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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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안락>, <해피 아포칼립스!>를 이어 내가 읽은 3번째 ‘작은책’ 시리즈다. 아르테 ‘작은책’은 한국소설 시리즈로 손바닥 크기의 작은 책이 특징이다. 작은 책은 우선 책이 작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고 손이 먼저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다정한 유전> 포함 내가 읽은 모든 책이 단숨에 읽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 단숨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오래 붙잡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이번 <다정한 유전>은 더더욱 그랬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기는 했지만 이 책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는 아직도 고민이 많이 된다. 그래서 이번 기록은 정말 나의 의식의 흐름과도 같은 전개일 것이다. 


<다정한 유전>은 한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쭉 끌고가는 서사가 아니다. 시작은 ‘해인 마을’에서 시작 되었다. 작은 마을 인 듯 하다. ‘그들에게 마을은 일종의 유전이었다’는 문장을 통해 이 책에 제목에도 들어가는 ‘유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집과 밭, 산과 나무, 그러니까 터전이라 부르던 곳. 아들이 아들에게 물려주고, 딸이 딸에게 전해 받은 것.’


...


‘그러나 그해, 단 한 명이 마을을 떠났다.’


그러면서 그 마을 소녀들의 이야기와 소녀들이 쓴 글 속에 또 다른 여인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이를 자세히 딱 제시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넘어가 있고 교차되어 전개되기 때문에 읽는 중간에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했다. ‘어, 내가 읽고 있는 이 이야기는 누구지?’ 그러는 순간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읽고 난 후, 소감으로는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한 교차는 아니지만 서로 옷자락을 붙잡듯 연결 되어 있었다는 느낌은 받았다. 이 글은 여자의 이야기이다. 글 속 글의 이야기도 여자의 이야기이다.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해 글을 쓰려는 소녀들, 그 안에 잔잔하듯 세차게 흔들이며 아파하는 이야기들. 아무래도 이들은 계속되어 오던 유전과도 같은 것들로 부터 자신의 아픔을 덜어내는 방법이 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질투, 말 못하는 마음 앓이, 고통 감내, 우울, 괴로움... 이러한 것들이 나 뿐 아니라 너에게도 있으며 우리는 그 고통을 함께 경험한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그 고통 안에 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것, 그 속에서 내 발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

내 표현으로는 이렇게 책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를 끝낸 후, 지우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 이야기 같아?””


“아직은 살아있다.”


책을 읽으면서 유달리 내 앞으로 확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들은 왠지 나에게 물으며 나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문장들이다. 멀지 않은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 인 듯 다가 온다.  



“어딘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소녀. 엄마. 친구. 할머니.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


“이것이 이제 새로운 유전이다.”


무언가의 매여있는 삶이 아니라 제대로 소리조차 못내는 삶이 아니라 그저 지금까지 이랬으니까 하며 사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 , 우리의 삶이 되는 것. <다정한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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