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버려지고, 수집되었다가 다시 내평개쳐지고, 온전치 못하더라도 사랑받았던 책들, 그렇게 기꺼이 우리에게 도달하려 하는 모든 책들에 바치는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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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 사라질 수 없듯 종이책도 사라질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 책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겨울(유튜브 겨울서점)
종이책 한 권에 미련을 못 버려서 쌓이고 쌓여
내 몸이 누울 곳이 없다고 하여도 포기 할 수 없는 종이책.
난 평생 내 옆에 종이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 기대된다.
나는 오랫동안,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있다. 그것이 텍스트인지 책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직 난 책을 더 사랑한다. 지금 내 책상 위에도 책상 아래에도 책은 쌓여있다.
새 책, 헌책, 좋아하는 책, 빌린 책... 수많은 책들이 그렇게 있다.
저자는 그런 책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종이책이 전자책을 대체하며 나오는 이 시대에 종이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쓴 글들이다. 책에 다양한 가치들, 생각들, 존재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의 글들은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공감했고,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대체될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책에 대해 생각해보긴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책이었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은 나의 책에 대한 사랑이야기가 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 하여도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르고 내 생각보다 더 오래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그게 언제든 책은 지금 그 가치롤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내 공간을 차지하고 한 번 펼쳤던 책을 다시 펼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책은 나의 기억이고 안정감이었다. 너무 좁아진 방이 답답해서 일부에 책을 덜어내는 작업을 하면서도 나는 정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했고 고르고 골라 책을선별 했고 더 괜찮은 독자를 만나기를 기대했다.
아마 그 과정들은 나에게 계속 반복 될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책을 구입할 것이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발견한다면 수집할 것이고 중고책방 또는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마음에 책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집어 올것이다. 그렇게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할 것이다.
왜 책을 끝임없이 내 옆에 두는지 생각해 보면 책을 더 사랑하지만 텍스트는 포기 할 수 없이 계속 읽어야 하니깐 이왕이면 책으로 보며 그 감촉을 느끼고 책에 표지, 책 속 텍스트를 종이로 느끼고 싶다. 한 번 읽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우연히 책장 속 그 책을 보며 지금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작은 꿈 중에 하나는 작은 서점도 갖고 싶고, 조금 넓은 내 공간이 생긴다면 나만의 괜찮은 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나누고 싶다. 결론은 난 초콜릿보다는 종이책이고. (초콜릿의 달콤함을 책이 대체하고 있다.) 그 종이책이 내 옆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이 책도 그렇게 나와 함께 계속 하면서 이 땅에 책에 가치를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이제 밀린 책들 읽어야 겠다.
P.25
텍스트의 세계에서 책은 집이다. 집은 거주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보호해준다. 확고한 위치를 정해주고 그들을 찾아내게 해주고 다시 알아보게 해준다. 인쇄된 텍스트는 굳건한 집 안에 자리 잡고서 동정하는 마음으로, 아니 어쩌면 조금 거만한 태도로 인쇄되지 못한 바깥의 형제자매들을 바라본다. 자필 원고나 타자로 친 원고 또는 파일의 형태로 의지할 곳 없이 이리저리 표류하며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형제자매들을.
P.44
결국 훼손된 책은 텍스트가 책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는지 보여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의존하지 않는지도 말이다.
P.58
우리는 일상에서 텍스트와 책을 동일시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탓에 책이라는 낱말을 텍스트와 동의어로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쓰는 사람은 없다. 책이 아니라 나중에 인쇄되어 책으로 출판되길 바라는 ‘텍스트’를 쓴다.
P.60
우리가 평생 읽는 책의 분량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 분량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우리가 소장한책의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텍스트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간다. 우리가 마련하는 모든 새 책은 그 책들이 우리의 책장을 차지하는 공간만큼 우리의 독서 생활을 차지한다.
P.100
“이보게 작가 양반, 하늘과 땅 사이에는 당신이 당신의 세계 속에서 꿈꿨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책들이 있다네.”
P.160
수집이란 함께 짝을 이룬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모음으로써 무언가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P.174
장서광은 중독된 자들이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책 중독도 끊임없이 복용량을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