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밀꽃
정호승 지음 / 온누리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정호승 시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호승 시인의 시집들을 사다가 우연히 동명 이인의 새로운 정호승 시인의 책을 사게 되었다. 

표지를 들추면 담겨있는 고풍스러운 사진을 보는 순간 다른 사람임을 알았다. 그리고 시인의 사연과 시를 읽는다. 

1916년 충주생. 그 시절의 지식인답게 왼쪽으로 경도되고 그러다보니 불온하다하여 옥살이도 하고. 예술가들의 생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린 아내의 자결과 사회적인 압박은 시인에게는 시심을 불러오는 뼈 아픈 밑 거름이 되었지 싶다. 싯구는 무엇보다 고독과 어둠을 먹고 자라지 않는가...  

뒤늦게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시 전쟁과 월북은 그를 긴 반백년 동안 우리 문단에서 지워버렸다. 남쪽에 남은 가족들에게 우연히 찾아 온 후배 시인들이 이 시집을 다시 출간하자는 것이 뜻 밖의 인연이었듯이, 책을 사다 실수로 끼어든 이 시집은 나에게도 별스런 인연이다. 

오늘 다시 한 명의 시인이 내 가슴 속에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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