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에요. 어디서 벌건 다 마찬가지죠. 징징거릴 필요 없어요」 아무렇지 않은 말투이지만, 시마무라는 여자의 속 깊은 울림을 들었다.「그걸로 족해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여자뿐이니까」하고 고마코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불덩이 같잖아. 바보로군」「그래요? 불베개에 델 테니 조심하세요」「정말이야」하고 눈을 감자, 그 열이 머리에 온통 퍼져 시마무라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코의 거친 호흡과 함께 현실이 전해져 왔다. 그것은 마치 그리운 회한을 닮아, 다만 이제 편안하게 어떤 복수를 기다리는 마음 같았다.
「정말 당신은 순진한 사람이군요. 뭔가 슬프신 거죠?」「나무 위에서 아이들이 본다고」「알 수 없어, 도쿄 사람은 복잡해. 주변이 어수선하니까 마음이 흩어지는 거죠?」「모든 게 흩어지고 말지」「이제 곧 목숨까지 흩어질 거예요. 무덤을 보러 가요」
건너편 기슭의 급경사 진 산허리에는 억새 이삭이 온통꽃을 피워 눈부신 은빛으로 흔들렸다.눈부신 빛깔이긴 해도 마치 가을 하늘을 떠도는 투명한 허무처럼 보였다.
보지 못한 무용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한 탁상공론이 없고 거의 천국의 시(詩)에 가깝다. 연구라 해도 무용가의 살아 움직이는 육체가 춤추는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의 상상으로 서양의 언어나 사진에서 떠오르는 그 자신의 공상이 춤추는 환영을 감상하는 것이다. 겪어보지 못한 사랑에 동경심을 품는 것과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