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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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이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였다. ‘여름의 겨울’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계절감을 생각 못하고 스치는 생각으로 에쁘네 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책을 덮고 다시 보니 그 어떤 글자보다 시리고 아픈 글자였다. 


벨기에 아들린 디외도네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무려 14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일까.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고 있까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우리 빈에는 방이 네 개 있었다. 내 방, 동생 질의 방, 부모님의 방, 그리고 시체들의 방” 이 첫문장을 보고 이미 시체들의 방에서 멈칫하고 말았다. 아버지의 폭력성은 처음부터 드러나고 있다. 사냥을 좋아하고 그 전리품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아이들과의 교감의 장면이란 찾을 수 없었다. 엄마 또한 그들에게 피난처는 되지 못했다. 주인공을 엄마를 ‘아메바’라 칭한다. ‘아메바’같다고. 어린 소녀에게 보인 엄마는 ‘아메바’였다. 그 집에 소녀와 소년을 지켜줄 누구도 없는게 보였다. 그렇게 움츠리고 밖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아이스크림차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크림 살짤 올리는 일탈을 누리는 정도로 살아갔다. 그런데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여느 날과 같았지만 달랐다. 소녀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했고 아이스크림 할아버지와 비밀 공유하는 듯 크림을 올리는 주문을 했다. 할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준비했고 크림을 올리는 순간 그 기계의 폭발과 함께 할아버지의 얼굴은 반이 사라졌고 소녀와 그녀의 동생은 그 장면은 눈 앞에서 목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변화지 않은 듯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동생 질의 눈빛이 달라졌고 그 소년 안에는 ‘기생충’이 있고 그 ‘기생충’이 동생을 잡아먹고 있다고 주인공은 생각했고 그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고 타임머신을 꿈꾸며 과학 공부에 몰두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이 이루어졌다. 그 순간의 장면이 그 아이에게 얼마나 오래 강렬하게 각인이 될까. 그 와중에 동생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아마 나도 주인공처럼 남동생이 있는 누나였기에 (이와중에 동생 질의 생일과 우리 동생의 생일이 하루차이라는 사실이 묘하게더 몰입하게 했다) 더 마음이 가기도 했다. 그 여름 겨울보다 추운 날이었고, 매해 여름 주인공은 따뜻하지 못한 것 같았다.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로 돌아가 동생을 되찾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접어야함을 아는 순간, 

그럼에도 주인공은 생각보다 더 괜찮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환경 속에서 자의식을 갖추기 위해 힘썼고 결코 물러서지 않기 위해 힘썼다. 


15살 소용돌이 속 성장했다.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웠고 타임머신보다 더 대단한게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렇다고 놓아줄 수도 없는 이야기 였다. 



“나는 마리 퀴리가 되고 싶었다.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p.133


“시간여행이란 건 불멸과 같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환상이야.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도 배워야 한단다. 인간은 이해를 원해. 인간의 좋은 본성이자 아이의 본성이기도 하지. 관찰하고, 이해하고, 설명하고, 이런 게 바로 네가 할 과학이야. 하지만 개입하지는 마. 우주에는 우주만의 법칙이 있으니까” -p.180


“이제 끝났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포식자도 아니었다. 나는 나였고, 파괴될 수 없었다”- p.211


“두럽지 않았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열다섯 살에 내 죽음을 받아들였다. 나는 삶이 나에게 선사한 그 모든 경이로움을 보았다. 공포를 보았고,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리고 아름다움이 승리했다. 나는 약하지 않았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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