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 혁명에서 ‘신시대’로
이희옥.백승욱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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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역사적 분기점과 100년의 재구성

2021년 7월 1일, 상하이의 작은 벽돌집에서 50여 명의 당원으로 시작한 중국공산당(CCP)은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며 9,500만 명 이상의 당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정당이자, G2 패권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을 이끄는 절대적인 영도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희옥, 백승욱 공저(편)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혁명에서 '신시대'로』는 이러한 거대한 역사적 분기점에서 한국의 비판적 중국 연구자들이 집단지성을 모아 당의 100년사를 다각도로 해부한 기념비적 저작이다.1

본 보고서는 해당 저서가 제시하는 중국공산당 100년의 궤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연대기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문화 등 각 영역에서 당이 어떠한 방식으로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고 위기를 돌파해 왔는지, 그리고 시진핑 지도부가 주창하는 '신시대'가 과거의 역사와 어떻게 단절하고 또 계승하는지를 규명한다. 특히 본 보고서는 연구자가 요청한 바에 따라, 각 필자별 핵심 논지를 상세히 요약·분석하고, 임춘성 교수가 집필한 문예정책 및 근현대문학 분야에 대해 별도의 챕터를 할애하여 심층적인 담론 분석을 수행한다.

보고서의 서술은 중국공산당이 100년의 역사를 '혁명', '건설', '발전', 그리고 '신시대'라는 네 가지 시기로 구분하여 호출하는 맥락을 따라가되, 그 이면에 숨겨진 권력의 작동 방식과 이데올로기적 긴장을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4 이는 백승욱이 지적하듯, 현재의 '신시대' 담론이 100년의 역사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 '다시 쓰는(rewriting)' 정치적 기획임을 전제한다.4


2. 총론: '신시대'의 역사적 위상과 두 개의 백 년

이 책의 서문과 결론을 담당한 이희옥과 백승욱은 중국공산당 100년을 관통하는 거시적인 분석 틀을 제공한다. 이들은 시진핑 체제의 등장을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중국 현대사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파악한다.

2.1 프롤로그: 이해의 확장을 위한 제언 (이희옥)

성균관대 이희옥 교수는 프롤로그 「중국공산당 100년, 이해의 확장을 위해」를 통해 당의 역사적 생존 능력과 '신시대'의 도전 과제를 거시적으로 조망한다.4

  • '두 개의 백 년'과 목적론적 역사관: 이희옥은 중국공산당이 창당 100주년(2021년)과 건국 100주년(2049년)이라는 '두 개의 백 년(Two Centenaries)'을 설정함으로써, 역사를 목적론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21년 '전면적 소강사회(全面小康社会)'의 달성은 1단계 목표의 완수이며, 이를 바탕으로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China Dream)'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6 이는 당의 통치 정당성을 경제 발전과 민족 중흥이라는 미래 비전과 결합시키는 고도의 정치적 수사다.

  • 시기 구분의 재정립: 이희옥은 당의 역사를 혁명기(국가 수립), 사회주의 건설기(체제 실험), 개혁개방기(경제 발전), 그리고 신시대(강대국화)로 구분한다.3 여기서 '신시대'는 덩샤오핑 이후 지속된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힘을 기름)'와 '선부론(일부가 먼저 부유해짐)'의 시대를 마감하고, 강력한 당-국가 체제의 복원과 대외적 팽창을 추구하는 새로운 단계임을 명확히 한다.8

  • 신시대의 이중적 과제: 신시대는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내부의 사회적 불평등(빈부격차)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희옥은 시진핑 체제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당의 영도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법치'와 '민주' 같은 보편적 가치 대신 '당의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는 권위주의적 통치로 회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6

2.2 에필로그: '신시대' 중국의 역사 다시 쓰기 (백승욱)

중앙대 백승욱 교수는 에필로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역사 서술의 정치성을 비판적으로 해부한다.3

  • 단절과 연속의 정치학: 백승욱은 '신시대' 선언이 지난 100년의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균질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지도자(시진핑)의 등장을 역사적 필연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단절'의 수사라고 분석한다.9 이는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 운동'이나 '문화대혁명' 같은 과오를 '어렵지만 필요한 탐색'으로 미화하고, 덩샤오핑 시대의 유연성을 '과도기적 조치'로 격하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 관료자본론의 재해석과 중국 예외성: 그는 중국 현대사 서술의 쟁점인 '관료자본' 문제를 제기한다. 과거 국민당의 관료자본을 비판하며 혁명을 일으켰던 공산당이, 오늘날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국가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한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백승욱은 중국 학계가 이를 '후발 주자의 따라잡기(Catch-up) 전략'이나 '중국적 특수성'으로 옹호하며 '중국 예외성'을 이론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9

  • 일국주의적 역사 서술의 강화: 결론적으로 백승욱은 현재의 역사 다시 쓰기가 보편적 사회주의 역사가 아닌 '중화민족의 민족사'를 완성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이는 역사적 사실과 평가 사이의 괴리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경계한다.9


3. 필자별 내용 요약 및 분석: 100년의 다층적 궤적

본 장에서는 정치, 사상, 경제, 사회, 외교, 노동, 젠더 등 7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분석한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사를 상세히 기술한다. 각 필자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당이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희생되었는지를 추적한다.

