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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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을의 시작 무렵 만난 에세이.

영화<최악의 하루>,<더 테이블>의 김종관 감독의 10년 기록이 여기 담겨 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다. 일기처럼 순간순간들이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이 있다. 공감하는 감정도, 내가 고민하지 않았던 감정도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것 같기도 하고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 같기도 한 그런 책이었다. 이 가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쓸한 건 아니지만 나의 경험의 순간까지 끌어내는 아련함이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삽화 된 사진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상상하기도 하구

김종관 감독님의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다. 책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관심영화 목록에 들어는 있었지만,, 아직 어떤 감성인지 잘 몰라서 망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감독님의 영화가 더 궁금해졌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담겨있다. 그런데 시나리오 표시해두고 싶은 문구들이 너무 많았다. 진짜 한템포에 끊김없이 읽어갔다. 어떻게 이런 감성을 찾을 수 있는지 다시한번 예술에 대한 동경을ㅎㅎ 영상으로 담아낸 그 감성도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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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

 아마도 이런 거겠지.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만들고, 그 가고 싶던 곳은 이상향으로 살이 붙는다.

p.110

 내가 서 있는 장소와 계절에 애정을 느낀다는 것,

 단지 그 작은 이유만으로도 영화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

 작은 영화들을 만들며 내가 배운 소중함이다.

 

; 나는 어떤 방법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 장소와 계절들을 담아내면 좋을까. 그래서 나도 그 순간 카메라는 먼저 꺼내는 것은 아닐까. 영상과 사진으로 지우지 않고 간직하고 싶어서, 너무 소중해서

p.131

 영화가 가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읽히기를,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는 것. 그러한 목적이 살아 있을 때 영화도 살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고단한 여정에 아랑곳없이 수취인 불명의 편지가 되어, 무관심 속에 서서히 죽음을 맞기도 한다. 긴 죽음의 시간.

죽은 영화들은 그렇게 살아 있고 시네마테크에는 수취인 불명의 은밀한 편지들이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 내가 본 영화에 대한 정의 중 가장 감성적인 것 같다. “편지평생 읽힐 수 있는 편지. 나도 내 친구도 또 모르는 미래의 누군가도 수취할 수 있는 그런 편지.  

p.175

 다만 후회하며 엉망진창으로 살든, 고민하며 살든, 우리는 어제가 만들어낸 길들을 밟고 오늘이라는 길 위를 걷는다는 걸 생각한다.

; 이전에 내가 만든 지금 내가 서 있는 오늘.

p.222

 현오 우리가 이미 늙었다면, 헤어지자는 말 따윈 안 하겠지?

 유진 그럴 수도. 나도 빨리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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