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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홍콩인의 정체성
임춘성 지음 / 학연문화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2003년도 협동연구의 연구결과물이다. 연구자들은 1997년 이후 홍콩과 홍콩인 정체성의 지속과 변화라는 대주제하에 홍콩과 홍콩인 정체성을 역사, 소비문화, 장례풍습, 문학작품과 영화 텍스트 등을 통해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했다. 이 책은 서론을 포함하여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홍콩인 사회의 문화와 역사>라는 주제 하에 이 책의 전체 서론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서론: 1997년 7월 1일 이후 홍콩과 홍콩인의 정체성,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과 “홍콩인 사회의 생성과 변화”를 다룬 글을 함께 실었다. 전자는 1997년 이후 홍콩과 홍콩인 정체성의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측면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홍콩 사회라는 맥락에서 다룬 글이며, 후자는 역사적 관점에서 홍콩인 사회의 형성과 변화과정의 의미를 분석한 글이다.
제2부는 <홍콩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장례 풍습>이라는 주제 하에 3개의 글이 포함되어 있다. “홍콩인의 문화적 정체성의 지속과 변화: 전통 사회조직의 기능과 의미를 중심으로”에서는 홍콩인의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경제적, 사회적 측면, 특히 전통 사회조직의 기능과 의미라는 측면에서 홍콩인의 문화적 정체성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1997년 이후 홍콩인 정체성의 지속과 변화: ‘홍콩인 정체성 만들기’의 문화적 의미”라는 글은 홍콩인의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홍콩인 정체성 만들기’의 정치경제학과 그 문화적 의미를 통해 1997년 이후 홍콩 경제의 변화에 따라 홍콩인 정체성의 의미가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라는 점을 기술, 분석한 글이다. 이를 통해 홍콩인 정체성의 문제가 정치경제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전개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장례 풍습의 변천을 통한 홍콩인의 의식변화”는 홍콩의 장례 풍습에 대한 민족지고고학적 접근방식을 활용하여 홍콩인들의 장례 풍습에 대한 의식 또는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분석한 글이다.
제3부는 <텍스트를 통해본 홍콩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는 모두 3편의 글이 포함되어 있는데, “홍콩영화를 통해본 홍콩인의 문화적 정체성-<동사서독>과 <차이니즈 박스>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글은 홍콩인의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홍콩영화, 그 중에서도 특히 <동사서독>과 <차이니스 박스>라는 영화를 통해 조명한 글이다. 홍콩인의 정체성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의 문제 제기를 통해 홍콩인 정체성의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홍콩문학의 정체성과 탈식민주의”는 홍콩문학과 탈식민주의와의 상관성에 주목한 글이다. 홍콩사회의 변화가 홍콩문학에 미친 영향을 논의하면서 홍콩문학의 정체성이 홍콩의 사회변화, 특히 탈식민적 사회 분위기의 형성과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가의 주제를 텍스트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홍콩영화에 재현된 홍콩인의 정체성과 동남아인의 타자성”은 먼저 웡카와이(王家衛)와 프룻 찬(陳果)의 영화를 통해 홍콩인의 정체성과 홍콩 뒷골목의 민족지의 모습을 고찰한 후, 홍콩인들이 바라보는 동남아인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를 분석한다. 홍콩영화 속에서 동남아인은 하나의 타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홍콩인의 동남아인에 대한 타자화는 영화 텍스트의 재현 방식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동연구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성과물의 출판 이외에 가외의 소득이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문학, 역사학, 고고학, 문화인류학 전공자들이 홍콩이라는 하나의 지역과 정체성 문제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 전공의 고유한 영역과 분야의 이론과 접근방법을 활용하여 공통의 주제의식으로 수렴되어 가는 과정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학제간 연구의 실마리라도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을 주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고자 한다. 학제간 연구 또는 공동연구의 이상은 여전히 높아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번 홍콩연구의 결과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경험한 즐거움을 통해 조금이나마 가까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한 것 자체가 공동작업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우선 불원천리 남도까지 달려와 목포대 아시아문화연구소의 <동아시아 학술포럼>과 <홍콩 콜로키엄>에서 좋은 글을 발표해주셨던 인천대의 장정아 교수와 백석대의 유영하 교수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한다. 아울러 현지조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홍콩대학의 웡슈룬(Wong, Siu-lun, 黃紹倫) 교수와 추인와(Chu Yin-wah: 朱燕華) 교수, 홍콩중문대학의 매튜(Gorden Mathews) 교수와 에릭 마(Eric Ma) 교수, 그리고 링난(嶺南)대학의 렁핑콴(Leung, Ping-kwan: 梁秉鈞) 교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홍콩 관련 도서가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독서계의 상황을 무릅쓰고 출판을 흔쾌하게 수락해준 학연문화사의 권혁재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을 깔끔하게 다듬어준 편집부 식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홍콩의 역사와 사회, 문학과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의 관심과 질정을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