3.1 제1장 정치: 혁명에서 신시대까지 (안치영)

인천대 안치영 교수는 중국공산당의 통치 시스템 변화를 '권력의 제도화'와 '탈정치화'라는 키워드로 분석한다.5

  • 제도화의 역설: 안치영은 덩샤오핑 시대에 확립된 권력 승계의 규범(임기제, 격대지정, 7상8하)과 당-정 분리 원칙이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어떻게 무력화되었는지를 추적한다. 그는 시진핑의 1인 체제 강화가 당내 파벌 갈등을 억누르고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제도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험'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10

  • 인민의 탈정치화: 개혁개방은 시장 경제를 도입함으로써 인민들의 관심을 정치 투쟁에서 경제적 이익 추구로 돌려놓았다. 안치영은 이러한 '탈정치화'가 당의 통치 비용을 낮추고 체제 안정을 가져왔으나, 신시대에 이르러 당이 다시 사회 전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민과 당 사이의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한다.5

3.2 제2장 사상: 이론적 논쟁과 노선 투쟁 (하남석)

서울시립대 하남석 교수는 중국공산당 100년사가 단일한 이념의 관철이 아니라, 치열한 노선 투쟁의 산물임을 강조한다.5

  • 혁명과 건설의 방법론: 창당 초기 '문제와 주의(問題與主義)' 논쟁부터 마오쩌둥 노선의 확립 과정, 그리고 건국 후 대약진과 문혁을 둘러싼 당내 좌우파의 갈등을 다룬다. 하남석은 이 시기의 논쟁이 "어떻게 혁명하고 건설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 모색이었음을 지적한다.5

  • 신좌파 vs 자유주의 논쟁: 1990년대 후반, 개혁개방의 부작용(빈부격차, 부패)이 심화되면서 지식인 사회는 '신좌파(New Left)'와 '자유주의(Liberalism)'로 분화되었다. 신좌파(왕후이 등)는 시장 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적 유산의 재평가를 요구한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시장 개혁의 심화와 정치 민주화를 주장했다.4

  • 논쟁의 소멸: 하남석은 시진핑 시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논쟁이 사라진 침묵의 시대"**를 꼽는다. 당은 '이데올로기 공작'을 통해 좌우파 모두를 탄압하거나 체제 내로 포섭했으며, 이제는 오직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만이 유일한 진리로 통용되고 있다.5

3.3 제3장 경제: 사회주의 경제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서봉교)

동덕여대 서봉교 교수는 중국 경제 100년을 '체제 생존을 위한 유연한 적응 과정'으로 해석한다.5

  •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탄생: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와 1993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공식화는 중국공산당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수용하여 사회주의 체제의 위기를 극복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서봉교는 이를 통해 중국이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면서도 당의 경제 장악력을 유지하는 독특한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한다.5

  • 국유기업 개혁과 국진민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주룽지 총리가 주도한 국유기업 구조조정('조대방소': 큰 것은 잡고 작은 것은 놓아준다)은 국유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했다.4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의 부양책을 통해 국유기업의 역할을 다시 확대했고, 이는 민간 부문이 위축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을 초래했다.4

  • 신시대의 경제: 서봉교는 신시대 경제가 '공급 측 구조개혁'과 '쌍순환(내수와 수출의 조화)' 전략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으나, 당의 통제 강화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12

3.4 제4장 사회: 사회동원과 조직화 (장영석)

성공회대 장영석 교수는 중국공산당의 사회 통제 기제인 '단위(單位, Danwei) 체제'의 형성과 변형을 추적한다.5

  • 단위 체제의 명암: 계획경제 시기 '단위'는 인민에게 복지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당의 지시를 말단까지 전달하는 핵심 통제 기구였다. 개혁개방은 이 단위 체제를 해체하고 '사회의 복원'을 가져왔으나, 동시에 사회적 보호막을 제거하여 불안정을 초래했다.5

  • 신시대의 사회 관리: 장영석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 당이 무너진 단위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 관리 기제로 **'격자망 관리(Grid Management)'**와 디지털 감시 기술을 도입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이는 과거의 전면적 동원 대신, 정교한 관리와 통제를 통해 사회 안정을 유지하려는 시도다.

