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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후로 두번째 읽는 김영하님 작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이하 ´무슨 일´) 에 담긴 총 13편의 이야기들...
꽁트 식의 아주 짧은 토막글도 있고,중편에 가까운 긴 단편도 있고,
다양한 소재,주제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진지해지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았다.
김영하님 소설에서도,삶이나 존재를 향한 깊은 시선,성찰 들이 느껴졌다.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유익한 소설들이었다.
한마디로,소설의 마지막 문장까지 다 먹은 후,
긴긴 여운을 남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님께도 반할 지경이었다.
´김영하 컬렉션´ 인가 하는 식으로 김영하 님의 소설들을 묶음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내놓은 걸 봤는데,얼른 읽어보고 싶다.
´무슨 일´ 의 표제작은 ´밀회´ 라는 단편에 나오는 문장을
책 제목으로 끌어다 쓴 것 같았다.
이 ´밀회´ 를 읽고나면,´무슨 일´ 이란게 정말 무시무시한 거란 걸 알게 된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도 떠오르게 되고,
관계맺음이나,인간을 살게 하는 것,생의 의미 등도 묻게 되는 것 같다.
´밀회´라는 작품 안에서,´무슨 일´은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것도 같다.
뒤로 갈수록 느껴지는 어떤 반전도 있고,무서운 진실같은 것도 있고,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제공하고,죽음이란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도
조용히 짚어보게 만드는...
존재의 탄생과 소멸,나아가 우주로까지 인식의 확장을 일으키게 하는,
존재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작품 속 화자의,삶에 대한 어찌보면 냉소적이거나 허무한 시선이
담겨있는 듯도 하고,삶은 별거 아니거나 발버둥치며 살아갈 것이 못되는
유한성의 슬픔을 말하는 듯도 하고,
삶의 외로운 진실을 알아버려서 지금 이곳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갖고있는 듯도 하고,
삶,죽음,존재에 관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악어´ 편에서는,남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한 껍질뿐인 삶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자기의 의지와 주관,자기의 개성,자기의 시선이
중심이 되고 삶의 가운데에 자신의 존재가 뿌리박힌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세지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자기´ 를 상실해가는,내면이 아닌 외면적인 것에서 자기를 찾다가
본연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그런 존재를 그린 것 같았다.
´로봇´ 과 ´퀴즈쇼´ 를 가장 재밌게,감동적으로 읽었다.
´로봇´ 을 읽고 느낀 점이라면...
인간의 복잡하고 계산적이며 쉽게 변해버리는 마음들,태도들을
´로봇´ 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꼬집고 있는 것 같았다.
´로봇 3원칙´ 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한결같은 신념,
마음 속에 내재화된,가치화된 어떤 스스로와의 약속같은 것들,
관계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될,그 관계를 진실한 것으로 만들
일정한 수칙들을 통해,그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변치 않는 확고한 임무를 다하는 어떤 태도...
자신을 로봇이라 지칭하는 이 캐릭터를 실제 로봇으로 읽어
환상소설이라 해석하든, ´로봇´ 의 상징성을 등에 업고 출현하는
독특한 사람의 캐릭터로 해석하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이 로봇의 등장으로 말하려는 작가님의 의도를
독서량 절대부족인 내가 잘 알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해석이랄까...
내가 느낀 것은,
외로운 실존들의 소통에 대한 갈구랄까,필요성이랄까...
로봇은 등장하는 여자의 얘기들을 잠자코 들어준다.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얘기들을,솔직하게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진정한 관계를 위한 마음의 법칙이랄까,
변질되거나 바뀌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꼬집듯,
한결스런 초심이랄까,세워둔 철학,신념들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로봇의 태도를 통해,
인간에게도 그런 곧은 마음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듯도 했다.
다 읽은 후,감동 휴먼스토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로봇이 전하는 뜨거운 메세지...
작품 속에서 말하는 "달콤한 슬픔" 을 남기고 어떤 여운을 뿌려놓은 채
떠나간 로봇이 말한 ´3원칙´ 을 되새기며 수첩에
´찬찬히 생각해볼 것!´
이라 적은 ´그녀´ 가 나라면,아마 위와 같은 느낌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진정성,마음이란 것의 가변성,소통,상호성 등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퀴즈쇼´ 라는 작품은 정말이지...
소설로는 좀 독특하다 싶은 그 제목 속에,엄청난,상상을 초월한 사연이,사건이...
이 소설은 한편으론 유쾌하면서도,꽤 슬픈 내용이기도 했다.
이 소설 안에서도 존재에 대한 성찰이 느껴졌다.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 속엔 삶에 대한 무서우리만큼 진지한 태도가 보이는 듯 하다.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만,지금 이곳을 벗어나 있는 세계에 대한 인식도 상당해보이고...
그래서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이 정겹고 편안한 느낌이다.
지금 이곳의 나를 깨닫게 하고,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원한 물음을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김영하님 소설 속에서 유독 ´스물넷´ 먹은 인물들이 종종 보이는데
여기에 무슨 ´의미´같은게 있을까,우연일까.
´스물넷´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이 이 소설집 안에서 3편이었다.
스물넷이 자주 보여서,헷갈리기도 했으니까~
어? 아까 어떤 인물 스물넷이었는데,어떤 인물이었지? 이런...
김영하 작가께선 여행을 많이 다니셔서 그런지,
또 외국작품 번역도 하시는 등 영어능력도 되시고 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작품에 해외 여러 나라 국가명이나 외국 지명,
외래어,외국어 등이 많이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역사소설도 쓰셨지만,역사인식도 깊어보이고...
역사소설은 참 어렵겠지만,김영하 작가께서 쓴 역사소설이라면
꼭 읽어봐야겠단 다짐도 이미 해두었다.
여러모로,삶에 대해,인간 존재에 대해,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사유를 유도하는 소설집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