개운한 마음으로 불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이 그렇게 시원하지 않아요. 상처가 될 말과 행동에 고스란히 다치고 반항 한 번 크게 하질 못합니다. 이런 부분을 즐길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럭저럭 정리가 된 상황에서도 사소한 말실수로 과거를 소환하는, 눈치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주인공이라서 답답함은 어느 정도 고려를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과거를 후회하고, 어떻게든 미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이 2권 내내 이어져서, 제법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론 학습능력이 없는 것인지, 매달리고 떼를 쓰는 것 외에 달리 하는 게 없어 아쉬웠어요. 절실함은 느껴졌지만 그뿐, 미카가 받은 상처에 비교할 건 아닌 것 같아 조금 답답했습니다. 깊게 생각하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봤어요.
내용은 뻔해요. 전개도 굉장히 빠르고, 구성이 탄탄한 작품은 아닙니다. 좀 더 굴곡을 다듬고 능숙한 강도 조절이 있었다면 세련된 작품이 되었을 텐데, 이 글은 손길이 덜 들어간 날 것 느낌에 가까워요. 어떤 면에선 유치함도 있고 허술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기대를 높여 시작하면 그만큼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표지 일러스트의 분위기와 실제 작품 속 인물의 이미지가 많이 다릅니다. 왠지 자애로워 보이는 미카도 실제로는 아이 같은 면이 부각된 인물이었고(읽다 보면 너무 애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일러스트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특히 주인공은 아예 정반대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 것 같은 인물이에요. 진중하고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과 달리 작품 속에서는 철이 덜 든 망나니 이미지가 강합니다. 반항기가 물씬 느껴져야 할 것 같은 인물이요. 아니 반항기와는 조금 다른데, 위험한 분위기 쪽이 더 맞을 것 같네요. 실제로 굉장히 폭력적인 인물입니다. 이건 정신 차리기 이전에도 그랬고, 어느 정도 정신 차린 이후에도 마찬가지예요. 악역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름 아닌 폭행이라니,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완벽한 악역의 표본이 되었을 겁니다.
독특한 인물이다 보니 덧붙일 설명이 많네요. 부정적인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독특한 특징은, 느낌표가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이에요. 표현이 이상하죠. 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을 찾기 힘드네요. 성격이 아주 과격하고 다혈질입니다. 행동은 심하지 않은 정도인데(철은 없지만 지독한 짓을 하진 않아요. 쓰고 보니 폭행을 일삼는 몇 장면이 스쳐 양심이 찔리긴 하네요. 뭐 빚을 갚아준 거라 예외로 치죠), 이 인물의 대사는 시종일관 흥분 상태에요. 정신 차리고 후회 길을 걷는 와중에도 질투나 애원에 느낌표를 남발합니다.
미카가 지나치게 수동적이라 답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수동적이라는 표현을 하기 주저하게 됩니다. 아픈 과거, 상처투성이 과거 탓에 학습된 결과니까요.
끔찍한 시간을 보냈지만, 다행히 그의 곁에는 좋은 사람도 있었기에, 작품 속 시점에서의 미카는 비교적 사랑받으며 평온한 시간을 보냅니다.
조금 불편하기도 했어요. 미카를 아끼고 감싸주려는 의도인 건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통제하고 품 안에만 두는 것 같아서요. 나름대로 미카의 마음을 묻고 판단을 하도록 하지만, 분위기를 잔뜩 굳히고 하는 제안에 강제성이 없다곤 할 수 없죠.
애정을 기반으로 한 보호인 데다 그만큼 걱정이 크기에 나온 행동이긴 하지만, 후반쯤 가서는 미카의 자립을 그려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미미하게나마 한 장면이라도 있었다면 찝찝함이 덜했을 것 같아요. 울타리가 바뀌었을 뿐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미카는 여전해서 아쉬웠습니다. 사실 이게 현실적이겠지만요.
무사히 출산까지 마치고 드디어 가족이 된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죠. 기대하지 않았는데 나름대로 탄탄하게 가정을 꾸린 것 같아 예뻤습니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두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하더라고요. 물론 배경이 탄탄해서 걱정이 필요 없는 환경이긴 하죠.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기특했습니다.
읽다 보면 주인공이 참 하찮아요. 그도 그럴 것이, 초반의 후회 마일리지를 쌓는 과정에서도 딱히 냉혈안의 이미지보다 철이 없는 도련님의 쪽이거든요. 위엄 따위 찾아볼 수 없는 그냥 말 그대로 못돼먹은 애새끼인데, 심지어 중후반에 가서는 시종일관 잘못을 빌고 애원하는 장면들이 연속됩니다. 자연히 하찮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적당히 무게감 있는 인물을 기대한다면 와장창 깨어질 거예요. 위엄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인물입니다.
개과천선 키워드를 달고 있지만 사실 장난감을 뺏기고 안달하다 적당히 눈치를 볼 줄 알게 되었다,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사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도 미카를 향한 마음만은 분명해서 읽어내려가며 자연스럽게 귀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외전이 꽤 남아있어서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까 기대했는데, 주인공이 아닌 조연 커플이 에피소드도 있더라고요.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꽤 좋은 인상을 받았던 훈훈한 인물들이라 무난하게 봤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어요.
본편의 전개가 빠르다 보니 내용 없이 평온한 일상 이야기로 채워진 짧은 외전들이 오히려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편과 외전의 페이스가 살짝 안 맞는 느낌이라 연이어 보다 보면 이질감이 느껴졌어요.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내용은 뻔하지만 캐릭터 설정이 튀는데다 제법 매력이 있어서 푹 빠져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