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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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착한 일진이 어디 있어요?

일진이면 일진이고, 좋은 애면 좋은 애지"


2019년 4월 유튜브에 올라온 2편의 영상 <왕따였던 어른들 Stop Bulling>

이 영상은 학창시절 "왕따"의 기억을 몸에 새긴 채 그대로 어른으로 커 버린 10명의 경험담이 담긴 인터뷰 영상이다. 


이번에 읽은 책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바로 이 영상물의 담긴 인터뷰 전문을 다듬어 실은 책이다. 

영상은 실제 인터뷰 시간 5시간 중 압축된 20분여 밖에 되지 않는다. 영상 속에서는 미쳐 우리가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담겨져 있다. 


이를 통해 학교 폭력은 단순히 10대 시절의 문제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평생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리고 나의 상상으로는 절대 다 알 수 없는 마음들이 담겨있다. 

이 책은 그래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공감을, 같은 아픔으로 고민하는 청소년 친구들에게 위로를 더 해 줄꺼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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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씨리얼'


복잡한 사회 이슈를 먹기 쉽고 맛도 좋게 전해 주는 미디어 채널이다.

현상 이면에 숨은 개개인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유튜브에서 자주 관심가는 주제들로 영상이 올라서 시청하곤 했다. 

<왕따였던 어른들>도 그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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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은 


크게 여자 반과 남자 반 그리고 방과 후가 있다.

여자 반, 남자 반은 각각 출석부를 시작을 7교시까지 구성으로 그들의 그 당시 경험, 감정들이 담겨 있고

방과 후는 그들의 영상이 올라가고 그 이후에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에는 11명의 이야기 이외에 이런 경험을 가진 다른 이들에 사연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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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

어느 날 집에서 <무한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웃긴 장면이 나와서 막 웃는데 호흡이 안 되는 거예요. 과호흡이 와서 병원에 실려 갔어요.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웃은 적이 너무 없어서, 제 호흡이 웃는 호흡을 맞출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신나게 웃으며 본 프로그램인데, 같은 시간 어딘가에서는 웃는 것 조차 힘든 친구들이 있었다. 별거 아닌 일에도 웃는 그런 나이인데, 웃은 적이 없어 호흡이 따라가지 못한다니, 이 이야기를 듣는 나는 잠시 멈춰 멍. 했던 것 같다. 나 진짜 모르고 지나갔구나. 그 마음은 감히 내 상상을 뛰어 넘는구나, 

같은 상황 속 다른 기억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더, 다가 왔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책을 읽고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심코 던지는 말이 상처가 될까봐. 

공감하고 응원하며 고맙다. 지금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그 이야기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해주어서, 미안하다. 어리다는 이유로 이 모든 걸 정당화해서. 


p.98

우리의 이런 상처가, 어떻게 보면 남이 내 하얀 도화지에 얼룩을 묻힌 거잖아요. 근데 그 얼룩이 내가 잘못해서 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도화지에 얼룩이 조금 튀었다고 해서 전체를 다 구겨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사실 왕따를 경험을 겪은 이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은 그럴 만한 아이라며 점점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나로 산다는게 나답게 산다는게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그렇다보면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차 잊게 된다. 내가 웃는 걸 좋아했던가? 내가 이걸 하고 싶어 했던가? 

사춘기, 우린 자아를 형성에 나간다. 그런데 왜 내가 남의 형성과정에 방해를 하는가. 함께 웃는 방법을 택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정말 화났던 부분은 어른들도 왜 이 부분을 그냥 그 나이대에 하나의 과정으로 치부해버리는가..


절대 너희의 잘못이 아니야. 미안해 그런 세상을 그냥 수용한 어른이 되어버려서..


p.100

제일 필요한 건 방관하는 애들이 가해자한테 "하지 말라"고, "그건 못된 것"이라고 말해주는 거? 그러면 좋겠어요. 


p.103

말 한마디.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단 한마디.


말해주는 것, 옆을 지켜주는 것, 들어주는 것, 한번 앉아 주는 것.

왜 학교폭력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런 나쁜 짓을 할 수 있냐며 가해자만 봤을까. 앉아 주어야 할 친구들을 우린 생각하긴 했던가 라는 생각이 스친다. 


p.220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가도 돼요. 학교 안 다닌다고 안 죽어요. 이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도망간다고 해서 도망가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나를 제일 먼저 생각하면 돼요. 나만 살면 돼요.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을 때 나 또한 외면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내 코가 석 자인데 누구를 돕겠어요. 동망치는 게 아니에요. 피할 수 있으면 피했으면 좋겠어요. 꼭 맞서 싸워서 이기지 못한다고 문제 있는 사람이거나 약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냥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일 뿐이죠. 


p.259

어떤 이유가 있든지 간에 폭력을 정당화해선 안 돼요, 절대로. 그리고 내 편 없이 힘들 때 그래도 믿어요, 자신을. 이렇게 같이 싸워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 혼자 있지 마요. 내가 겪은 아픔들을 조금이나마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꼭 우리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누군가에게 말해 줘요. 숨 막힌다고. 괴롭고 힘들다고. 살려 달라고. 같이 있어 줄께요. 포기하지 마요. 그리고 미안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요. 더 노력할게요. 힘내요. 우리.


결코 외면 할 수 없는 삶의 이야기. 

응원,

함께하겠다는 손짓,

'지금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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