3.5 제5장 외교: 대외인식과 외교정책 노선 (강수정)

조선대 강수정 교수는 중국 외교 노선이 국력의 신장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화해 왔음을 보여준다.3

강수정은 신시대의 '중국 특색 강대국 외교'가 기존 국제 질서(Pax Americana)에 대한 수정주의적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것이 미중 갈등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3

3.6 제6장 노동: 노동자 조직의 역사와 변화 (장윤미)

동서대 장윤미 교수는 노동자 계급이 '국가의 주인'에서 '통제와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5

  • 지위의 하락: 사회주의 시기 국영기업 노동자는 '철밥통'을 보장받는 특권 계급이었으나, 개혁개방 이후 구조조정과 시장화로 인해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Nongmingong)은 저임금과 차별 대우 속에서 중국의 고속 성장을 떠받치는 희생양이 되었다.4

  • 관변 노조의 한계: 장윤미는 중화전국총공회(ACFTU)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보다는 당의 지시를 전달하고 노동쟁의를 억제하는 '전송대(Transmission Belt)' 역할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한다.5

  • 포섭과 배제: 신시대 노동 정책은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체제 내로 포섭하려 시도하지만, 자발적인 노동조합 결성이나 집단행동은 철저히 탄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5

3.7 제8장 젠더: 혁명과 젠더 (김미란)

성공회대 김미란 교수는 중국 여성 해방의 역사가 국가의 필요에 의해 호명되고 동원된 역사였음을 밝힌다.5

  • 국가 페미니즘의 명암: 마오쩌둥 시대의 "여성은 하늘의 절반을 떠받친다"는 구호는 여성을 가부장제에서 해방시켰으나, 동시에 여성을 '남성과 똑같은 노동자(철의 여인)'로 만듦으로써 여성 고유의 재생산 부담을 간과했다.5

  • 시장화와 젠더 위계: 개혁개방 이후 국가의 보호가 사라지자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이 부활했고, '한 자녀 정책'은 여성의 몸을 국가 통제의 대상으로 삼았다.5

  • 신시대의 재가부장화: 김미란은 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시진핑 정부가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강조하며 여성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려는 보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젠더 질서의 재구성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4


4. 심층 분석: 임춘성 교수의 [문예정책과 근현대문학]

본 보고서의 핵심 과제인 임춘성 교수(목포대)의 제7장 「문예정책과 근현대문학」에 대한 심층 분석이다. 임춘성은 첸리췬(錢理群) 등 중국 비판적 지식인 연구의 권위자로서, 문학이 중국공산당의 '영혼 개조 프로젝트'에서 담당해 온 역할과 그로 인한 문학의 비극적 운명을 추적한다.16

4.1 핵심 테제: '영혼의 공학'과 사회주의적 개조의 메커니즘

임춘성의 분석을 관통하는 핵심 테제는 중국공산당이 문학을 독자적인 예술 영역이 아닌, **"인민의 사상을 통제하고 개조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영혼의 공학, Engineering of the Soul)"**로 규정하고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4 그는 이 과정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당의 본질적인 속성인 '정풍(整風, Rectification)'의 논리에 따라 치밀하게 기획되고 집행되었음을 논증한다.

임춘성이 제시하는 문예 통제의 3단계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선전선동 (Propaganda): 혁명의 정당성을 전파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단계.

  2. 사회주의적 개조 (Socialist Transformation): 작가와 지식인의 '부르주아적' 사상을 비판하고 당의 이념으로 재무장시키는 단계.16

  3. 검열 (Censorship): 사상적 이탈을 감시하고 처벌하여 단일한 담론을 유지하는 단계.

4.2 역사적 전개: 옌안에서 신시대까지

임춘성은 100년의 문예사를 결정적인 분기점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며, 각 시기마다 문학이 어떻게 당에 포섭되거나 저항했는지를 분석한다.4

4.2.1 1942년 옌안 문예 연설: 문예의 '당성(黨性)' 확립

임춘성은 마오쩌둥의 **<옌안 문예 좌담회에서의 연설(1942)>**을 중국 현대 문학사의 '원죄'이자 헌법과도 같은 절대적 기원으로 지목한다.5

  • 내용 분석: 마오쩌둥은 문학이 "혁명 기계의 톱니바퀴와 나사"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문학의 대상은 노동자·농민·병사(공농병)여야 하며, 그들의 삶을 찬양하고 혁명 의식을 고취하는 것만이 문학의 존재 이유가 되었다.

