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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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by 세스지

평소 공포, 괴담, 미스테리, 호러 장르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이번에 읽어보게 되었다. 올해 4월에 출간되었는데 벌써 20쇄를 찍었다니 그 인기를 실감하며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감에 책을 펼쳤다.

'정보가 있으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

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오컬트 잡지, 괴담잡지, 괴담 프로그램 구성 작가 등으로 활동하는 주인공이 행방불명된 친분이 있는 새내기 편집자 오자와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인터뷰, 독자 투고, 인터넷 수집정보, 편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그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의 정보가 흩어져있을 때는 개인의 미스테리한 경험담 정도로 여겨지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 정보들이 결국에는 하나의 교집합으로 공통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그 공포감이 더 극대화되었다.



"예를 들자면, 말이야. 애초에 초등학교 안에 과학실이라는,

보통 교실과는 다른 특별한 공간이 있어.

그런 공간은 으레 여느 교사와는 다른 건물에 있지. 당연히 그런 곳은

보통 교실과 비교해서 오가는 사람이 적어.

사람의 왕래가 적으면 어떤 계기로 거기 가야 할 때 아무래도 좀 불안이나

공포심을 느끼기 마련이거든. 공포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 그 자체가 공포를 키우니까. 그 막연한 공포감을 공유하기 위해 춤추는 인체 모형이라는

엉터리 공통 인식을 만들어 내는 거야. "



"믿지 않는 건 그 사람에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유령을 믿지 않아.

하지만 선생은 이 건에 유령이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게다가 그 정체를 밝혀내려고 해.

...

'유령의 정체, 알고보니 마른 참억새'라는 속담도 있잖아.

유령의 정체가 마른 참억새였다면 한시름 놓지. 하지만 만약 그게

마른 참억새가 아닌 무언가였다면, 선생은 어쩔거야?"


우리가 괴담, 귀신, 미스테리 현상에 공포심을 느끼는 이유가 공포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 미지에 대한 공포를 다른 대상으로 치환시키는 것이라는 저 구절이 공감가면서 한편으로는 책에 등장하는 수련회, 화보촬영, 드라이브, 라이브방송, 이사, 채팅 등 평범한 일상 속에 녹인 공포가 어딘가에서 진짜 있을 법하다는 느낌을 들게 해 더 공포감을 느끼며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결말에 다달았을 땐 '어...?'라는 물음표가 뜨면서 '그래서 어떻게 된거지?'하는 의문과 허무감이 몰려왔다. 전까지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남았으니까. 하지만 괴담이 구전동화처럼 제대로 된 사실은 없고 살에 살을 더해 전해지는 것처럼 이 소설도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결말보다는 그 상황을 상상하며 읽었을 때 느껴지는 공포감과 호기심이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게 했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니는 모큐멘터리 기법의 소설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세스지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명의 영화도 함께. 비하인드로 책을 읽고 잠에 들려고 누웠는데 책 속의 장면들이 떠올라 한참을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괴담, 공포, 미스테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공포소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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