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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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먼저 표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따뜻하면서도 선인장에 가시로 인해 무언가 곤두서있는 느낌이다. 깔끔하면서도 살짝 뾰족함이 느껴진다.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제목만 보면 심리를 담은 내용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독일에 살면서 본 독일인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관찰 기록같기도 일기같기도 한 느낌? 독일인들에 일상적인 삶에 문화, 생각들을 조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어렵지 않으며 우리와 다른 문화를 보는 신기함도 있다. 책은 굉장히 잘 읽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후르륵 읽었다.


저자 구보타 유키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간 독일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 저자는 일본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했다. 그 당신 계속 되는 야근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로 웃는 일보다 짜증이 늘었고 문득 어릴적 독일이 기억났다고 한다. '다들 느긋하게 사는 구나. 왠지 살기 좋은 나라인 것 같아'. 그리고 저자는 1년 정도 일본을 벗어나 독일의 느긋한 템포로 살고 싶다는 마음에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갔고 10년간 독일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가 겪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나온 책이 <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이다.


독일의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는 책이라 그런지 목차도 일하기, 쉬기, 살기, 먹기, 입기로 나누어져 있다.


p.19

실제로 독일 내부에서는 '독일인은 게으름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독일은 서류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고 가장 길게 휴가를 떠나는 나라에요. 독일의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3주정도 다녀옵니다. 느긋하게 '3주의 쉼'을 보내는 것이 이들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이걸보고 바로 독일로 가고 싶다는 충동이... 빠르게 사는 것도 좋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살다보니 빠르게 사는 것에 적응 된 것도 맞다. 그런데 그런 빠름이 나의 템포와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달려가는 세상을 나의 나름에 빠르기로 달려가다보니 따라가기는 하지만 쉬지 못해 가뿐 숨을 멈출 수가 없다. 그만큼 지친 내가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조금 천천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내 생각만 그렇고 세상은 너무 빠르게 흐르니깐. 그래서 시작부터 이미 마음에 들어버렸다. 어떡해... 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데,,


독일은 서비스 불모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택배서비스 부분에서? ㅎ

서비스 부분에서는 한국이 짱이라는 걸 인정한다. 완전. 주문하고 당일날 또는 하루만에 배송받는게 우리의 일상이니. 그런데 그런 불편 쯤에는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왜 택배가 안 오지, 배달이 안 오지, 일처리가 안 되는 거지.. 그러면서 몇번이고 검색하고 들여다보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순간 이 마저도 지쳐서 때되면 되겠지 내버려두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느림은 금방 받아드릴 것 같다. (물론 아직 퉁명함에는 마음 어려울 수는 있지만..)


p.74

독일인은 이런 오-오프 전환에 능숙한 편입니다. "집중적으로 일하니까 휴식이 필요하고, 휴식이 있으니까 일할 수 있어요.","주말에는 업무에 전혀 손을 안 대요."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충분히 쉬고 재충전을 하는 게 일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독일의 근무시간이 짧다는 것은 많은 기사와 정보들을 통해서 이미 접해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이런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보편화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과 내 삶의 균형을 이루고 싶은 나로서는 부럽움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는 명확한 우선순위들이 세워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서로가 그 우선순위를 존중해 주는 것 같다.


잘 쉬고 잘 일하고 잘 노는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의 영역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 나는 그 온-오프가 어려운 사람인가 보다.


p.146

자신의 취향에 맞도록 안락하게 꾸미면, 집은 잠만 자는 '거주' 장소에서 '삶을 만끽하는' 나의 공간으로 바뀝니다.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의식주 중에 주이다. 그런데 독일인들이 중시하는 것도 주라고 하니..(끼워맞추는 것 같지만,, )그 만큼 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간다. 아직은 너무 작은 방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내가 살 공간들을 그려나가는 것이 요즘 내각 하는 공상 중에 가장 주된 주제이다. 물론 그래서 내 작은 방도 최근 몇년 직접 페인트 칠도 하고 바닥도 깔고 하면서 이리지러 나의 것으로 채우고 보수 중이다. 내 쉼도 취미생활도 다 여기에 들어 있으니깐. 이 공간은 나에게 최애공간이니깐.


p.147

독일어에 '게뮈트리히'라는 말이 있어요. '안락하고 편하다', '느긋하게 쉰다'라는 의미로 일상 대화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최근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가 꽤 널리 알려졌는데, 게뮈트리히는 휘게의 독일어 버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알게 모르게 나게 추구하고 있던 방식도 '게뮈트리히'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맞는 것 같다. 타인이 아닌 '나'에게 초점 맞추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1월 아주 잠깐 독일에 머물렀었다. 그때 숙소가 독일 현지 집이었기 때문에 그 때 그 집을 머리속을 다시 그리며 그 공간들이 하나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 그들의 삶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정말 나를 위한 공간들을 채운다는 것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다. 왜 여기까지 남을 의식해? 내 공간은 '나'에게 맞게 살아가는 거 그게 필요한 거였어. 하루 마무리는 적어도 나를 위해.


책을 다 읽고 제목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제목이 너무나도 이해되는 내용이었다. 독일인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들이 있어서 그런지 포근한 느낌도 준다. 그들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가져올 생각은 없다. 나는 완전 한국감성이고 이 라이프로 이미 나를 만들었으니깐, 그러나 적어도 나의 공간을 꾸미는 일, 나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들은 조금 배워 적용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온전히 세워질 때 그룹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니깐.. 의리 챙기기 전에 나부터 우선 돌보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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