  • 임춘성의 통찰: 그는 이 연설이 "인간성"과 "예술성"을 "계급성"과 "정치성"의 하위 개념으로 종속시켰다고 분석한다. 이때부터 작가의 개성이나 비판적 리얼리즘은 '소부르주아적 감상'으로 매도되었고, 문학은 당의 노선을 선전하는 확성기로 전락했다.4

4.2.2 1949년 제1차 문대(文代): 제도의 완성과 지식인의 투항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전 개최된 '중화전국문학예술공작자대표대회(문대)'는 옌안의 규범을 전국적으로 제도화한 사건이다.4 임춘성은 이 시기 문련(문학예술계연합회)과 작가협회의 설립이 단순한 직능 단체의 결성이 아니라, 작가들을 당의 조직 체계 내로 편입시켜 월급을 받는 '문학 공무원'으로 만드는 과정이었음을 밝힌다. 이는 첸리췬이 지적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회주의 국민성 만들기"의 일환으로, 지식인들은 자발적 혹은 강압적으로 사상 개조(세뇌)를 받아들여야 했다.16

4.2.3 1980년대 사상해방과 검열의 길항

문화대혁명 이후 등장한 '상흔문학(Scar Literature)'과 '반사문학'은 문학이 잠시나마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려 했던 시도였다. 그러나 임춘성은 이를 '완전한 해방'이 아닌 **"허용된 범위 내에서의 해방"**으로 규정한다.5 덩샤오핑 시대에도 '반정신오염 캠페인(1983)'이나 '자유화 반대 투쟁(1987)'을 통해 문학에 대한 당의 통제권은 여전히 작동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은 문학의 정치적 비판 기능이 체제의 한계선을 넘을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를 보여주었다.

4.2.4 신시대: '중국 이야기'와 역사의 박제화

임춘성은 시진핑 시대의 문예 정책이 옌안 시기의 통제 모델로 회귀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4

  • 역사의 재서술: 신시대 문학은 '중국 이야기(China Story)'를 잘 전달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이는 지난 100년의 역사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향한 투쟁사'라는 단일하고 영웅적인 서사로 재편하는 작업이다. 고난, 실수, 비극의 기억은 소거되고, 오직 승리와 영광만이 기록된다.

  • 문학의 위기: 임춘성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학이 현실을 비판하고 성찰하는 힘을 잃고, 체제 선전의 도구로 다시금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역사에 대한 재해석은 시공간을 가두기보다 확장하는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루쉰(Lu Xun)과 같은 비판적 지식인의 정신을 복원할 것을 주문한다.4

4.3 임춘성 챕터의 학술적 의의: 첸리췬과의 연결성

임춘성의 분석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첸리췬 연구와 깊이 연동되어 있다. 첸리췬은 1949년 이후 중국 지식인들이 어떻게 "정신적 노예"로 전락했는지를 파헤친 학자다.16 임춘성은 이러한 첸리췬의 문제의식을 100년사 전체로 확장하여, **중국공산당의 역사가 곧 '비판적 이성의 말살사(史)'**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당이 자랑하는 100년의 성취(물질적 풍요, 강대국화) 이면에, 훼손된 정신적 가치와 억압된 목소리들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중요한 학술적 기여다.


5. 결론: 불확실한 100년의 미래와 연구의 과제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은 중국공산당이 단순한 독재 권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혁신하고 적응하며 생존해 온 거대한 '학습 정당'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 학습의 방향이 점차 다양성을 말살하고 1인 권력과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필자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1. 신시대의 단절적 회귀: 시진핑의 신시대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분권, 실용, 도광양회)과 결별하고, 마오쩌둥 시대의 통제 방식(집권, 이념, 대중동원)을 현대적 기술(디지털 감시)과 결합하여 복원하고 있다.

  2. 역사의 도구화: 당은 정당성 확보를 위해 100년의 역사를 '승리의 서사'로 독점하고 있다. 이에 맞서 잊힌 기억(문혁의 피해, 톈안먼의 좌절, 농민공의 고통, 여성의 희생)을 복원하고 기록하는 것이 비판적 연구자들의 과제다.

  3. 내재적 모순의 심화: 경제적 양극화, 인구 감소, 미중 갈등 등 신시대의 과제들은 과거와 달리 당의 통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 성격을 띤다. '논쟁이 사라진 사회'에서 당이 과연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춘성 교수의 지적대로, 문학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단일한 목소리만을 강요하는 체제는 결국 내부로부터의 경직성으로 인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100년을 맞은 중국공산당은 전례 없는 강대함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강대함 속에 내재된 취약성 또한 깊어지고 있음을 이 보고서는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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